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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아아 꽤나 좋은 앰생 백수 라이프였다

by 레블리첸 2023. 10. 3.

 

 

 

 

 

 

 

연휴가 어느샌가 끝나버렸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다. 회상해보면 전력을 다해서 낮잠을 잔 것 같은데

어쨌든 몸이 필요로 했던 모양이니 좋은 휴양이 된 셈이겠지. 근육이 뭉치거나 소화불량 상태에 빠져 두통으로 고통

받은 일도 없었으니 곡해할 여지없이 문자 그대로 잘 쉬었다. 매 끼니 회사 도시락으로 잘 떼웠고 글도 꽤 썼고 공부

역시 진척이 있었네. 부가적인 수확은 없었던 게 아쉽지만 아쉬움은 구태여 더 찾을 필요 없지.

연휴 마지막날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 마시고 싶어서 아침 겸 점심 먹고 나갔다가 양치한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커피 마시는 건 조금 죄악감이 느껴져서 산책했다. 대형 매장으로 구경이나 갔었는데 초코 머핀이 대량에다가

무지 저렴해서 귀갓길에 구매했다. 당연히 혼자 다 먹기에는 무리라 고시원 원장님을 비롯한 고시원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저녁은 지인이 귀중품을 맡아준 보답으로 대접해준다 하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약속 장소 인근 공원을

산책하며 이 글을 작성. 내심 마저 공부를 다 끝내버릴까 싶었지만 지난 시험에서 너무 빨리 공부를 마쳐버리고

일찌감치 놓아버렸던 게 마음에 걸려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군. 회사 업무도 미리 준비해둘까 싶지만 조금 더

이 연휴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말이야.

날도 완전히 선선해졌네. 걷기 좋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공원을 천천히 도는데 코가 살짝 시큰하긴 하지만.

연휴가 빨리 끝나길 바랐던 마음이 점점 해가 저물어가며 미련으로 바뀌어가는데 깊게 심호흡할 떄마다 잡념이

천천히 심연의 수중 아래 가라앉아서 기분이 나아진다. 심연이 어둠을 나타내는 심연이 아니라, 마음 심에 연못

연 자를 써서 심연이니 안쓰러워하진 마시고.

연못하니깐 떠오른 건데 목욕탕 기서 뜨끈한 탕에 몸을 푹 담그고 느긋하게 쉬고 싶구만.

 

 

 

 

 

 

 

 

 

 

 

 

 

 

 

고시원 이웃은 특별히 냉면에 까다로운 분이라서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함께 인근의 냉면 가게에 가서 식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빙 돌아서 산책하면서 시시콜콜한 근황을 나누었다. 근방의 미용실 이야기, 새로이

생긴 가게 이야기.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 등등. 성격은 몰라도 성향만은 확실히 같은 편이라 이야기하면 난 꽤

편한 기분이 들어서 좋다.

냉면이 내 입맛엔 5점 만점에 4.5점 정도 줄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역시나 박하게도 3점 정도라고 평가하시더군.

상당히 치유되는 시간이었다. 헤어지기 항상 아쉬운 사람이라 음료수 하나 나누어주고 작별인사했다.

 

 

 

 

 

 

 

 

 

 

 

 

 

방에 돌아와서 쉬려고 하는데 복도가 떠들썩하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갸웃거렸는데 이웃분이 술 한잔 하자고 부르셨다.

여기에 고시원 원장님까지 합세해서 장정 셋이 좁은 고시원 방 안에서 족발에다가 소주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쉽게도 고시원 원장님은 역시나 광기는 그대로라서 청소해야 한다며 금방 방을 빠져나가셨고 나도 머잖아

자리를 떠나야 했다. 내일 출근인데 과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술잔이 없어서 밥그릇에 술 받은 게 웃겼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나 낭만있는 사건이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이군. 힘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