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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메이플 월드는 내가 지키고 있을테니 안심하라구!

by 레블리첸 2023. 12. 26.

 

 

 

 

 

 

 

 

 

시작했다. 메이플.

상당히 말이 많길래 일찍부터 관심은 있었다만 시기가 맞지 않아서 지켜만 보다가 이번 연휴를 틈타서 한번

설치를 시도해보았다. macOS 사용자에게는 이것마저 꽤 큰 도전이다. 역시나 Nexon Game manager

프로그램이 Mac 환경에서 실행되지 않아서 Paralles Windows 프로그램을 구동하여 설치 후 진행해야만

했다 Virtual Machine 프로그램을 이용해 우회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 여파로 인해 게임 내에서 한글을 입력할 수 없게 되어 다른 사용자들과 영어로 소통해야만 했다. 퍽 짜증

나는 일이지만 애시당초 혼자 노는 목적으로 시작했으니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일전에 척추가 반으로 갈라졌을 때에도 무료한 입원 생활 중에 옛 향수가 떠올라 메이플스토리를 설치해 보았다가

너무나도 많이 바뀌어버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뱉어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의 '메이플랜드'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구현이 잘 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반가웠다. 적당히 편의성은 갖춰져 있어서 내 기억상 어릴 적

레벨10을 찍으려면 꼬박 하루가 넘게 걸렸었는데 몇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사위 노가다도 안 해도 됐고.

 

 

 

 

 

 

 

 

 

 

 

 

 

중간 중간마다 그래픽이 깨져 있는 것을 보면 조금 몰입도 깨져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나머지 부분에서는 좋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내부가 겁나게 넓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조금 이동 수단이 마렵긴 했지만 단순히 오래

걷는 것만으로도 뭔가 가슴이 설레었다.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돌아와서 게임하던 추억도 떠오르더라. 어째선지

항상 4교시에 일찍 마친 수요일의 따사로운 햇살이 연상된단 말이지.

어떤 친구랑 계정을 공유했었는데 그 친구가 해킹을 당해서 나를 의심하던 기억도 나고. 특히 추억이 많았던 건

루디브리엄의 에오스 탑이었건만 아직은 그곳이 구현되지 않아 아쉬웠다.

 

 

 

 

 

 

 

 

 

 

사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내 자캐가 쓰고 있는 모자는 나치 군인 베레모가 아니라 사실 메이플스토리 운영자

모자를 따라하려던 것이었다. 그림을 못그리고 뒤틀리고 왜곡된 기억 때문에 스리슬쩍 독일제국 군인들이나

쓰고 있을 법한 모자처럼 변모되었을 뿐.

어릴 때는 운영자의 모자가 왜 그렇게 예쁘고 멋있게 보였는지. 아마 권력과 특별한 존재라는 점에 이끌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봐도 흰색 바탕에 파란색 글자 조합은 꽤 잘 어울린다.

 

 

 

 

 

 

 

 

개간지 샹크스

『원피스』에서 영감 받은 인물은 분명 아닐텐데 이름 참 맛깔나게도 지었다. 오늘날에는 '바실리'로 바뀌었던가.

외형은 그대로인지 모르겠지만 이름은 분명히 샹크스 쪽이 더 입에 착착 감긴다. 옷 입은 것도 멋있다. 장검도

간지나고. 알게 모르게 메이플을 동심과 함께 즐긴 유저들은 샹크스를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을 거다.

 

 

 

 

 

 

 

 

 

 

 

어릴 적 그렇게도 자주 돌아다녔던 곳을 다시 방문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옛날 레벨업하기가 어려웠던 시절

자리 싸움 및 경험치 쟁탈전에 지쳐 한동안 리스 항구 앞마당에서 놀며 신규 유저들과 노닥거리기도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니은숲 BGM 좋았지. 어딘가 시원한 느낌이 나고 고도가 높아선지 탁 트인 배경이 뒤로 펼쳐져 가슴이

두근거렸다. 복잡한 지도가 모험심도 자극했었다.

 

 

 

 

 

 

 

 

그 시절에는 왜 있는 건지 몰랐던 NPC. 지금은 뭔가 역할이 있겠지. 외형이 꽤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특히나

'천지'의 형인 '만지'는 형용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소유했어서 당시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만지처럼 아바타를

꾸미기도 했었다. 검객을 어떻게 참냐고 아ㅋㅋ

 

 

 

 

 

 

 

 

 

 

직업은 전사를 택했다. 사냥이 힘들지만 가만히 서 있을 때 자연 치유량이 회복 물약 먹는 양 뺨치기 때문에

시간만 많이 투자하면 절대 적자를 안 보고 사냥을 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게임 화면을 오래 볼 수 없기 때문에 사냥 좀 하다가 체력이 빠지면 다시 다른 작업을 하면 된다. 작업한 후

돌아오면 이미 체력이 가득 차 있더군.

스킬 트리도 일부러 그대로를 노렸다. 남들은 선택하지 않는 '인듀어'와 'HP 회복력 향상'을 마스터해줬다.

믿기지 않겠지만 전사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파워 스트라이크'는 올리지 않았다. 사냥할 마음이 없단 거지.

애시당초 사냥과 레벨업은 목적이 아니라 내게 있어 수단이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풍경들을 구경하니까 갑자기 감수성이 풍성해지더라. 특히나 커닝시티의 해질녘 하늘은

다시 보니까 예술의 영역이었다. 헤네시스에서 엘리니아로 이어질 때에 수풀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신비로운 느낌에 진짜 모험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