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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Late Shower

by 레블리첸 2023. 11. 19.

 

 

 

 

 

 

 

어제 시험 조지고. 문자 그대로 조져버리고. 여기서 동사의 대상이 되는 목적어는 자신이다. 시험이 날 조졌다.

하지만 문맥상으로는 내가 시험을 조졌다고 봐야겠지. 우리는 서로 조졌다. 아무튼 그래서 속상해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맥주 사서 저녁 먹은 다음 간식과 함께 시원하게 쭉 들이켰다. 맥주 한캔 정도로 취하지 못하는

가여운 영혼들이 더러 보이지만 평소에 금주를 한다면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약해져서 한모금만 홀짝여도 딱

기분 좋게 잠에 취할 수 있을 정도의 취기가 올라온다. 숙취 없이 완벽히 취할 수 있는 거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일어나기 싫어서 이불로 몸을 칭칭 동여매고 요즘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 2편을 감상했다. 보다

잠들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중천이라 점심 먹을 참이었다. 식사를 거를 수는 없으니까 일어나서 닭가슴살에

대충 밥을 먹고 다시 누워서 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면서 열심히 졸았었는데 잠들지는 않았다. 숙면에 빠져버린다면

분명 내일인 평일 회사 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이 갈테니깐. 졸다 보니 시간이 또 금방 지나가서 저녁 먹을 때가 되어

다시 닭가슴살에 밥 먹고 간식을 주워 먹었다. 아무래도 허한 기분이 들던데 당분이 떨어진 탓이려니 생각이 들어서

요근래 맛있게 먹고 있는 청송 사과 스무디를 사 먹으려고 나갔다. 이때까지도 씻지 않은 상태라 산발인 머리카락이

행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다만 슬프게도 카페 가니까 오늘 하필 일찍 마감했더군.

조금은 멀리 돌아가서 자바칩 프라페였나 초콜릿 음료를 먹을까 살짝 고민했지만 그냥 말았다. 대신 가까운 편의점

들러서 과일 음료를 사서 마셨다. 그리고 이제서야 겨우 잠들기 위해 씻었다. 맥주 한잔 마시고 누우면 아주 기분이

끝내주는 상태로 잠들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러다가 결국 알코올 중독이 되는 거겠지. 그냥 말기로 했다.

이번 주말은 아주 제대로 쉬었군. 시험 결과는 12월 1일에 나온다고 한다. 어쩐지 사형 집행일인 것처럼 느껴지네.

리눅스 마스터 2급의 시험 일자는 12월 9일이군. 한달도 안 남았으니 응시하는 건 무리겠지. 올해 남은 기간에는

차분하게 리눅스 마스터 2급 공부나 하면서 놀아볼까? 늦게 샤워해서 이제서야 겨우 맑아진 정신과 시야로 다시

이불 안에 들어가 거의 누워있는 상태로 오늘 나의 나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요즘 찬물샤워가 대세라 하지만

차가운 것은 공기만으로 족하니 늦은 샤워 후 뜨거운 전기 장판 속에서 데굴데굴 구르기나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