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월요일
연휴라는 것이 사람을 참 간단히도 무력하게 만든다. 연휴라는 이유만으로 다들 평상시 하지 않던 일을 하고
여파로 인해 흔들려 그동안 잘 잡아오던 중심을 잃어버리고 만다. 예를 들자면 내가 그렇다. 연휴니 좀 쉬고
싶다는 마음에 초장에 맥주를 한잔 마셨다. 술을 마시면 왜 게임이나 만화 영화 속에서 인생을 거의 다 놓은
폐인들이 죄다 칙칙하고 어두운 방구석에서 종일 술이나 퍼마시고 있는지 이해된다. 뭔가 잊어벼러서는 안
되는 것이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육신과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고향으로 내려가서 같이 공부할 사람이 없어지자마자 곧장 "조금만 쉬지, 뭐."하고
고삐를 놓아버렸다. 연휴동안 술에 쩔어 있어서 정확히 어떤 날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네.
1월 28일 화요일
주변인에게 힘든 일이 있었는데 아무리 내가 주변인에게 관심 없는 무정한 놈이라지만 정신이 무너져
내려서 영혼의 외곽선이 흔들리고 있는 가여운 어린양을 매몰차게 무시할만큼 비정한 녀석은 아니다.
주말에는 괴로운 일이 있으셨는지 뜬금없이 공부하다가 점심을 먹은 나와 친구한테 자장면과 짬뽕을
사주셔서 점심 식사 후 후식으로 짬뽕 곱배기를 먹은 미친 식사량을 소화해야 했고 덕분에 소화불량
탓에 앓아 누웠는데 겨우 다 나았다 싶었더니만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셨는지 그 다음날 점심 식사를
마친 나에게 또 다시 짜장면을 먹자고 하는 등, 위장이 참으로 많이 고생을 했다.
너무 힘들어서 바깥에 나와 1시간 정도를 걸어다녔고 가볍게 죽이나 먹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밖에
서서 입간판을 보고 있으니 내 거지 같은 행색이 동점심이라도 유발한 건지 가게 장사 마감 준비를
하시던 점장님이 국수 먹으라며 초대를 해주셨다. 어차피 먹을 생각이 있기는 했으니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는데 잔치국수를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곱배기로 주시더군. 게다가 양이 너무 많았다.
남기는 것도 죄송스럽고 가게 마감하는데 눈치 보이기도 해서 후다닥 먹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제대로 얹힌 모양이더군. 아픈 머리를 쥐어싸매고 두통약을 2알이나 삼키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모니의 게임 일기 방송이 시작되어 억지로 방송을 지켜보긴 했다.
1월 29일 수요일
어느새 내일이면 연휴가 마지막날이다. 잘 쉬기는 했는데 이번 연휴 목표는 쉬는 게 아니라 공부였으므로
목적한 바를 달성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쉬움으로 남네. 고시원 원장님이 설 명절을 맞이해 떡국과 각종 전
부쳐서 나누어 주셔 감사히 받아 먹었다. 배불리 먹고 잠깐 회사를 다녀왔다. 왠지 금요일에 눈이 온다는
비통한 소식이 있어 김치를 미리 탕비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싶었다.
이 다음에는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기도 했으니 다시 공부를 하면 좋으련만 쉬기 시작했으니 그 끝장을
보려는 모양인지 좀처럼 마음이 동하질 않았다. 우선 여전히 불편한 환경이 한몫한다. 키보드를 거치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게 특히 커. 즉, 집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거다. 정말이지 인간은 답 없군.
쉬면서 내 정신력이 이렇게 형편 없었다는 사실이 슬펐다. 억지로 많은 사람과 얽힐 수밖에 없는 환경
탓에 계속 시간을 뺏기고 독이 오르지 않는 탓인가 싶었지만 아마 오피스텔에 혼자 살았으면 분명히
외로움으로 미쳐서 하지 않을 짓까지 했으리라. 차라리 지금이 최선이겠지.
쉰다는 것이 참 싫군. 어렵게 유지하고 있던 리듬을 완전히 상실해버렸어. 쉬고 있는 친구에게 조금
존경심마저 생겼을 지경이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으면 자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억지로
자리에 앉혀 놓아야겠는데 침대 책상이 엄청 답답하단 말이지. Wearable Keyboard TapXR을
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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