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자주 갔었던 공사 현장으로 갔다. 토요일에 출근하면 항상 빡센 일만 부여되기 때문에
그다지 달갑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하루라도 더 많이 일해서 돈을 받는 게 더 좋으니까 출근했다.
간단한 세대 청소나 시켜주면 좋을텐데 다른 업체에 일을 빼앗긴 뒤로는 좀더 잡부에 어울리는
일들을 담당하게 된 모양이다.
오늘은 안전팀에 소속되서 돌아다니며 현장 정리를 했었는데 딱히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귀찮고
계속 돌아다녀야 하는데 쉬는 시간도 자율이 아니라서 좀 성가셨다.
현장을 돌아다니며 자재 정리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건만 안전 점검 확인 문구가 적힌
슬로건을 달거나 깽폼이라고 불리는 고철 덩어리가 내려오면 다른 업체 직원이 이걸
분해하기 쉽도록 망을 분리해주는 등의 잡일을 했다.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오후에도 오전에 했었던 일을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었는데
그냥 좀 빡세고 새로운 일을 선택했다. 듣자하니 아직 층이 올라가고 있는 옥상에 올라가서
안전 점검을 하는 일인 모양이다. 올라가기 전에 지상에서 쇠막대기 몇개 챙겨서 잔뜩 짊고
올라갔다. 거의 양중이나 다름 없더라.
내가 할 일은 단순히 걸어다니는 가방으로, 안전 업체 반장님이 필요한 물건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두는 일이었다. 근데 그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고층 아파트 벽에 부착되어 있는
철제 난간 위로 이동해서 아래로는 구명 안전망이 펼쳐져 있거나 또는 아예 없는 곳 위로 쭉
걸어야만 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었다면 절대로 하지 못할 일이었다.
개중에는 발을 딛었더니 그네처럼 좌우로 흔들리는 구간도 있어서 굉장히 스릴이 넘쳤는데
통로의 높이가 낮아서 등을 굽히고 다녀야 했고 들고 이동하는 파이프도 엄청 무거웠으므로
조금 많이 위태롭긴 했다.
어쨌든 일이 끝나고 다른 팀에 합류해서 또 잡다한 심부름 좀 하다가 퇴근했다. 퇴근하니까
그제서야 긴장이 좀 풀렸는지 격렬한 근육통이 느껴졌다. 그래도 신선한 경험이라 괜찮았다.
다만, 다음엔 피해야겠군. 단 몇푼 벌자고 목숨 걸 수는 없는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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