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에서 보았을 때 나이 서른이면 슬슬 죽음과 친숙해질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친구와 가까운 지인
그리고 회사 직장 동료에게서 툭하면 부모의 부고가 들려오곤 한다. 먼저 세상을 떠난 지인도 많이 있지. 30년이나
살았으면 있을만도 한 일이다. 요즘 부쩍이나 피로하고 의욕이 없는 건 무언가를 창작함에 필요한 기운을 소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더 이상 그러한 기운이 솟아나지 않는 이유는 젊지 않기 때문일테고. 젊지 않다는
것은 곧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는 뜻이겠지. 사회와 환경이 억지로 늘러놓은 수명 때문에 심장은 뛰고 있으나 이미
영혼은 죽음을 앞둔 것처럼 조용히 숨을 거둘 날만을 기다리는 상태가 된 것이다.
오늘날 나이 서른이면 아직 활발하게 사회 생활을 하고 있을 나이대다. 그런데 과거 시점에서 보면 그렇진 않잖아.
고대 인간의 자연 수명은 30대 중후반이라던가. 불과 100년 전만 해도 기대 수명이 50대 안팎이었던가. 여튼 난
요새 부쩍 이만하면 즐겁게 잘 살았다고 만족하고 있다. 보통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열심히 한 게임을 접을 때인데
슬슬 이 인생이라는 게임에 질리기 시작한 모양인가.
산다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나 그 안에 환희와 쾌락을 찾는 것이 나름의 묘미인지라 괴로움에 매몰되지 말고 언제나
보기 좋고 먹기 좋은 것들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인생의 조타수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란 고통스러워야만
성장하는 법이고 나는 성장이라는 단어에 설레고 마는 변태이니 갈팡질팡하게 되는 노릇이다. 추구하고 있는 향락
안에 정신은 마비될 뿐인데 나를 깨어나게 하는 아픔은 단어 그 자체만으로 벌써 아프단 말이지. 설상가상 더 이상
아픔을 감내할 기운도 안 남았다.
대충 10년 전에는 회사에서 퇴근하면 자격증 학원도 가고 봉사활동도 하고 꾸준히 헌혈했는데. 벌써 5년 전에만
하더라도 공사장에서 흙먼지 뒤집어 쓴 채 건설자재 나르고 집에 돌아오면 대학교 강의를 듣곤 했었는데 이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밥 먹고 씻고 이부자리 깔아 눕는다. 누워서 가만히 천장을 보다가 건조해진 안구에 눈꺼풀을
덮어주면 마치 전력이 부족한 전구가 점점 점멸하다가 꺼지듯이 정신을 잃고 잠에 든다. 기상해야 하는 시각이 되어
겨우 몸을 일으켜 다시 회사 간다. 이를 그저 반복할 뿐. 오히려 이 안정된 반복의 고리 속에 안녕을 느끼고 있는 건
다행인데 이 안에서 나는 괴로움이 없어 불안해 하고 있다.
돈은 혼자에게 과분할 정도로 넉넉하게 벌고 있고 회사에서는 낯뜨거울 정도로 인정 받고 있으니 좋은데 스스로를
쥐어짜내서 창작하고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게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거다. 지금 당장이라도 몸을 일으켜 작업
도구를 준비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지만. 싫어.
이번 주말에는 무슨 일을 할까. 일단 오전 중에는 지인이랑 이미 한끼 푸짐하게 식사를 마쳤다. 카레를 먹었고
꽤나 맛있어 보이는 새우 튀김이 있어 사 먹었다. 여담이지만 어제 퇴근할 무렵부터 갑자기 두통이 있어 저녁
식사 후 진통제를 2알 섭취했었지. 때문인지 사실은 아침부터 기운이 나질 않았다. 지금 글 쓰면서도 어쩐지
계속 눈물이 찔끔찔끔 나오고 머리 왼쪽이 지끈거린다.
아마 그러한 연유로 오늘 하루는 일찍 마감해야 할 것 같다. 이 주말 계획을 쓰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상당히
소모한 게 아닐까.
걱정 마시길. 잘 살고 있다. 너무 잘 지내고 있고 가지고 싶은 게 생기면 옛날에는 가지고 싶은 마음은 간직하고 있으면
언젠가 솜사탕처럼 사라지기 마련이라 생각하며 관심을 꺼버렸지만 요즘에는 구매해버린다. 갖고 싶으면 일단 갖는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옛날에는 경계했지만 요즘에는 경험 삼아서 한번 먹어본다. 모든 게 손이 닿을 위치에 있고 모두
손에 넣어보았다. 단 한 가지. 죽음만은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구나.
최근 들어서 조력 자살이 입소문을 타는 듯해. 어렸을 적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세상이 참 나의 형편에 많이 맞춰주는
듯하다. 나처럼 유약한 녀석이 입대할 때는 관심병사 사건이 많아서 약자를 많이 배려하는 군대로 바뀌었고 나처럼
괴짜인 녀석이 입사할 무렵에는 개인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가 되어 내가 모난돌이 되지 않게 만들어주는군. 이제
게임을 즐기기에는 너무 지치니 게임 접기 쉽게 만들어주기까지 .
우울하지 않다. 그저 딱 지금 죽는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더 이상 살아가기에는 힘에 부친다고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이대로라면 40대 50대가 될 때까지 향락에 빠진 채 앞으로 20년 이상 지금처럼 살고 있겠지. 누가
봐도 나를 노인으로 지칭하게 되는 때가 되면 사회가 먼저 내게 안락사를 요구해오리라 예상이 된다. 이미 벌써
노인을 제거하는 것이 나라가 살길이라는 등의 의식 흐름이 생겨나고 있으니 만약 이게 영화라면 관객들에게는
벌써 앞날이 예상되는 뻔한 장치로서 작용하는 거지.
지금의 나라면 흔쾌히 건네주는 독주를 받아 마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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