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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0922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by 레블리첸 2020. 9. 24.

 

 

 

 

눈을 뜨니 새벽 3시와 4시의 중간 정도였는데 지난 밤 오후 9시쯤 잤더니 역시 정신이 맑아서 좋다.

출근이 망설여지기보다는 대학 수업 노트 필기와 최종 수입의 앞자리 변경을 저울질하다가 금주의

수업은 대체로 쉬어가는 느낌이라 조금은 돈 버는 데에 치중하기로 했다.

 

 

 

 

 

 

고반장님과 일하게 되는 건가 싶었는데, 지하 세계에 해박한 인원이 몇 없어서 내가 지하로

용역 3명을 인솔하게 되었다. 오전엔 눈삽 4개 및 밀대 4개, 커버링 테이프 1상자 등을 챙겨

지하 공동으로 가 바닥 청소를 했다. 밀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쓸모가 없었다. 바닥을 벗겨낼

정도로 긁어냈는데도 검사하는 기사의 반응이 영 탐탁치 못해서 아쉬웠다.

 

 

 

 

 

전해듣기로는 내가 안 나왔던 동안에 일한 용역들이 이 기사 소속에서 아주 개판을 쳐댄 탓에

업무 진행이 상당히 부진해졌고 때문에 상부로부터 쓴소리를 듣게 되어서 그후로는 용역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태라 그렇다 한다. 오늘 내가 신뢰도를 좀 회복을 시켜야겠단

묘한 사명감이 들었다.

 

 

 

 

 

점심 식사 후 지하 휴게소에서 잤는데 너무 추워서 자꾸 깼다. 어쨌든 오후엔 청소를 마치고

뒷처리나 하다가 벽면에 커버링 테이프를 부착하는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보조만 해보고

직접 해보는 건 처음이라 할 수 있을까 겁났는데 역시나 막상 해보니 별 거 없더라.

3명 중 2명이 일을 잘 못따라와서 안타깝다. 한 분은 아무래도 정신쪽으로 문제가 있으신 듯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배가 되었다. 이해도는 다소 떨어져도 심성은 곱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머지 한 분은 의욕은 있는데 나처럼 손재주가 안 좋은 것 같았다. 그래도 다들 지시사항을

거부감없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줘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오후도 별탈없이 흘러갈 것 같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는 작업이었고 체력도

많이 아낄 수 있어 쉽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15시 50분에 땡구 반장님이 찾아와서는 기사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곳까지

커버링 테이프를 붙이라는 지시를 내리고서는 밀착 감시를 했다. 다들 진땀 좀 뺐다. 원래였다면

슬슬 퇴근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각이라 화도 난 것 같았다.

어쨌든 번개같이 날림으로 처리해서 16시 10분에 끝마쳤고 이후 퇴근 도장을 찍었다. 막판에서

기분만 잡쳤군. 그래도 근무 자체는 즐거웠다.

 

 

 

 

 

 

 

마침 동네에 장이 열렸길래 저녁을 먹고 친한 동생이랑 구경 나갔다가 닭강정 한박스씩 집고

집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중짜리 하나 사서 나눠먹으려고 했지만 마침 닫을 시간이라 가게에

남는 상품이 없어서. 아무튼 맛은 있었지만 지출이 좀 뼈 아팠다. 좋은 형 노릇 힘들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