비가 누군가를 죽일듯이 내린다. 씻는 동안에 샤워기가 틀어져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퍼부어대는터라 출근이
가능할까 걱정될 정도였다. 원래는 식당에 언제나 근무자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분이 계셨는데 오늘은 멍하니
서있기만 하고 따로 추궁하지 않으시더라. 하긴 이렇게 폭우를 퍼붓는데 공짜로 아침 식사하자고 공사장까지
찾아올 미친놈은 없겠지.
잘하면 '데마'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데마는 한마디로 일 없이 돌아가라는 뜻인데 일본어로 대기라는 의미인
테마치(手待ち) 의 한국어 형태인듯하다. 베테랑 인부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정확한 어원은 모르더라. 일단 밥
먹었으니 2,500원 받은 셈치고 생활패턴 교정 프로그램 시동 입력됐다고 보면 손해는 아니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근무는 시작됐다. 지난 번의 좀 빡센 반장님 외 3명의 반장님들과 팀을 이루었는데 지하의
물을 제거하기 위해 설치된 양수기의 정상 작동을 점검하게 됐다. 꿀 좀 빠나 싶었지만 펌프 설치를 위해 온갖
고생을 해야 했고 어떤 반장님은 배수구에 빠져서 흙탕물로 반신욕을 하시기도 했다. 흘려들으면 우습겠지만
지하 깊숙한 곳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곳이니 양옆으로 팔을 뻗지 않았다면 그대로 빠져죽었을 가능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장마철 도로가 침수됐을 때 맨홀 구멍에 빠져 죽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펌프를 가지러 지상까지 올라갔었지만 펌프는 없었고 대신 지상에 설치된 펌프의 호스가 그 위로 트럭이
지나가는 바람에 터져 물난리가 된 것을 수습하는 걸 돕다가 복귀했다.
지하에서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자 지상으로 향했고 곧 세대 청소를 하게 됐다. 소형 양수기
하나랑 물삽 2개에 양동이 4개, 밀대 하나를 챙기고 올라갔는데 누가 봐도 장비 준비에 미스가 있었다.
사람이 다섯인데 양동이만 넷이라. 어쨌든 올라갔고 그 뒤로는 계속 세대 내에 범람한 물을 없앴다.
쉬는 시간을 좀처럼 주지 않고 꾸준히 일을 시키는 반장님 스타일에 따라 기록된 일기 내용이 없는데
그 다음날 근육통이 예상될 정도로 일이 많고 고됐다. 아무래도 5일간의 휴일 이후 첫 현장이라 더욱
일감이 많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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