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다지 관심은 없었는데 친구에 의해 PC방에 끌려 갔고 이것저것 사무 작업을 처리한 뒤에 아직
저녁 먹기까지 시간이 한참 남았길래 옆에서 친구가 '바람의 나라 클래식' 하는 모습 보고 흥미가 생겨
한번 해보았다. 바람의 나라를 초등학생 저학년 시절에 하기는 했었는데 당시에는 정액제였기 때문에
아주 커다란 추억까지는 없었고 그저 홍랑 작가 저자의 가이드북만 재미있게 봤으므로 큰 감흥까지는
없었다.
노래가 좋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그 다음으로는 왕초보자 사냥터의 황량한 듯하면서도 오묘하게
활력이 흐르는 광경이 눈에 선했다. 접속해 사냥터에 가보니 어릴 적 보았던 그 경치가 나를 마치 옛날
어린 시절로 다시 돌려 놓은 듯한 그런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정신 없이 토끼와 다람쥐를 흠씬 두들겨
패니 전직 시기까지는 어렵지 않게 육성이 가능했다. 정작 본인 인생에서의 진로는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았던 주제에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며 직업을 정했다.
옛날에는 변신 기술이 좋아서 도적을 주로 선택했었는데 나이 먹고 변신해서 개 흉내를 내며 다니는
것은 스스로 부끄러울 것 같아서 우직하게 전사로 가볼까 했지만 '메이플 랜드'에서 전사를 키우다가
현자 타임을 세게 맞은 기억이 있어 도사의 길을 택했다. 주술사는 '메이플스토리'에서도 마찬가지로
마법사와 함께 싫어하는 족속들이다. 어쩌면 메이플스토리에서 마법사를 싫어하는 이유가 주술사에
대한 증오에 기반한 게 아닐까 싶군.
아무튼 도사를 택했지만 당장 공격 기술이 새로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에게 쩔 받기에는 레벨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공격 기술을 배우는 레벨 12까지는 목검 들고 열심히 토끼와 다람쥐를 수렵해야 했다.
하마터면 잠들뻔 했다. 졸리면 다른 성에 구경을 떠났는데 아직 구현이 된 성이 많지 않더라.
결국 PC방에서 4시간동안 레벨 11까지밖에 못올려서 이후에는 친구랑 저녁 식사 후 집에 돌아와
마저 육성을 했다. 레벨12를 찍고 뢰진주 습득하니까 갑자기 게임이 엄청나게 재미있고 육성까지
빨라지더라. 이후에 순식간에 레벨18까지 올렸다. 이 즐거움을 레벨 6에 마법을 배우는 주술사가
미리 맛보았단 말이지.
한박자 늦은 감이 있지만 쥐굴에서 열심히 주문을 써서 쥐를 잡으니 또 다시 어렸을 적 수업 끝난
다음 집에 돌아와 목검 휘두르며 쥐 잡던 때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수업이 12시면 다
끝나므로 그때 집에 돌아와 학원 가기 전까지 쥐 잡았던가.
간만에 추억을 많이 곱씹을 수 있어 재미있었지만 딱히 사냥 외에 즐길거리도 없고 갈 수 없는
지역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당장은 오래 할만한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사를 택한
이유 중에 하나는 사실 '소혼강신'이라는 소환 기술 영향이 컸는데 그 주문을 배우려면 레벨을
68까지 육성해야만 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소환수인 해골까지 부리려면 레벨90까지는
키워야 하는데 아마 그때까지 게임 붙잡고 있을 성미는 아닐 것이다.
게임하면서 메이플스토리와 디아블로2가 떠올랐다. 바람의나라가 이렇게 잔잔하고 자극성이
없으니 이것을 하다가 메이플스토리 및 디아블로2와 같이 속도감이 있는 게임을 하면 얼마나
도파민이 분출될까 싶더라고.
운영에 관련해서 말이 많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룹 사냥의 효율이 미친듯이 좋아서 주술사만
12명이 파티를 맺고 사냥터를 도륙내던가 그러한 영향으로 도적과 도사, 전사에 대한 멸시가
심해졌다던데 사실 그저 게임을 즐기기만 할 뿐인 나로서는 얹을 말이 없다. 하루동안 재밌게
했고 아마 다음 업데이트가 있기 전까지는 다시 하지 않을 듯하다.
레벨 12까지 목도만 휘두르는 건 정말 힘이 들긴 했다.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 던전 앤 파이터
클래식이 나오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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