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신림역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혐오가 팽배하고 증오가 증식하며 도움 받아야 하는 이에게
싸늘한 무관심만이 돌아오는 사회이니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범죄였다고 생각했다. 3명이 크게 다쳤으며
이미 한 명은 숨을 거두었다고 들었다. 피해자는 전원이 건장한 20대부터 30대의 청년이라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가뜩이나 산업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소중한 일꾼을 어이없는 이유로 잃게 되었으니 화가 나더군.
한창 자기 자신에게 도전하고 연인과 사랑을 나눠야 하는 청년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청년을 이유 없이
죽이고 동시에 자신의 사회적 목숨조차 끊어버렸으니 참담하지 않을 수가 없다.
# 가해자에 대해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이러한 참극이 일어난 이유는 가해자가 현재와 미래에 가망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실토하였다. 수사 기관에서 심리 분석한 결과가 보도된 건 아니지만 이미 소년범으로서 전과가 14건이나 있는 꽤
화려한 스펙의 보유했다. 만약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서 타인 대상으로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의 채용을 우선시한다면 많은 입사 제의를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선지 이 자가 그간 겪었을 많은
괴로움이 느껴지긴 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에 결함 투성이인 이력서로 기업에 입사 지원하기도 힘들었겠지.
하지만 소년 범죄를 저지르라고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나? 전과 14건은 부정할 수 없는 본인 잘못이다.
피의자는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망하긴 했다. 이건
가해자의 공개된 신상 정보 중에 신장이 작다거나 외모가 잘나지 못했다는 부분과는 전혀 무관하다. 내 지인이나
당장 나 자신을 보아도 키 작거나, 미모가 빼어나지 않은데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건 위에서도 이미 말했다시피 본인이 과거에 저지른 행적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에 저질렀던 과오로
인해 현재가 고통받는다면 원한의 대상은 과거의 자신이 되어야 하는데, 왜 멀쩡한 생판 남을 해코지한단 말인가.
얼마나 큰 절망이 덮쳤기에 저랬을까 연민이 생기려고 하다가도 욕지거리가 자동 재생되는 게 현실이다.
이미 본인 인생은 망친 그림이니 도화지까지 찢어발기려 한듯하고 인생의 사회적 종지부를 찍어버린 모양이다만
마침표를 찍고 싶었고 사회에 항변하고 싶었다면 본인 인생에 찍어야지 왜 남의 인생에 마침표를 찍냐고. 자신의
목을 메거나 복부를 칼로 찌를 배짱도 없는 녀석이 남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저지른다니 겁쟁이 그 자체다.
자신이 아픈 건 싫고 남이 아픈 건 관계 없는 모양이지. 타인이 느낄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을 뭐라 하는지
알고 있나. 전문 용어로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 대안에 대해
안전 불감증이고 나발이고 대낮의 대로변에서 설마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비닐 봉지로 위장한 흉기로 공격할 거란
예상은 아무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애시당초 피의자가 들고 있던 검은 물체의 정체가 칼이란 걸 아무도 몰랐겠지.
개인적으로 바로 얼마 전에 손잡이가 일본도 형태로 되어있는 검 우산을 샀는데, 이거 들고 다녀도 되나 지금 매우
곤혹스러운 상태다. 당연히 도심 한복판에 진짜 일본도를 들고 다닐 미치광이는 없으리라는 전제로 쓰는 우산인데
이번 사건으로 그 전제가 크게 흔들렸으니 말이다.
이 더운 날씨에 폭염주의보까지 내렸지만 더워서 죽을 거 같아도 칼 찔려서 죽는 것보다는 나을테니 방검복이라도
하나 구입해서 입고 다닐까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물론 평상시에 출퇴근할 때에는 전기 자전거로 이동하니까
붙잡고 칼로 찌를 겨를은 없을 거 같지만. 도시에서 방어구를 장착하고 다녀야 할지 고민한다니. 지금이 중세 시대
유럽도 아닌데 일본도 우산에다가 갑옷까지 입고 있는 꼴을 시간 여행자가 보게 되면 자신의 타임머신이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생각할 거다. 그래도 어쩌겠냐. 호신 도구 하나 정도는 구비해둘 필요가 있을 거 같다.
# 여파에 대해
전과가 있는 사람에 대한 인식은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다. 개과천선을 했든 어쨌든 특히 소년 범죄 이력이 있다면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더더욱 변명하기 힘들어지겠지. 애시당초 소년원에 갈만한 일을 안 저질렀다면
무관한 일 아닌가 싶겠지만 사리분별 못하는 게 바로 소년기의 특징이다. 당장 내가 주먹을 휘둘러 힘을 뽐내거나
거시기를 꼴리는대로 휘둘러도 미래의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거나, 충분히 묵살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이성이 마비되어 있는 시기거든.
소년원 송치 이력이 있는 어른이들은 앞으로 취업이 더더욱 힘들어지고 자신이 개과천선하여 새 사람이 되었음을
문신한 사람만큼 주장하고 피력해야 하는 미래가 선명하므로 신림역 사건의 피의자는 자신과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잠재적 피해자를 양산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성인이 되었다고 소년원 송치 이력 전과를 지워줄 수는 없으니까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거다.
또한 소년원에 송치된 적이 있었음을 알리는 지표가 미래에 얼마나 불리한 영향을 끼치는지 직간접적으로 현재의
청소년들에게 드러났다. 청소년들은 가급적이면 학창 시절에 문제를 저지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할 거다. 아마도
행복회로를 열심히 돌리면 말이지. 또한 반대로 자녀 및 학생이 소년원에 가지 않게 사건 사고를 은폐하려는 부모,
교사들이 보일 거다. 이제 불행회로 연산 작업을 하자면 신림역 살인 사건을 보고도 정신 못차린 청소년은 꾸준히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교육 기관이나 가정에서는 어떻게든 이것들을 무마하려고 하겠지. 범죄 기준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남학생들끼리 치고 박다가 병원 신세지게 만드는 정도까진 귀엽게 봐주고 교내에서 마약을 유통한다거나
학생 신분으로 사창가를 운영하는 등의 선 넘는 행위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소년원 송치 고려하는 수준으로.
또한 범죄 전과가 있는 이들의 사회 복귀가 매우 힘들어질 전망이다. 기업 운영하는 입장에서 더더욱 채용을 하기
꺼려질 것이며 사회에 녹아들기도 어려워질테지. 단순한 사교의 장에서 이력서를 공개할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범죄를 저질러서 감방 신세를 진 경험이 있다는 게 드러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려 할 거고 이러한
태도는 곧 회피적인 성향으로 바뀌어 은둔형 외톨이나 사회 부적응자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과자의 사회 복귀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즉 재범과 범죄 집단 형성 확률 증가를 의미한다. 노동력으로 건실하게
일해 벌어 먹기가 힘들게 되면 범죄를 저지르기 마련이거든. 괜스레 감옥을 속어로 학교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빨간줄 긁힌 사람이 서류 심사를 뚫고 최종 면접까지 합격하는 게 불가능하다 여겨지면 결국 약자를 노리기 마련.
특히 물리적으로 대항할 힘이 없고 연줄이 없는 여성이나 노인이 노려지기 십상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 가해자가
그러하듯 남한테 날붙이는 휘두를 수 있어도 자신을 상처 입히는 건 무서워서 못하는 겁쟁이 새끼가 대거 포진된
집단이기 때문에 피라냐처럼 무리를 만들어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 그래서 어쩌자고?
예로부터 강력 범죄자를 과연 사회에 복귀시키는 게 옳은 행동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과자들에 대한 시선이 한층 싸늘해지고 분명히 오늘날 무탈하게 사회에 녹아든 전과자들에게도 영향이
미칠 것이다. 이게 진짜 사람 미치게 하는 거거든.
그럼 이제 전과에 따라 범죄자의 사회 복귀 여부를 가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신림역 칼부림 난동의
피의자는 소년원 시절에 전과가 14범이고 성년이 되고도 폭력 전과 3범으로 도합 17범이니까 17범 기준으로는
더이상 퇴소시키지 않고 국가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며 각종 노역으로 부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어디
써먹을 수 있을만한 구석이 있긴 할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적어도 굶어죽지는 않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정년 퇴직할 나이가 되거나 못쓰게 되면 안락사 또는 존엄사 조치를 취하면 될 거 같다.
사형 제도는 국제적으로 불허니까 인도적으로 주민등록 번호를 말소하고 철저하게 정부에 소속된 개로 키우자고.
이러한 전과자의 수가 많아지면 무임금으로 공장도 돌리고 국민들을 위한 예능도 촬영하고 정기적으로 헌혈까지
시키면 얼마나 좋아. 이번 피의자 이름을 딴 특별법을 제정하면 전과자의 재범과 소년 범죄 발생률을 대폭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소년범 전과도 대상에 포함할테니까. 합리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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