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이맘때 즈음에 드론이나 소형 촬영기구 등을 구매해서 직접 운전하거나 조립하는 영상을 찍어서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뜻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의 묘미라고 하는 말처럼 뜻밖에도 충치 치료 및 사랑니 발치가 큰 비용이 들었고
거기다가 막상 통장에 잔고를 남기지 않고 예금과 주식으로 분할해버렸더니 소비가 위축되어버렸다. 통장 잔고가 불과
만원대에 머무르니까 간식조차 사먹지 않게 되는 나 자신을 보며 이렇게나 쫌생이일줄은 몰랐다며 흥이 식었을 정도다.
아무튼 그런 관계로 아쉽지만 영상을 첨부하는 일은 없게 됐다.
# 자전거는 왜 샀어?
전동킥보드로 출퇴근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전동킥보드 위에 서서 가는 것이 힘들었다는 거다. 요컨대 앉아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전동킥보드로는 도로를 달릴 때 상당히 눈치가 보였다. 가뜩이나 신장이 큰 편에 속하기 때문에 마치
전봇대가 이동하는듯한 착시현상을 준다는 말을 들으니 덩달아 위축되기 시작했다. 차라리 앉은 상태였다면 신체가
접힌 상태가 되니 그나마 덜 시야에 띄었을텐데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전기자전거로 갈아타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내가 원하는 전기자전거의 요건은 몇가지 있었다.
- 배터리 탈착식
- 접이식 전기자전거
- 멋있는 외형
- 짐받이가 있을 것
이 네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것이 바로 에코라이즈 타이탄700 제품 되시겠다. 이전에 사용한 전동킥보드는 배터리
충전하려면 방에 들쳐메고 올라가서 바닥에 거치대 깔고 충전해야 했기 때문에 배터리 탈착 여부는 매우 중요했다.
이어서 접이식 여부는 보관 장소가 공동 현관이며 동시에 공동 자전거 보관소를 겸하는 곳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공간을 덜차지하려면 어쩔 수 없더라고.
처음 타이탄700을 수령했을 때는 솔직히 상자 크기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창 일하고 있는데 고시원의
원장님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아 '어머어마한 것이 왔다'는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면서 호들갑이라 생각했는데
도착해서 보니까 거의 현관을 다 틀어막고 있는 수준의 상자를 보고 기겁하면서 재빨리 해체했었다. 왜냐하면
고시원에는 직장인이 많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되면 엄청나게 입구가 혼잡해지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7BSchIydVQ
너무 급해서 소중한 전기자전거를 부드럽게 다루지 못하고 거칠게 상자에서 꺼냈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면서
격려해주었던 게 기억난다. 차체 무게가 20kg이 조금 넘었던가. 기본적인 조립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았고 특히
방대표 BDP TV 채널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없었다면 절망했을지도 몰라.
기본적인 조립을 마치니 땀범벅이 되었고 알 사람은 알겠지만 올해 여름에는 강수량이 꽤 많은 편에 속해서 밖에
나가 탈만한 환경이 되지 않았으므로 시승하는 건 불가했다. 어딘가 하자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만져
살펴보았는데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지더군. 조향 막대가 손잡이와 함께 휙휙 돌아가는 점이었다. 뭔가 조립하다
고정 장치를 부러뜨려버린 게 아닌가 걱정되어 곧바로 문의를 해보았다.
구매자가 언제 충성을 맹세하게 되는지 아는가?
바로 정성 가득한 답변을 받았을 때다.
일단 원인은 조향 막대 안에 있는 나사가 덜조여졌던 것으로 특별히 고장은 아니었다. 실제로 다시 조여주니까
견고하게 고정되었다. 무엇보다도 감동스러웠던 부분은 친절하게 영상까지 촬영해서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수리하면 되는 것인지 알려주는 응대 방식이었다. 처음엔 구매 자체가 후회되기 시작해서 환불 조치를 받아야
하는 건가 고민을 했는데 고장이고 나발이고 얼마의 추가 비용이 들던 상관 없이 몇번이고 고치면 그만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생길 정도로 뜨거운 응대를 받은 나의 안에는 수줍은 신앙심마저 싹틀 정도였다.
시승도 안 해봤으면서 냅다 구매 확정을 질러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구매하고 어언 2개월이 지났다. 열심히 타고 다녔다. 역시 앉아서 이동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그후로
잔고장이 꽤 많았지. 제품 자체의 하자가 있다기보다는 내 운전 자체가 거칠었다. 생각했던 거보다 차체가 커서 움직이기
힘든 면이 있다. 특히 조심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인 나로서는 길을 가다가 삐끗해서 행인을 쳤다간 행인이 박살날 수 있단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도로 위의 장갑차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든든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 칼부림이 빈번해졌는데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흉기를 들고서 설쳐대는
정신이상자를 발견하게 되면 냅다 들이박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마치 보병대를 향해서 돌진하는 기마병의 기분이다.
그때 즈음 에코라이즈 타이탄700은 단순한 전기자전거가 아닌 나의 '애마'로 각인되기 시작하더군.
접이식은 분명 필요하긴 했지만 3단으로 접어버리면 오히려 너비가 넓어져서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게 되어 좀처럼 안
접게 되었다. 때문에 손잡이만 접어두곤 한다.
고정이 헐거운 부분이 알고 보니 조향 막대 이외에도 있었는데 이부분도 구매할 때 동봉된 공구로 제어가 가능했다.
이쯤 되니 정말 잘 샀다는 생각이 커지더라고. 속도 제어는 풀지 않고 23km/h로 안전하게 주행하고 있다. 이는 내
안전이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봉인이 풀리면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지. 치료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운전과 차체 자체에 익숙해진 뒤부터는 다양한 기기들을 구매하여 장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거치대,
짐받이 가방 같은 것들이다. 아직 사진에는 첨부되지 않았지만.
자클라이 웨스트바이킹 짐받이 가방은 정말 활용도가 높다. 이 안에 안전모를 넣으니까 출퇴근 준비를 할 때마다
안전모를 손에 들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드디어 양손의 자유를 얻었다. 원래는 별도로 후기를 쓰려고
했었는데 귀찮아서 말았다. 자격증 시험 공부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안 했다가 말아먹었던 시기인데 구매 후기 쓸
리가 없잖아. 처음에는 안장을 아예 해제해 버리고 짐받이 가방을 올려야 하나 고민했는데 짐받이 가방을 안장에
고정해버리는 묘수로 해결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책가방도 전기자전거에 결속시키고 싶다.
스마트폰 거치대도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만족스러운 품질은 아니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나름대로 활약했으니
만족스럽다고 봐야겠지.
이후로 슬픈 소식이 몇가지 있었는데 첫째로는 페달이 부러졌고 나사선의 날이 빠져서 완전히 고장나버렸다는 거다.
두번째로는 펑크가 난 것. 이유는 알 수 없는데 둘다 남을 탓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일단 페달 부러진 건 다 내가
허투루 결합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힘을 주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고쳐야 하는데 사실 전기 자전거 운전할 때
페달 밟지 않고 오로지 스로틀로만 작동하고 있어서 큰 불편을 못느끼고 있으므로 안 고친지 꽤 됐다.
바퀴가 터진 건. 아쉽게 됐다. 처음에는 혹시 고시원 주민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구멍을 낸 건가? 의심병이 도졌는데
수리점에 방문해서 물어보니 운전을 개같이 해서 그런 듯하다고 진단해주셨다. 원인이 본인이라니까 일단 안심했다.
운전감이 개떡같지만 공기가 주입되는 일 없이 고무 자체로 구성된 타이어를 추천 받았으니까 나중에 교체해보기로.
일단 터진 바퀴 끌고 다닐 수 없으니까 수리를 해야겠는데 일반적인 자전거 수리점에서는 취급할 수 없다는 걸 듣고
취급점을 찾아봤는데 국내에 몇군데 없더라고. 그나마 가장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발산에 위치한 '향기바이크'.
자전거를 지하철에 실을 수 있는 건 주말 한정이니까 그동안은 걸어서 출퇴근해야만 했다.
제기랄, 이 내가 대지 위에 발을 딛게 만들다니..
페달 교체를 위해서 몇몇 장비도 필요하고 당연하지만 새로운 페달과 크랭크도 필요한데 에코라이즈에서 무상으로
제공해준다고 감사히 말씀해주셨지만 감사한 마음과 충성심 그리고 신앙심으로 3만원을 지불하였다.
향기바이크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애용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만약 가까웠다면 자주 방문하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점원과 사장님의 관계를 잘 모르겠지만 다른 분이 남겼던 방문 후기가 단번에 이해가 갔을 정도로 아주 살갑지는
않은 분위기였다. 음료수 사서 고생해주시는 관계자분들에게 전해드리고 조금 공기를 누그러뜨렸는데 큰 효과가
없는 것을 보아 그냥 이런 분위기인 모양이었다. 한편으로는 싫지 않았다. 오히려 말 많이 거는 작업자는 내가 더
부담스러워했을 거고, 마치 '지브리 스튜디오'에나 나올 법한 장인 느낌이 낭낭해서 마음이 편안했다.
수리도 잘 마무리되었는데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이번에도 역시 나의 멍청함이 발목을 잡은 점. 여기 방문할 때에
새로이 구매한 페달까지 가져갔었다면 2번 일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처리했을텐데 바보같이 페달을 두고 와버렸다.
내가 정치계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다. 만약 내가 미래에 정치를 하고 있다면 국가에 확실하게
망조가 들었다고 생각하고 난민 신청을 하도록.
페달이 빠진 채로 다니고 있는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만족 없이 운전하고 다니고 있다. 차도에도
조금 용기를 가질만 한 것 같더군. 자전거 도로를 주행하는 것조차 무서웠는데 적응되니까 무리 없이 잘 다니잖아?
자율 주행 기술이 살짝만 더 진보해주면 차박 생활을 해볼 생각이다. 아마 10년 후가 되려나. 아마 그때가 되어도
에코라이즈 타이탄700은 트렁크에 함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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