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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2024년 6월 첫째주 To Do (나이가 들면 여름이 좋아진다던가)

by 레블리첸 2024. 6. 2.

 

 

 

 

 

https://www.youtube.com/watch?v=eMnxjdGTK4w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어제 농사 짓는 친구로부터 직접 재배한 양배추 받은 게 생각나서 이웃에게

나누어 주려고 언제나 핫플레이스인 옥상에 올라갔지만 아무도 없기에 멍하니 옥상에서 노래를 감상하며 바람이나

맞고 있었다. 듣고 있던 곡은 Erik Satie의 Gymnopédie No.1이라는 연주곡이다. 의자 하나 갖고 올라와서 앉아

이 바람을 만끽하며 글 쓰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신을 감싸는 온후한 대기와 높고 푸른 하늘. 그늘 아래

전신을 식혀주는 선선한 실바람은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뒤로 누워 기지개를 켜고 싶게 만들었다.

햇빛을 쬐는 게 이렇게 중요한 일이구나. 오늘은 정오가 되기 직전 일어나 간단히 점심을 먹은 다음 머리를 감은 뒤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 주문해서 다 마실 때까지 천천히 공원의 둘레길을 걸었다. 햇빛 아래를 거닐을 땐 따스해서

좋았고 녹음 아래로 다닐 땐 서늘해서 좋았다. 아마 이따가 저녁에도 다시 나가서 걷지 않을까. 요즘은 부쩍 공원을

걷는 게 마음에 드는 취미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걷는 것을 좋아해서 하루에 3시간 넘도록 산책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내심 그 시간동안 창작 활동이나 자기개발을 하는 게 훨씬 인생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하며 안타까워 했었는데

스스로 우스운 일이라고 여겼다.

해가 길어져서 참 좋다. 점심 이후 게으름을 부리다가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면서 나왔는데 여전히 바깥은

아직 저녁 식사하기 이르다는 듯이 화창하기만 하다. 이따가 다시 방에서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듯 어슴푸레한 저녁

하늘이 나를 반겨주겠지.

 

 

 

 

 

 

 

 

 

 


그저 흘러가는 구름 보는 일이 즐겁고 바람에 파도치는 나뭇잎을 구경하면 재밌다. 남들 보기엔 아직 한창인 나이대라

비웃음을 살 뿐이겠지만 이미 영혼은 70세를 넘긴 노인이 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옛날

즐긴 오락의 배경음악만이 여전히 내 정신을 가까스로 육체 나이에 맞게끔 조율하고 있다만. 하루 빨리 국민연금 받아

생활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좋겠다. 그때까지 굳이 꿋꿋하게 살아야 하나 싶긴 하다만.

공원 의자에 앉아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더니 졸음이 몰려와서 잠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이대로 영혼과 정신이 육신을 떠나버려 조용히 생을 마감하면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마저 잠깐 들었다.

아직 그러기에는 육신과 연결된 고리가 너무 튼튼한 것 같긴 해.

회사가 나를 출입 금지 시켜버려서 너무 유감스럽다. 작년 여름에는 덥고 습한 방을 떠나 시원한 회사 사무실로 피서

떠나곤 했었는데 때문에 요주의 인물로 찍혀버렸잖아. 하지만 기묘하게도 올해 여름은 첫인상이 좋으니 즐거운 추억

한번 기대해봐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