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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병영 일기

입대 전 기록과 꿀팁

by 레블리첸 2020. 2. 9.

이미지 넣을 거 없을 때 이런 게 적당하더라.

 

 

 

꿀팁 요약

① 동반 입대든 그냥 입대든 경쟁률 빡센 편이니까 미리 대비하자.

② 컨디션 관리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전날엔 푹 자고 가족과 인사 잘 나누자.

③ 머리 빡빡 밀지 말고 적당히 4~5cm 정도로 밀고 옆머리만 정리하면 깔끔하다.

④ 폰 정지만 시키고 없애진 말자. 난 없앴다가 피봤다.

 

 

 

둘째 동생과 동반 입대가 아닌 동반 입대를 하게 되었다. 동반 입대라 함은 친분이 있는 사람과

 

같은 부대에 배정되어 함께 군생활을 하게 되는 시스템을 일컫는 말인데 주로 친구나 형제들이

 

곧잘 신청한다. 둘째와 나는 동반 입대를 지원할까 말까 고민했었지만 괜히 신청했다가 사이가

 

틀어질까봐 그만두기로 하고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훗날 알아보니 입대하는 사람이 매해마다 꽤 많아서 꽤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고 하더라.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사실 나랑 둘째는 입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생각하고

 

느긋하게 신청 접수 시작 익일에 접속했다가 적절한 입대 시기를 죄다 놓쳐버렸고 심지어 동반

 

입대까지 못하게 된 채 딱 볕이 뜨거워지기 시작할 무렵인 8월 6일을 입대일로 정하게 됐다.

 

 

같은 날 입대하지만 각자의 부대로 갈라지게 될 운명에 처한 당시의 심정을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까놓고 말해서 둘째랑 같이 군 생활을 한다는 게 꺼러졌었다.

 

왜냐하면 난 사회성이 부족하고, 처음 해보는 일에 미숙하고 적응조차 느리기 때문에 그 애보다

 

군 생활을 잘할 자신이 없었고 선임이나 간부한테 비교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사이가 원만한 두 사람이 동반 입대했다가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들었기 때문에

 

특히나 질투심 많은 내가 혹여 둘째를 시기해서 어색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동반 입대를

 

굳이 하라면 하겠지만 안 되도 상관은 없다고, 아니. 되도록 안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입대 전까지는 대부분의 입영을 앞둔 장정들이 그러하듯, 나도 둘째도 입대를 핑계로 뻔뻔하게

 

놀았다. 다들 날이 갈수록 초조해질 거라고 했지만 그런 건 전혀 못느꼈다. 나란히 삭발식을 한

 

후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시원해서 마음에 들더라.

 

대충 미용실 가서 3mm로 머리를 밀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참 등신 같은 짓거리를 했다. 동네

 

전체에 군대 간다고 뽐내고 다닐 생각인 것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4~5cm 정도로 자르고 구렛

 

나룻만 정리하는 게 미관상 훨씬 낫다. 아니면 그냥 장발인 채로 가서 군대에서 잘라 달라 해도

 

깔끔하게 잘 잘라준다.

 

참고로 휴대폰은 정지만 시키되 없애지 않는 게 좋다. '어차피 군인이니까 쓸 일이 없겠지'라고

 

생각해서 폰을 아예 번호만 남겨놓고 없애버렸는데 이 때문에 군 생활 21개월동안 고통받아야

 

했다.

 

 

 

결국 나는 102보충대로, 둘째는 306 보충대로 부름 받았다.

 

 

어쨌든 당시에는 '소울카드마스터4'라는 게임에 빠져있어서 입대 4일 전부터 마지막으로 영상을

 

하나 만들어놓고 가자는 열정이 끓어올라 제작에 착수해서 결국 입대 당일 새벽 4시까지 철야를

 

감행하여 겨우 업로드까지 마쳐놓았는데 이것이 치명적인 실수더라고. 피로에 쩔어서 뻗은 놈이

 

아침에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 리가 만무했고 어떻게든지 준비는 끝마쳤지만 둘째와 아버지랑도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나눌 수가 없었다.

 

심지어 조수석에 타선 출발하고 얼마 안 지나서 숙면을 취해버렸다. 도중에 '스텝 핫도그'라는 걸

 

자는 동안 휴게소에서 사오셔서 먹었는데 너무나 죄송스러웠다. 나라는 녀석은 참 염치가 없구만.

 

춘천에 다다라선 삼촌과 잠시 만났고, 마지막으로 그 유명하다는 춘천 닭갈비를 먹었는데 그때도

 

여전히 잠이 덜 깬 상태라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 맛이 없었다.

 

 

운도 지지리 없지. 도착하니까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고

 

입영 시각도 앞당겨졌다. 새어머니와 팔짱을 낀 채 보충대 건물 조금 돌아보면서 관물대 구경하다

 

방송 듣고 강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때부터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난 곧

 

다시 뵐 수 있겠지 생각하고 간단한 인사만을 뒤로 한 채 경박히 뛰어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우천 탓으로 부모님과 작별 인사를 하는 등의 행사가 취소된 사실을 모른 채 그게 끝.

 

새어머니랑 차 안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을텐데, 손이라도 더 잡아보고 포옹이라도

 

한번 더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제서야 겨우 둘째랑 동반 입대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진짜로 혼자가 되는구나 싶던 그때 그 아이가 내 옆에 있어줬다면 훨씬 의지가 되었을텐데, 하며

 

패닉 상태가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내 앞에 서있는 다 똑같은 뒤통수를 보며 저중에

 

어쩌면 둘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일뿐이었다.

 

 

http://blog.naver.com/ravlitzen/220356377536

 

입대 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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