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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yReview/▶ About Anything

어이 가방에 책이 안 들어간다니 가방으로서 끝장이구만www 플립팩 구매 후기

by 레블리첸 2023. 9. 14.

 

 

 

https://www.youtube.com/watch?v=JxdeeE5hewI&t=3s

 

 

 

 

 

 

 

요즘 와디즈 또는 펀샵 같은 펀딩샵 구경하는 데에 재미가 들렸다. 실험적이라고 해야 할지 도전적이라고 해야 할지 꽤나

센세이셔널한 물건들이 많더라고. 몇번 구매했는데 그중에는 당연히 만족도가 매우 높은 물건도 있지만 만족도가 날마다

떡락해서 바닥에는 더더욱 밑바닥이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제품이 있다. 예를 들면 KORIN Design 사의

FlipPack Pro 가방이 그러하다.

제품 소개 영상을 보았을 때는 인생 가방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자석에 환장하기 때문에 자석이 요소마다 쓰였다는 데에

눈이 이미 돌아가서 제대로 콩깍지가 씌여졌고 심사숙고하는 과정 생략하고 냅다 결제해버렸다. 이때까지만해도 가방이

마음에 안 들면 안 드는대로 자석을 적극 활용할 줄 아는, 이 뭘 좀 아는 기업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헌금했다 생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배신감이 너무 커서 지금은 다른 의미로 눈이 돌아가버렸거든.

 

 

 

 

 

 

 

 

 

 

 

가방이 회사로 도착했을 땐 포장 상태가 상당히 기깔나서 괜히 신이 났었다. 펀딩샵에서 파는 제품들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에 구경만 하고 후원에 참여하지는 않는다는 선배의 말을 비웃으면서 나의 안목은 시정잡배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니 확실히 그 말이 맞는 것 같긴 하더라고. 앞서 말했다시피 완전히 대박을 쳤던 물건도 있었으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의견은 정정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주변 직장 동료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침착하고 조심스럽게 포장을 벗겨냈다. 그 안에 든 게 폭탄인줄 모르고.

 

 

 

 

 

 

 

 

 

 

그래도 처음 실물을 보았을 때는 꽤 외형이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특히 빗물 하나 들이칠 구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들었었다. 외형 하나만은 깔데가 없다. 요즘 말로 '꾸안꾸'라고 하나. 절제된 세련미가 있었다. 고급스럽고. 아주 많이

눈에 튀지 않는 것도 좋았다. 괜히 다른 사람 시선 끄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

흉부 부분을 압박해서 가방과 등을 밀착시키는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 가방이 걷거나 뛸 때마다 덜렁거리는 것보단 나았으니.

얼마나 활용도가 높을진 아직까지 못느끼지만 잠금 장치가 있는 부분도 좋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구매한 당시에는 가방 안에

든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가방 안에 짐을 넣기 시작하면서부터 무언가 구조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 그냥 이때 미련 가지지 말고 반품 해버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마저 드는군.

 

 

 

 

 

 

 

 

 

 

 

 

 

파우치. 내부에 탈부착할 수 있는 파우치가 부속품으로 딸려 왔는데 얼마나 내가 자석에 환장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물건 받기 전까지 계속 파우치가 자석을 이용해 가방에 부착되는 방식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가 벨크로 소위 찍찍이를 써

붙이고 떼는 형태라는 걸 안 순간, 급격히 실망했었던 게 기억이 난다. 이때도 심지어 가방은 쓰더라도 파우치는 중고로

급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당근마켓에 5천원에 올려버렸지. 지금은 3천원으로 내렸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속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볼까. 나 레블리첸은 플립팩 프로에 실망했다. 최근 비가 자주 왔고

자석 다음으로는 방수 기능에 가장 기대를 많이 한 상태였던 나는 빗줄기따위 두려워하지 않아 하면서 퇴근했다. 하지만

집에 오니까 가방 사이드 포켓에 넣어두었던 내 스마트폰 2대가 물기로 흥건하더군. 흥건하다 못해 내부에 고인 빗물이

충전 단자에 스며들어 심히 심기를 거스르는 상태였다. 고장이라도 나면 보상이라도 해주는 건가? 차라리 빗물이 빨리

빠져나갈 수 있게 아래는 망사로 처리해두면 좋았을텐데 가방 메인 공간에 물기가 스며드는 것을 방지한답시고 철저한

방수 처리가 되어 있어서 망할 빗물이 고여 안에서 찰랑거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결함인가 싶어서 담당자에게 직접 문의해보니 설계상 빗물이 스며들어 사이드 포켓에 들어가리라는 것이 아예 염두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아 더더욱 황당했다. 이 가방이 2, 3만원 정도 하는 것도 아니고 무려 14만원이나 하는 건데?

도대체 무슨 배짱이지 싶더라고. 조금만 더 신경질적인 상태였다면 스마트폰에 물 들어가서 너네 가방 때문에 고장이

났으니까 수리비 청구하겠다고 말했을지도 몰랐다. 그정도로 악한은 아니라서 안 그랬지만.

근데 웃긴 건 이 빗물 못막아서 자체 물탱크가 되어버리는 사이드 포켓의 정식 명칭은 '디지털 포켓'이다. 전자기기의

무덤이라는 거냐?

 

 

 

 

 

 

 

 

 

 

 

 

 

 

빡치는 부분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빌어먹을 사이드 포켓이 가방 메인 포켓 내부까지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형태인 탓에

수납할 수 있는 짐의 형태가 극도로 제한적이다. 극단적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예시 하나 들면 책이 안 들어갈 정도다.

모든 가방이 반드시 서적을 넣기 위한 용도인 건 아닌데 A4 용지 사이즈의 책이 들어가지 않는다니 어이가 없는 건 정말

언어도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사용하던 가방에는 하드케이스 파우치를 맨밑에 깔고 그 위에 맥미니, 도시락통 2개, 안경케이스를 넣은 후에도

공간적 여유가 있어서 매주 한 번은 회사에서 먹을 김치 반찬통까지 넣어 다니곤 했었다. 이때 가장 힘들었던 건 오로지

무게뿐이었다. 근데 플립팩 프로 구매한 후 이 짐들을 넣으니까 김치 반찬통이 들어가지 않는다. 넣을 공간이 없다.

때문에 김치, 닭가슴살이 들어가는 반찬통과 밥을 담은 도시락통을 따로 넣고 다닐 가방 하나를 더 사야 하나 고민하고

앉았다. 가방 살 때 '어차피 가방인데 깊은 생각이 필요한가' 싶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더욱 신중을 기하게 될 것

같다. 14만원은 그 교훈 값을 치루었다고 봐야겠지.

 

 

 

 

 

 

 

 

 

 

 

 

심히 빡쳐서 장문의 리뷰를 판매 페이지에 남겼다. 명백한 QA 실패라는 점을 지적해주고 말이다. 세상 어느 가방이 멋대로

가방 열리고 비 오면 안에 물차고 책도 안 들어간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