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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2023년 11월 셋째주 To Do

by 레블리첸 2023. 11. 18.

 

 

 

 

 

 

 

미친놈인가 싶겠지. 새로 산 가죽 장갑에 자석을 체결해서 열쇠 붙이고 다니고 있다. 원래 가방에 자석 걸어놔서

자전거 열쇠를 붙여두고 다녔었는데 가방이 흔들리면 쉽게 떨어지더라고. 붙이기도 어렵고. 그래서 그냥 장갑에

붙여두기로 했다. 원래는 벨트에 자석을 연결하려고 생각했었다만, 벨트 자체는 잘 안 쓰기 때문에 자전거 탈 때

필수로 착용하는 장갑에 연결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근데 자석 벨트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지도.

원래는 노가다 목장갑을 낀 채 자전거 운전했었는데 스마트폰 조작이 안 되고 무엇보다 너무 얇아서 손이 너무

시렵길래 장갑을 구매했다. 포장 뜯으니 악취가 퍼지길래 냅다 세탁기에 돌려버렸다. 가죽 상하는 거 아니려나

걱정도 앞섰다만 원래 걱정은 안고 있어봤자 손해이니까 냅다 맛만 보고 버렸다. 결과적으로 장갑이 상하지는

않았다. 말리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말이다.

 

 

 

 

 

 

 

 

 

 

이번 주말은 무려 3번째 도전이 되는 CSTS FL 자격증 응시하는 날이다. 겨우 이정도 수준의 자격증에 3번째 도전이라.

자조하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변명거리는 확실하긴 해. 1회차 때에는 지나치게 방심해서 공부가

끝나자마자 HSK 3급이랑 리눅스 마스터 2급 자격증 공부 시작해버려서 결국 떨어졌고 2회차 때에는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날이 HSK 3급 시험일인데 회사에서 중국어 자격증 소유자를 몰색하는 듯하길래 중국어 공부 쪽에 더 힘을 주었지.

그 결과 HSK 3급은 붙고 CSTS는 떨어졌다.

이번 올해 마지막 시험. 11월이 되어서 프로젝트의 담당자로 승진했는데 단순 사무원이었을 때랑 격이 다른 업무량과

별개로 사내에서 도맡아 진행하고 있었던 TF팀의 지난달부터 끊이질 않는 원고 반려 때문에 결국 공부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시험 전날이 원고 게시하는 날인데, 무려 원고를 게시하는 당일까지 원고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최종적으로 못마땅한 수준으로 등록은 되었고 어김 없이 그날도 회사 업무는 바빴으며 귀가하니까 열받아서 자격증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나 일에 치여 있는데 집에 돌아와서 쉬지도 못한다니 억울해지더라고.

시험을 목전에 둔 순간 아무리 신경질 났어도 공부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고사장에 벌써 3번째 도착. 이제는 건물의

경비원과 시험 관리인에게도 내적 친밀감이 생겨버릴 지경이다. 올해 봄부터 지금 겨울까지 신세 졌다는 생각에 그냥

항상 사던 음료 사는 김에 좀 더 사서 경비원과 시험 감독관에게 나누어 드렸다. 반기지 않으시더군. 주는 입장에서는

어차피 아무런 신경도 안 쓴다. 부담은 받는 입장 쪽이지. 어쨌든 시험 개시까지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빈 방으로

들어가 차분히 공부했다.

 

 

 

 

 

 

 

 

 

 

 

 

 

아이패드를 챙겨왔어서 작성했던 필기 자료와 모의고사를 풀어보며 자습했다. 돌이켜보니 꽤 도움이 됐군. 하지만

시험 자체가 워낙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가 많았다. 지금 수준으로 공부했을 때 만약 전 회차 시험이라면 시험 끝난

다음 합격했음을 장담할 수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탈락했을 확률이 조금 더 높을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억울할 건 없고 공부 부족이다. 외부적인 요인이 많아 공부를 못했다고 변명은 했지만 정말 개인적인 휴게 시간을

전부 갈아넣었다면 공부 부족 문제는 나름 해소할 수 있었을 터다. 모든 게 내 게으름 때문이지. 하지만 나도 조금

숨 돌릴 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미친듯이 달려온 것도 사실이잖아. 결실이 미덥지 못했지만. 아무튼

속상했다. 속상한 마음을 그냥 나온 김에 바깥 돌아다니고 친구 좀 만나서 회포나 풀까 했는데 마침 스마트스토어

자료가 하나 판매되서 자료를 전달해줘야 하기 때문에 귀가해야만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짐 풀고. 다시 나가서 뻥튀기와 맥주를 샀다. 오늘 저녁밥 먹은 다음에는 이것들로 허기 채운

다음 잘 거다. 내일은. 내일 생각하자. 하지만 지금은 뭔가 더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방이 쌀쌀하니

이불 속에 들어가서 전기 장판 켜고 여태까지 몸을 좌우로 굴리다가 이제서야 저녁 먹기 전 글을 남긴다. 젠장.

우울하구만. 이럴 땐 같이 공부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내일은 할 거 없으면 미리 마지막이 될 거 같은 다음 회차 SNS 홍보팀 원고를 밑작업하고 고객사에 전달하는

문서를 보강해야겠다. 아무래도 통계가 없으니까 문서가 심심하더라고. 정 할일 없으면 어차피 CSTS 시험의

결과 나올 때까지 할 수 있는 거 없으니 리눅스 마스터 2급 공부해봐도 좋고.

그러고 보니까 얼마 전이 수능이었던가. 수험생도 고생이었다. 수능이랑 한낱 자격증 시험을 나란히 두기에는

면목이 없지만 나도 수험생이었던 몸. 결과가 마음에 안 들었다면 재도전하면 그만이다. 내가 3번째 도전했듯.

인생은 길지. 하지만 무엇이든 '기회 비용'이 있으니까 선택은 신중해야만 한단다. 어느 정도 선에서는 결과에

승복하는 것도 필요한 선택이다. 투자 비용에 매몰 되어선 본말전도거든. 뭐, 이렇게 말하는 나는 붙을 때까지

CSTS 응시를 위해 재도전할 거지만. 어디까지나 취미의 영역이라고 변명할 수 있으니 그런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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