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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병영 일기

20130806~20130809 병영 일기 4일차

by 레블리첸 2020. 2. 13.

 

 

 

 

 

 

 

○ 훈련소 1일째 (2013.08.06 23:00 취침)

 

여유롭고 지루하고 더웠다. 사실 이건 3일째 아침에 쓰는 거다. 훈련소 입소땐 긴장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났는데 저녁쯤 되서 일과를 마치니까 부모님 생각에 특히 헤어질 때 눈물을 흘리신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또 제대로 연락도 안 한 우리 친엄마께도 죄송스러웠다.

 

번호를 몰라서 연락을 드릴 수도 없고 착잡했다. 또 새엄마랑 많은 얘기도 못하고 차 안에서 졸기만

 

한 것도 후회되고 아 여튼 여러가지로 후회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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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소 2일째 (2013.08.07 22:00 취침)

 

각종 보급품을 지급 받았다. 치약, 칫솔 등등. 휴지 괜히 갖고 왔나. 군대 가기 몇달 전 여유가 있었을 때

 

더 알아볼 걸하고 후회했다. 씻지 못해서 기분이 엿같다. 다행히 옆 전우에게 샴푸라도 빌려서 머리 감거나

 

비누로 닦긴 했지만 팬티가-_- 찝찝하다. 갈아입지도 못하고. 대학교 형들한테도 이것 저것 물어볼 걸...

 

후회의 연속이다.

 

어깨 탈골 얘기도 했다. 옛날이면 4급 판정인데 지금은 '정찬성' 때문에 상관없단다. 개●끼..... 푸쉬업

 

얼차려 받다가 뻗었다. 개쪽팔렸다ㅠㅜ 종교 활동 때 몇번인가 울 뻔 했다. 괜히 슬픈 거 틀어주고 지랄--ㅋ

 

난 부족한 녀석이라 옆 친구들에게 곧잘 손을 빌리고 있다. 고맙다. 다들 착하다. 나이도 같고.

 

내가 게임을 더 잘했으면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을 걸.

 

잘 때 심히 더웠다. 그래도 겨울보단 나았으리라 생각하면서 위로했다. 건물도 후미지고 여러 모로 잡일을

 

해야해서 상상보다 별로지만.. 아직은 수련회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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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소 3일째 (2013.08.08 21:00 취침)

 

앞에서 밀린 1~2일째 일기를 쓰고 나니 후련하다. 다만 집에 소포를 부칠 때 편지를 빼먹어서 대강 틈으로

 

쑤셔넣었는데 빠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뭐, 안 가도 상관없지만ㅋ 그래도 지갑을 소포에 넣지 않아서

 

다행이다. 1일째부터지만 광풍이가 걱정이다. 잘 지낼까. 오늘 나온 군데리아가 똥맛이다. 토할 뻔 했다.

 

망할.. 소포에 신발을 넣으니 기분이... 공허하다. 사회와의 마지막 끈이 끊겼다. 의지할 데를 잃은 기분이다.

 

아마 이때 많은 장정들이 기가 끊어져 자살을 이루리라 싶다. 난 버틸 생각이다. 힘들어도 참고 넘기겠다.

 

 

특공병이 되기로 했다. ㅋㅋ진심 대박 사실 내가 선택한 거다. 색약, 탈골, 방향치라 장담은 못해도 내심

 

되면 좋겠다. 힘들다고들 하지만 난 이제 군인이다. 이번 일을 기회삼아 나약한 자신을 바꾸고자 한다.

 

항상 나는 하지 않고 후회한다. 소포에 깨끗한 팬티를 보냈다. 3일간 입은 팬티를 입고... 소포는 이미

 

보냈으니 늦었고 냄새 맡아보니 작살나더라. 버려야겠다. 흰 팬티가 아니라 다행이다. 원래는 수첩을 아껴

 

쓸 생각이었지만 그냥 펑펑 쓰기로 했다. 남는 게 종이지, 펜은 아니다. 

 

어머니가 입소하기 전 쓰신 편지를 읽었다. 웃으면서 쓰시는 걸 지켜봤는데 지금은 울고 있다.

 

울었고, 일기를 쓰는 지금도 운다. 왜 그런 걸 쓰셔서 날 울게 하는지. 미우면서도 고맙다.

 

고마우면서도 밉다. 

 

이것 저것 또 짐을 받았다. 의류대가 꽉 찼다. 고만줘라.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다. 동료도 착하고

 

20생활관이 끝이라 가끔 꼴지이지만 식시할 때 먼저고, 각종 잡무도 열외받은 적 있다.

 

음! 난 운이 좋구나ㅎㅎ 

 

첫 샤워!!

샴푸도 빌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속옷 교체도 했다. 찬물 샤워였는데도 겁나 시원했다.

 

찬물이라 그런가ㅎㅎ지금 얼차려를 받아도 씻기 10분전만큼 더러워지지 않을테니 만족한다.

 

신병 교육대는 12사단, 자대는 2사단. 동기들과 전혀 겹치지 않아 좀 두렵지만 뭐 잘 되겠지

 

싶다. 오늘이 훈련소 마지막날. 내일, 신교대부터 7주간 빡시게 굴려진단다.

 

좀 밝아진 수첩은 또 우울해지겠지. 쓸 짬도 안 날지 모른다. 또 생략해야 하나.

 

여기 쓸 때마다 기분이 나아진다. 번뇌가 사라진다고 표현하자. 끔찍했던 훈련소도 떠난다니 섭섭하다.

 

일병이신 분대장님도 좋은 분이신데 더운 날씨와 직위 탓에 호통치시는 모습만 보아 아쉽다.

 

샤워할 때 1층에 가라고 하시자 고개 숙여 감사 인사 드렸더니 당황해하셨다.

 

다른 대원분들도 내가 존대하자 다들 당혹해한다.

 

츤데레 같으니ㅋ -> 취소. 알고 보니 모두 나와 같은 훈련병이었다.

 

그래도 동기간에 계속 존대할 거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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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소 4일째 -> 신병교육대 1일째  (2013.08.09 22:00 취침) 

 

아침부터 비를 퍼붓는다. 정말 신난다. 다행인 건 버스 타기 전에 비가 멎었다는 거다. 훈련소 동기들과

 

헤어진다니 섭섭하다. 맨 뒤에 훈련소 친구 주소를 적었다. 버스 이동은 대략 2시간. 에어컨도 틀어주고

 

호송관이 무서웠던 것은 있었지만. 뭐, 대강 잘 쉬었다. 도중 휴게소에 들렀는데 콜라를 팔길래 샀다.

 

꽤 오랜만에 물 이외의 음료는 처음이라 희귀하여 일단 사긴 샀는데 1500원. 날강도 집단이다.

 

망할 장사꾼들. 신교대 도착하는 순간 굴린다길래 바짝 쫄았는데 의류대가 겁나 무거워서 어깨에 멍이

 

든 것 빼고는 다 좋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얼차려가 기다리고 있다. 겁나는데 환경은 썩 좋다.

 

선풍기 네 대가 돌아가니 잘 때 춥더라. 시설도 깔끔하고 샤워도 시켜준다. 보충대보다 훨씬 환경이 좋다.

 

입소식 훈련은 좀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꿀이다. 말만 잘 따르면 된다. 밥도 맛있었고 점호도 빡세지

 

않다.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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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대 배치를 받고 난 뒤는 일정해져서 따로 적진 않았지만 초반에는 취침 시각이 불규칙해서 특기해놨다.

 

솔직히 오랫동안 병영 일기를 올릴까 말까 고민했다. 군사 기밀 유출이나 뭐시기로 잡힐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특별히 감수해주시는 분이 없으니 그런 부분들은 직접 고치기로 했다.

 

 

훈련 내용이 담긴 일기는 경험을 위주로 장소는 일절 공개하지 않겠다. 어디에서 뭘했는지에 대한 관심도

 

없어서 적어놓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일기를 하루가 끝날 때쯤에 적거나 훈련의 도중에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감을 살리고자 부랴부랴 썼던지라 문법상 이상한 곳도 많지만 고치지 않고 그대로 필사했다.

 

 

마찬가지로 군사 기밀에 대한 것은 일기에서도 지우고 찍어서 올릴 예정. 102보충대 등의 일부 기관명은

 

어차피 공개되어진 것이니 그대로 적어올린다. '특공병' 이 될 뻔 했는데 후술한 보충 설명대로 색약, 탈골

 

증상, 방향치라는 이유로 실격됐었다. 당시에는 좀 실망했었는데 지금 보면 천만 다행이었다. 발탁 됐다면

 

오늘날 이 일기를 쓸 날도 없었을지 모른다. 아직 계급 체계도 제대로 모르고 어리숙한 나였는데 일기장에

 

그런 성격이 아주 잘 드러나 있다

 

 

종합 격투기 선수 '정찬성'씨에 대한 욕이 좀 있는데 적지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적었다. 내 개인 생각이니.

 

나는 꿀빨러(병역 기피) 기질이 심해서 공익으로 빠지려고 했었는데 어깨 탈골건은 정찬성 이후로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들어서 많이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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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 1~4일차

○ 훈련소 1일째 (2013.08.06 23:00 취침) 여유롭고 지루하고 더웠다. 사실 이건 3일째 아침에 쓰는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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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7일, 입대 후 정확히 2년 뒤인 날에 포스팅을 바라보는 2020년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