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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세상이 멈추지 않았다는 실감을 줘

by 레블리첸 2024. 9. 23.

 

 

 

 

 

 

 

 

 


정신 차리니까 연휴가 끝나서 억울한 기분이다. 의외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놀러다니긴 했지만.

아무튼 방구석에만 있으니까 마치 세상이 멈춰버린 기분이 들어서 괜히 적적해지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공부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빌어먹을 WindowsOS with Second Screen 대환장 조합으로는

도대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므로 결국 10월까지 M4 Mac Mini 출시를 잠자코 기다려야 하는 상황.

하지만 어차피 차선책은 없었다고 생각하니까 후련하기만 하다. 회사에서 Mac Mini 써야만 했었고.

그나마 저렴한 Mini PC 구매해서 뭔가라도 집에서 할 수 있게 된 거지.

긴 연휴동안 잘 쉬고 잘 먹었다. 내 주변 세계는 약 5일 정도 일시정지가 된 거 같지만 거시적으로는

5일 정도 빨리 감기가 된 것에서 괴리감이 느껴진다. 쉬는 동안만은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간다니까.

아직은 더 놀고 싶은 마음과 출근해서 안정감이 있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정확히 절반씩을 차지하는

지금 어쩐지 연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바깥을 돌아다녔다.

여전히 바깥은 습하고 덥더군. 도저히 9월 중순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다. 군에서 보낸 추석은

쌀쌀했던 인상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어색하기만 하다. 글 쓰는 와중 짜증나게 Second Screen 연결

끊어져서 재연결하니 Mouse Pointer 노출되지 않는군. 이러니 뭘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이런

연유로 작업에 대해서는 하나도 진행하지 못했다. 더불어 작업용으로 써야하는 갤럭시탭이 모니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니까 말야.

 

 

 

 

 

 

 

 

 

 

 


만약 2년 전 그 오피스텔에 그대로 혼자 살았다면 추석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집구석에 틀어박힌 채

보냈을테니 나름대로 알차게 보낸 셈칠 수 있는 걸까. 평상시 먹던 닭가슴살 있었으면 돈 나갈 일이

없었으련만 친구가 남긴 닭가슴살 도시락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양이 부족하고 맛도 없어서 자꾸만

외식을 하게 되는 게 흠이었던 것 같기도.

첫날부터 맥주를 잘못 먹었다가 앓아누웠다가 이게 아무래도 소화불량이 원인인 것 같다는 생각에

요플레 등의 요거트 식품을 먹었더니 스스로 놀라울 정도로 화장실을 자주 갈 수 있었다. 건강하게

변을 본 것이 너무나 오랜만이라 감격스러워서 아마도 앞으로는 꾸준히 챙겨먹게 될 거 같다. 나도

이제부터 건강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걸까.

뜻밖에도 잘 먹고 잘 싸며 보냈다는 말이다. 피자 먹고 싶었는데 친구랑 피자 뷔페 가서 질릴 만큼

먹었기 때문인지 별로 발길이 향하질 않는군.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상당히 고민을 했다. 아마도 회사 업무가 없으니까 갑자기 막연히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 모양이다만 어차피 출근해서 격무와 사건, 사고들에 휘말리기

시작하면 감쪽같이 사라질 번뇌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마음속 한켠에 간직하고 있을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기는 하다. 아직까지 먼일처럼 느껴지겠지만

회사를 당연하게 다닐 수 있는 시기는 불과 15~20년밖에 남지 않았고 앞으로도 살아남아야 하는 기간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기간에다가 회사에 다닐 수 있는 앞으로의 미래를 더한만큼이나 더 남았으니 말이야.

여기까지 생각하면 40살에 퇴사한 다음 모아둔 돈으로 아끼면서 살다가 죽을 것이니 자신에게 책임따위

지게 만들지 말라고 진지하게 고민 상담을 한 어느 직장 동료에 대한 걱정 농도가 조금 짙어진다. 인생은

생각보다 긴데.

최근 부쩍 태양열 충전기에 관심이 많아지고 차를 사고 싶어하는 자신을 보게 되는 일이 많은 것을 보아

방랑벽이 도진 게 아닌가 싶네. 아무튼 슬슬 헛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아 적잖이 휴일의 효과를

입고 있는듯 하여 업무 복귀하는 것이 아쉽다.

잠깐 멈춘 것만 같았던 세상이 마치 휴식 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 소리처럼 요란한 굉음을 내면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듯하다. 바로 며칠 전만해도 여전히 세계의 시계 초침은 움직이고 있고 내 시야밖의 사람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실감하기 위해 인터넷 방송과 커뮤니티 사이트를 돌아다닌 나였는데 이렇게나 부쩍

다가온 실제 움직이는 생동감 넘치는 세상에 살짝 거부감이 느껴지는 자신이 참으로 간사하군.

세상이 멈추지 않았다는 실감을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세상에 나를 던져야 하는 법이지. 언젠가 미래에

실감이 필요해지는 나날에 빠졌을 때 어떻게 실감을 자아낼 것인가. 미리 고민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고.

같이 그런 미래를 그릴 동반자가 옆에 한명은 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