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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yReview/▶ About Anything

웨어러블 컴퓨터의 시대, 에어 마우스 Vanzy 내돈내산 사용 후기

by 레블리첸 2023. 9. 23.

 

 

 

 

 

 

 

마우스가 밉다. 지구상에서 마우스를 박멸해버리고 싶다. 기기 틈새에 먼지 들어가고 떼가 끼는 게 싫다.

그런 생각에 빠져있다 어느샌가 마우스를 버리고 터치패드에 입문하게 되었다. 터치패드의 세계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손가락 지문에 화상 걸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픈 감각이 따랐지만 한 번

익숙해지니 매우 편해졌고 마우스에 비해서 훨씬 크기가 작다는 점도 또한 압도적인 장점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키보드에 터치패드가 달려있는 기종을 구매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나는 아예 마우스가 필요 없는

세상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에어 마우스'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에어 마우스는 단어 그대로 기존의 마우스 형태에서 탈피하여 마치 마우스가 없는듯이 마우스 포인터를

조작하는 것을 뜻한다. 무선 이어폰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어떻게 이어폰이 무선일 수 있냐

의구심을 표한 사람들이 많았으니 에어 마우스라는 단어도 아직은 생소하겠지만 얼마전 발표된 Apple

Vision Pro 역시 마우스 및 손가락을 이용하는 대신, 시선을 추적해서 화면을 조작할 수 있다고 하니까

일종의 에어 마우스를 겸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개념이나 선구안에 대한 시덥잖은 이야기는 거두절미하고 어쨌든 정보의 바다를 정처없이 표류하던 중

우연히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어떤 알고리즘에 의한 유도인 것인지 아무튼간에 'Vanzy' 에어 마우스를

발견한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결제를 질러버렸다.

 

 

 

 

 

 

가격은 대략 10만원 정도였다. 마우스치고는 역시 조금 비싼 감이 있는데 재미와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의 금액이었다. 8월초에 구매해서 지금은 2달 가까이 지났으니까 후기를

작성할 명분은 충분하겠지.

 

 

 

 

 

 

 

 

 

 

 

포장 상자를 보았을 땐 감탄했다. 나름 멋지게 생겨서 기대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상자를 열고 실물을 꺼내서

확인하고 나서는 소문의 실리콘 반지가 케이블 타이랑 그다지 차이가 없는 조악한 상태라서 경악했고 Vanzy

단말 자체로는 충전 크래들에 부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불량을 받은 줄 알고 걱정 제법 많이 했다.

언제나 애플 제품이나 삼성 제품을 구매했을 땐 제품을 수령해서 열어보면 배터리가 언제나 완충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줄만 알고 곧바로 연결을 시도했는데 제대로 동작이 되지 않기에 확인해보니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상태였더군.

충격적이지만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그동안에 설명서를 차분하게 읽어보았다. 시험작이나 다름없는지라

몇가지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고. 다른 사용자들의 직접 사용한 후기를 찾아보았는데 사용에서

적응하는 데에 나름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터치 패드도 적응이 되면 일반 마우스보다 편한 구석이 있으니 이

에어 마우스에도 적응해지면 나름대로 편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됐다. 물론 갤럭시나 애플에서 자체적인

반지 형태의 에어 마우스가 출시되면 곧바로 갈아탈거지만. 아주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닌 게, 실제로 마우스

기능이 가능한 반지 형태의 단말 장치가 출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본다.

 

 

 

 

 

 

 

 

 

 

충전이 상당히 오래 걸렸는데 그게 싫진 않았다. 충전이 오래 걸려도 좋으니 이용 시간만 적당하면 된다. 놀랍게도

Vanzy 자체 소프트웨어가 제공되어서 마치 logitec처럼 에어 마우스의 버튼 설정을 변경하거나 배터리의 잔량을

확인하는 게 가능하더군. 부디 다음번 PPT 발표 전까지 능숙해져서 발표할 때에 Vanzy 에어 마우스 사용을 뽐낼

수 있게 되기만을 학수고대할 뿐이다.

사용감이 다소 불편하리라는 부분은 많이 감안해야겠지. 다른 예시를 들자면 지금은 이미 너무나도 대중적이게 된

무선 이어폰의 초창기 형태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지금은 아마도 X15까지 출시된 것 같은 Archon의 Freebuds

무선 이어폰을 X1때 사용했는데 그때 그 감성이라고 여겨야지, 뭐.

무선 이어폰은 크래들에 장착될 때 자석 부착 방식이 채용되는 추세인데 안타깝게도 Vanzy는 자성이라고는 두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게 일단 개선이 필요한 부분 중 하나. 철썩하고 달라붙질 않으니 제대로 충전이 되는 중인지

의심하게 된다.

 

 

 

 

 

 

 

마우스 자체에는 금방 적응되었지만 몇가지 설정상 아쉬운 점이 드러났다. 일단은 반지를 장착했을 때 꼬리가 상당히

남는데 이거 때문에 타자를 치기 상당히 불편하다. 아마도 장착을 잘못한 게 아닌가 싶은데 내일 연구해야 할 듯 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구매하자마자 사용하면서 즉각적인 생각에 대해서 받아적은 내용인데

미래의 내가 첨언하자면 실리콘, 케이블 타이의 남는 부분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예쁘게 잘 정리된다.

이것 이외에는 스크롤 동작이 어지간히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도대체 어떻게 설정해야만 부드럽게 스크롤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건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뚝뚝 끊기며 스크롤 올라가고 내려가는데 이동폭 조절이 안 되는지

놓치는 내용이 꽤 많아 화면 보기 불편했다. 에어 마우스 같은 웨어러블 컴퓨터가 향후 많이 출시되면 좋겠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에서라도 환불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스크롤 끊기는 걸 볼 때마다 조금씩 나의

굳은 의지가 깎여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나름대로 물건은 괜찮다.

설정창의 '느린 스와이프'와 '빠른 스와이프'가 대체 무슨 뜻이며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설명해주면 좋으련만. 여러

실험을 거쳤어도 결국 파악은 못했고 설명서에도 딱히 해당 내용은 없었다.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정식 직원이 아닌

단기 알바생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앉혀놓았는지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어서 결국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용 환경]

1. mac OS (Mac Mini M1 Ventura 13.4.1 (c)

2. iPad OS (iPad Pro 6th Gen 16.5.1(c)

설정 프로그램이 Mac OS에서 제대로 호환이 안 되는지 Alt Tab으로 찾을 수 없다는 점도 불편했다. 나중에 제대로

작동 시간을 측정해보도록 해야지. 그나마 다행인 건 Mac OS와 iPad OS간에 유니버설 컨트롤의 사용은 가능했다.

쉽게 말하자면 Mac OS에서 사용하는 Vanzy 에어 마우스 포인터가 iPad로 이동된다고.

익숙해지는 데에는 대략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에어 마우스가 워낙 소형이라 배터리 용량 부족이 걱정되었는데

생각보다도 이 부분에서는 괜찮았다. 하지만 역시 시험작과 다름 없는 1세대는 1세대. Vanzy 소프트웨어는 참으로

훌륭하나 기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몇몇 한계가 뚜렷하게 다가왔다. QA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단언컨대

이것은 사용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못한 QA 실패로 보인다.

 

 

 

 

 

충분히 재미있는 기기였으며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1세대이고 중소기업

기술력의 한계점이 명확하다. 2개월간 사용하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에 대해 열거해보자면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하드웨어적인 미흡함

충전 크래들에 부착했을 때 Vanzy의 충전이 가능한데 충전중이라는 LED indicator 부재로 충전이 되고 있는 건지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충전 잔량에 따라서 LED 점멸 횟수라도 지정해두었다면 좋았으련만 얼마나

배터리가 남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굳이 기기를 장치에 연결하여 자체 소프트웨어를 작동하거나 위에서 보여주었듯

블루투스 설정창을 확인해야만 한다.

Vanzy 장치를 충전 크래들에 결합하는 방식이 퍽 원시적이다. 근래에 들어 대부분의 무선 이어폰은 충전 크래들에

자석을 이용해 부착하고 충전 크래들 부착 여부에 따라서 전원 상태가 바뀌는 부차적인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이 Vanzy 에어 마우스는 실리콘 링과 결합하면 크래들 결합부와 딱 맞는 크기가 되어, 크래들 충전 단자에 꾹 눌러

충전을 시켜야 한다. 또한 위에서 지적했다시피 그렇게 눌러도 충전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원을 끄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잊고 지내도 언제나 함께인 대기의 이름을 따서 에어인지

에어 마우스는 상시 전원이 켜져있는 상태다. 이는 고객센터에 문의해서 알게 된 것이며 1분간 사용하지 않을 시에

절전 상태로 전환되는 것이 전부다. 전원을 못끄는 게 기획대로인지 내부사정을 알 도리가 없지만 일반적인 사용자

입장에서 이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느라 전원 조작에 대해 잊었다고 생각이 든다. 압도적인 전원 관리로

전원을 끌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면 그렇다고 자랑했겠지.

2. 소프트웨어의 불편함

일단 스크롤 동작이 매우 끊긴다. 스크롤 올리고 내릴 때면 스트레스가 상승해서 스크롤 오르고 내릴 땐 터치패드

사용해서 내린다. '빠른 스와이프'와 '느린 스와이프'의 차이에 대한 설명도 없고 민감도 조절폭은 1부터 100까지

넓지만 쓰질 않으니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빠른 스와이프랑 느린 스와이프를 어떻게 동작하는 건데ㅋㅋ

Apple 제품과의 호환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은 모양인지 조화롭게 융화되지 않은 것 같다는 인상도

크게 든다. 터치패드로는 가능한 화면 Zoom in 및 Zoom out 동작이 불가능하고 횡스크롤도 불가하다는 점에서

사용성이 크게 뒤떨어진다. 마치 90년대 마우스를 쓰는 인상이 들었다. 아마도 '디아블로2' 같은 게임에 사용하면

나름대로 불편함을 못느꼈겠지만 문서 작업을 주로 하는 나로선 사용하기가 퍽 까다로웠다. Excel 문서 횡스크롤

안 되니까 너무 답답하더라고. 그리고 구조상 스크롤 클릭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아쉬웠다. 연구가 필요하겠지.

총평

5점 만점에 3점. "11만원짜리 재미있는 장난감"

까놓고 말하자면 '에어 마우스' 자체에 적응은 2시간만에 됐지만 터치패드보다 쓸 수 있는 게 없어서 안 쓰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몇몇 단점이 개선된다면 2세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 횡스크롤, 가운데 클릭,

자성 활용, 전원 관리가 추가되면 충분히 추천할만한 제품이 될 거 같다. 솔직히 지금은 장난감 수준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내부도 깔끔했다. 소프트웨어 구조 때문에 이 기업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