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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네, 저는 돼지 새끼입니다. 그리고

by 레블리첸 2023. 10. 1.

 

 

 

 

 

 

회사에서 사원들에게 간식을 제공할 때 인간 사료라고 불리는 것을 사용한다는 걸 알았다. 사축이라는 표현이

별로 고운 시선을 받지 못하는 시대라 사용이 껄끄러워지기는 하지만 이를 대체할 단어가 딱히 따오르지 않네.

이른바 대용량 간식이라는 것인데 먹다 보니까 불현듯 이따끔씩 집에서 작업할 때 입이 심심하다고 느껴질 때

또는 식사를 마친 후에도 포만감이 안 느껴질 때면 근처 편의점에서 쓸데없는 지출을 발생시키곤 했었던 것이

떠올랐다. 어쩌면 식비, 그중에서도 간식비를 더욱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대용량 과자

무려 1.6kg을 구매했다.

 

 

 

 

 

 

 

 

 

 

 

 

상자는 의외로 자그마해서 1.6kg이라는 게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미리 구비해둔 용기에 옮겨

담기 시작하니까 보기보다 양이 많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천천히 야금야금 먹는다면 대략 3개월 정도는 먹으려나

싶었다.

 

 

 

 

 

 

 

 

 

 

근데 고작 2주일만에 다 먹어버린 게 함정.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식욕이라며 스스로에게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이전까지 다녔던 모든 회사와

모든 현장에서 함께 식사한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내가 보기보다 엄청나게 많이 먹는다고 평가해서 스스로가

식탐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이정도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여태까지 식사를 절제한 건

그저 없어서 안 먹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상인의 범주를 아득히 초월한 것 같구만. 아마 일찌감치

먹방 같은 것을 시작했었더라면 나름 유명세를 떨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한곳에 앉아서 우직하게 똑같은

음식을 먹어치우는 건 성격에 맞지 않지만.

가끔 식사 시기를 놓쳐서 굶게 되는 경우에 '배가 너무 고파서 사람도 잡아먹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는데

이것이 어쩌면 본성이자 본심이며 복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많이 먹는 사람은 주변에 널렸지만

그중에서 나처럼 제정신 아닌 사람은 없잖아. 스스로 돼지 새끼라고 했지만 알고 보면 불곰일지도 모른다. 곰은

사람을 찢어. 불곰이 연간 사람을 100명 이상 잡아먹는 맹수인 건 알고 있겠지. 그러니까 조심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