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Diary/▶ 아무 얘기

해피하게 고시원에서 추석을 보내는 방법

by 레블리첸 2023. 9. 30.

 

 

 

 

 

 

 

 

사진이 왜 이렇게 작게 찍힌 거지. 추석 연휴다. 길다고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직접 겪어보니까 엄청나게 길더라.

연휴를 맞아 마침 날씨가 쾌청하기에 침구류 빨았다. 제대로 세제를 털지 않아서 오히려 더 엉망이 된 게 아닌가

싶기는 한데 그래도 케케묵은 사내 자식이 온종일 개기름 범벅인 얼굴 문대며 퀘퀘한 방 안에 쳐박아두기보다는

백방 나을 것이다.

침구류 널고 기지캐 켜서 전신의 뭉친 근육을 풀어준 다음에 이어서 식사를 했다. 간만에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까 기분이 상쾌해지더라. 창작 욕구도 샘솟았는데 역시 태양은 사람의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모양.

태양을 숭배하는 집단이 이유 없이 발생하는 게 아닌 것이 이해되었다. 오랜 지인들은 다들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 건지 궁금해지면서 우선 나부터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근황을 알려야 할 거 같더군.

 

 

 

 

 

 

 

 

 

 

 

 

 

침구류 빨래를 널어둔 다음에는 이동형 냉동고를 옥상에 가지고 올라와서 성에를 제거하고 내부를 청소했다.

얼음이 잘 녹지 않았기에 햇볕에 노출시켜두었고 옆에 앉아 같이 일광욕했다. 햇볕을 지나치게 많이 쬔 건가

싶었다만 평상시에 해를 볼 일이 별로 없으니까 이참에 비축해두는 셈 쳐야지. 열심히 냉동고의 내부 물기를

제거하고 다시 낑낑거리며 가지고 방으로 내려갔다.

참 잘샀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냉동고가 있으니 역시 삶이 보다 윤택해지는 것 같다. 물론 고시원 내 친구,

이웃이 종종 냉동 식품을 보관해달라고 부탁해오는 경우가 생기긴 하지만 말이다. 보관해주고 얻어먹으니까

이것도 나름대로 달달하다고 볼 수 있겠다. 때마침 추석을 맞아서 닭가슴살이 동난 게 절묘했다.

 

 

 

 

 

 

 

 

 

 

 

이후에는 방을 청소했다. 방청소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한 번씩 하곤 했는데 할 때마다 이렇게 먼지와

머리카락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이번에는 친구가 잠시 방에 들르기도 했고 이삿짐을 잠시 부탁하여 한 번

청소를 걸렀더니 이렇게나 많은 머리카락이 나왔다. 이 정도면 탈모가 아닌가 의심해도 될 수준인 것 같다.

매번 청소를 할 때마다 쓰레받이를 보고 놀라며 인간이란 이렇게 주변 환경을 더럽힐 뿐인 족속일 뿐이니

하루 빨리 절멸해버리는 게 우주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매일 매일 고시원 전체를 청소하시는

고시원 원장님의 노고와 그의 정신력에는 탄복하게 된다. 만약 내가 고시원을 운영했고 매일 청소를 하며

더럽고 추악한 꼴을 매일같이 목격했다면 언젠가 진심으로 환멸해서 정수기에 락스를 타지 않았을까.

일주일에 2번씩 꼬박꼬박 바닥 쓸고 물걸레질하는 내 방조차 이렇게 꾸준히 더러움을 갱신하는데 도대체

방을 청소하지 않고 사는 인간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

얼마나 유해한 환경에서 숨쉬고 있는 건지 모르는 건가.

 

 

 

 

 

 

 

 

 

닭가슴살을 마침 다 먹었다. 일찌감치 주문해서 추석 연휴가 시작하기 전에 받았어야 했는데 냉동고 청소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냉동고가 비어있어야 하므로 그냥 주문을 미루었다. 도시락을 사 먹는 비용을 생각하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반찬으로 삼을 게 없으니 연휴에 회사에 가서 도시락을 샀다.

왠지 연휴 끝나고 회사에 복귀하면 왜 또 연휴동안 회사 오락가락했냐고 한소리를 들을 것 같네.

하지만 그렇다고 연휴간 쫄쫄 굶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한끼 식사에 비용이 3000원이 넘어가면 몸이 터진다고.

너무나 긴 연휴 때문에 이마저도 모자라서 아마 한 번 더 회사에 다녀와야 할 거 같다. 나로서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바람 쐴 수 있으니까 좋다. 회사에서는 싫어하지만.

 

 

 

 

 

 

 

 

 

 

명절을 맞아서 고시원 원장님이 소고기무국과 송편에 사과, 각종 전을 준비해주셨다. 점심 먹고 난 다음이라

식사 대용으로 못하여 좀 아쉬웠다. 사전 공지를 해주셨다면 배고파도 좀 참아서 식사비를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러니 저러니 궁시렁대긴 했어도 원장님이 정성껏 준비해주신 음식은 간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혹시

저녁에 조금 남아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다 치우신 듯하더군. 아쉬워라.

 

 

 

 

 

 

 

 

 

 

 

연휴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CSTS 모의고사 문제지를 작성하려고 했었는데 미루고 미룬지 벌써 3일째에

접어들었다. 어째서 미루었는지 생각해봤는데 그저 내가 게을렀을 뿐이라 변명의 여지가 없군. 근데 이제

근황을 통해 CSTS 모의고사 문제 작성할 예정이라고 전달했으니 당분간 소식이 뜸해져도 이해해주리라

믿고 작업 비중을 좀더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연휴 기간동안 어디까지 진행이 가능하려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면 손이 멈춰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는 약식이지만 원고 준비도 해야

하고 이어지는 자격증 준비도 다시 해야 한다. 맥락에서 벗어난 이야기이긴 한데 앞으로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까 여기서 말할까. 요새 자꾸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차라리 꿈 안 꾸고 개운하게 잠들면 좋으련만

자꾸만 개꿈을 꾼다.

첫날 꾼 꿈속에서 나는 어느 아이돌 그룹의 운전기사였는데 대뜸 웬 아이돌 그룹 구성원 누군가가 춤을

춰보라고 지시하더라. 어이없고 황당했는데 대충 몸이 기억하는대로 발을 움직이니까 비웃음을 당했다.

무슨 상황인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 갑질을 하나 생각하다가 잠에서

깼었다. 두 번째 꿈은 더욱 황당했는데 밀반입을 시도하다가 걸려서 처형 당하는 내용이었다. 깨어나니

새벽 4시인 점이 상당히 엿같았다.

부디 다음에는 좋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혹시 모기가 신경 쓰여서 방의 불을 켜두고 잠들어

숙면을 취하지 못한 게 원인일 수도 있겠군. 그게 아니라면 접이식 의자에서 잠자서 그런 걸지도. 몇번

실험해보고 제대로 된 침대를 구매해보던가 해야겠다. 조금만 더 내가 바닥에서 잠자는 데에 거부감이

적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