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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병영 일기

20130819~20130824 병영 일기 18일차까지

by 레블리첸 2020. 2. 18.

 

 

 

 

 

○ 신병교육대 13일째 (2013.08.19) 월요일

 

지애 꿈을 꿨다. 올ㅋ 『스즈미야 하루히』같더라. 같이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는데 이래저래

 

"다른 사랑해보려 했는데 너밖에 안 되더라."라고 말했는데, 내가 한 말이지만 참 멋있고 못났다.

 

아침부터 바둑알 올리고 총 쏘기에, 예비 사격에 정말로 힘들었다. 겁나 힘들었는데 시간은 겁나

 

안 가더라.  박찬물이가 1주 시작인 월요일 하루만에 벌점 6점을 쌓았다. 4점만 더 쌓으면 군기

 

교육대 ㄷㄷ 지젼

 

아직도 13일째라니.. 내일은 오전 4시 기상 후 가군장 행군이다. 망할. 피곤할테니 얼렁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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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교육대 14일째 (2013.08.20) 화요일

 

이런 미친.. 새벽 4시 기상 후 군장(20kg) + 총 메고 3km 너머 사격장까지 행군했다. 산을 두 개 넘었다.

 

정확히는 1개 반. 사격장이 산 위에 있다. 일단 굽이길로 산 빙 돌아 넘고 현장까지 올라가고. 사격은 쉬웠다.

 

좀 긴장되니 전혀 힘든 것도 모르겠고 영점 사격 결과도 좋았다. 교관 왈, "자신감을 갖고 쏴." 음, 좋다.

 

114번 동기 라뚜, 한상어가 행군 도중 논두렁 물길에 빠졌는데 세상에 가슴까지 잠겼을 정도로 깊었단다.

 

그만큼 길이 험난했다. 위처럼 양 옆이 물길인데 폭이 좁은 '경계벽' 위로 균형 잡으면서 걸어야 하기도 했고

 

귀환할 땐 그늘이라곤 전혀 없는 논길 위를 걸어야 했다. 지젼 힘들었고, 내일 또 간다니 이가 갈린다.

 

뿐만 아니라 12발 이하 적중 시 남은 소대들이 다 쏠 때까지 PRI(사격술 예비 훈련)를 해야 한다니 겁이 난다.

 

뭐, 잘하겄지. 사격은 문제가 아닌데 정말 가는 길이 문제다. 팔꿈치도 아프고...

 

(-> 9/18 : 물은 깊지 않았고, 라뚜가 드러누워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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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교육대 15일째 (2013.08.21) 수요일

 

미친 사격장... 지젼 사격을 하려고 왕복 6km 3시간 반을 뙈약볕 아래서 걷다니... 각개 전투장은 더 멀다니

 

걱정된다. 이런 망할. 오늘 사격은.. 솔까 망했다. 합격은 했지만 겨우 12발 턱걸이에 그나마도 내가 선 3사로에

 

문제가 있어 5발 추가를 시켜준게 합격 커트라인이라니, 좀 구차하다. 솔까 난 탈락감인데. 하루가 사격 한 번

 

하는 거로 지나가 버리는구나. 저녁이 맛있었다. 깍두기랑 겉절이 지젼 그리고 버섯 들어간 된장찌개도 지젼ㅋ

 

내일은 야간 사격도 있어서 저 거리를 두 번 오가야 한다는데 생각만으로 소름이 돋고 어깨가 저려온다. 망할 거리.

 

훈련은 안 빡센데 거리가 진심 뻐큐ㅗ 거리가 짧은 교육대도 있다던데 부럽다.

 

 

그래도 하루는 빨랐다. 이제 겨우 2주차 돌입 전이구나. 제식훈련은 끝났고 남은 건 사격 등등.. 정말 하루는 빠른데

 

시간은 느리다. 오늘도 이렇게 끝났구나. 디게 보람찼는데 글로 옮기니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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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교육대 16일째 (2013.08.22) 목요일

 

어제 일이지만.. 뻐킹 야간 사격! 주간 사격 4발기록 왜 이러냐. 우리 까뜨린느(총)가 맛탱이가 간 모양이다.

 

아님 내가 맛이 갔던가. 왕복 4번->15km 이런 미친. 야간은 단독군장(수통, 탄띠, 비옷)에다 햇빛도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여튼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특히 급경사 산길을, 내려오던 길을 거슬러 오르게 시키다니 미친

 

거 같았다. 뻨ㅋ 야간 사격은 0발 이런 미친. 177번이랑 총 아랫뭉치를 바꿔줬는데 이새끼가 잠수탔다.

 

뭐하는 새끼지. 총기 손질 시간에 넌 뒤졌다.

 

23:30분쯤 돌아오니 대대 목욕탕에서 씻겨주더라. 왠만한 대중 목욕탕급이더라. 이렇게 좋은 데가 있는데 우릴

 

세면장에서 샤워시켰냐. 침상에 오니 콜라랑 빵을 주더라. 먹고 마시니 모든 울분과 설움이 씻은 듯 사라졌고

 

잘잤다. 지젼 인간은 단순한 생물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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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교육대 17일째 (2013.08.23) 금요일

 

오전 7시 기상! 6시 40분에 기상해서 침상 정리 끝내고 여유로운 아침을 보냈다. 굿ㅋ 일요일까진 좀 널널하겠다.

 

우왕ㅋ 굳ㅋ 정신교육 굿ㅋ 체력단련이 좀 빡셌지만 그래도 할만 했고 기록도 점점 오르고 있다. 5주차엔 적어도

 

4급, 7주차면 3급하겠군ㅋ 8/31까지 아침구보를 못하는 건 아쉽다만.... 그때, 각개전투 주차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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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교육대 18일째 (2013.08.24) 토요일

 

토요일! 근데 불침번이 자다가 걸려서 116번 유동생, 117번 유푼수 둘이서 사이좋게 나란히 벌점 10점 스트레이트로

 

군기 교육대 가게 됐다. 헐ㅋ불쌍ㅋ 근데 여파로 우리 소대 전체가 개인정비 시간을 반납하고(=편지 못쓰고) 잉여하게

 

됐다. 망할!

 

그리고 177번 이새낀 뭐하는 새낄까. 양심이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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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사격장까지 가는 거리를 조교들이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거 같다.

 

겨우 3km밖에 안 되는 거리인데 그렇게 도보로 오래 걸렸을 리가 없어. 물론 훈련병 때는 다들 아직

 

기초 체력도 잡혀있지 않았고 사회에서도 오래 걸어본 일이 없는 치킨들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렇게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강도 몇 개씩 건너고 산 하나를 빙 둘러서 올라가기도 했으니.

 

 

일기를 쓰다 보니 잊고 지냈던 소중한 옛 동기들이 떠올랐다. 특히 라뚜라는 별명을 가진 그 친구.

 

수색대에 갔던데 살아는 있을런지? 쥐를 닮아서 '라따뚜이'를 줄인 것이 별명이 붙여진 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슬슬 분위기에 적응해서 일기도 상당히 밝아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정신병자처럼 개인 화기를

 

애칭으로 불렀던 기억도 난다. 으음 당시엔 총을 지지리도 못쐈는데 자대 배치된 후에는 신궁(神弓)처럼

 

만발을 꽂곤 했다. K-2 조준법이 나랑 안 맞았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