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라면 이웃집 아저씨의 제안대로 경비원 근무 인수인계를 받아야 했지만 사무소에서 너무나도
간곡하게 일요일 출근을 부탁 받아 어쩔 수 없이 일정을 변경해서 출근하기로 했다. 이틀 연속으로
출근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새벽 4시에 이웃집 아저씨가 출근하시면서 진짜로 안 갈 거냐고
물어보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푹 잠들었다. 그래선지 눈 떠보니 평상시
기상 시각보다 20분 정도 늦었다. 어제처럼 코앞에서 전철 놓칠 뻔했는데 기사님이 보시기에 무척
딱해보였는지 열어주셔서 탈 수 있었다.
계속 고민되는군, 월요일에도 나올 수 있을지. 통장 잔고 보면 나오는 게 좋긴 한데. 노가다인이 다
됐는지 작업조끼 입고 계시는 분 보면 예전엔 아무 감흥이 없었는데 이젠 조끼 디자인을 보게 된다.
그저 내가 지금 새로운 조끼를 구매할까 고민중이라 그런 건가.
아무튼 세대 청소할 줄 알았는데 불려가선 어떤 구조물의 천장을 보수하는 작업을 맡게 되었다. 뭐,
원랜 그냥 갑빠천 하나 덩그러니 올려서 비를 겨우 막고 있었는데 중앙이 움푹 파이면서 물이 고여
마침내 붕괴되었던 것을 개보수하라는 뜻이었다. 철근을 조금 나르거나 지지대용 목각을 운반했다.
그런데 80% 정도 진행되었을 무렵 현장 소장 지시로 '어차피 비 소식은 어제로 끝이니 냅두면 전부
마른다'라면서 도로 0%로 원상복귀시켰다. 대체 뭐하자는 거지.
그후로는 현장 주차장 입구 바닥에 관련된 일을 하다가 '트렌치 청소'라고 불리는 작업으로 불려갔는데
간단히 말해서 지하 주차장의 모서리에 있는 배수로를 청소하는 일이었다. 왜 '트렌치'라고 불리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전쟁에서 적군의 포격을 피하기 위한 참호처럼 배수로가 파여져 있는 것 때문에
트렌치라고 불리는 모양이더라. 독일군 제복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은 트렌치 코트처럼 말이다. 아무튼
그냥 배수로 청소라고 했으면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을 굳이 트렌치 청소라고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어제의 말 잘 통하던 김학장 반장님과 둘이서 진행했다.
점심 시간에 밥 사준다는 말이 있었는데 듣기로는 햄버거라고 한다. 오전 11시 40분에 치킨 버거랑
감자 튀김, 콜라 500㎖ 한 병을 배급 받았다. 솔직히 양은 부족했다. 잤다.
트렌치 청소를 위해 수레를 끌며 작은 쓰레받이, 플라스틱 싸리비, 마대 자루를 챙겼다. 일단 수레에 물을
잔뜩 받고 나서 청소해야하는 구간으로 가서 쓰레받이로 물을 퍼낸 뒤 뿌린 뒤에 빗자루질을 해서 진흙을
벗겨내며 물과 함께 배수구 방향으로 쓸어간다. 미장칼 같은 것을 하나 더 챙겨서 중간중간마다 바닥면에
흙이 너무 많이 쌓였다 싶으면 긁어낸 뒤 마대 자루에 담고 추후 이 마대자루를 둑으로 이용한다.
배수구를 통과하지 못하게 진흙이 들어간 마대를 쌓아 둑을 만들고 열심히 자루질을 해서 물기와 먼지를
제거하는 게 업무 내용인데 의외로 쉽지 않더라. 아무튼 끝냈다.
그러고보니 4대보험 비용을 앞으로는 사무소에서 납부하겠다고 발표가 났다고 한다. 개꿀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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