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요한 만남이 있는 날이기 때문에 조금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기상해서 침낭을 세탁하고 가볍게 식사를
한 다음에 잠 기운을 몰아냈다. 저녁까지만 먹게 될지 또는 음주를 하게 될지 특정된 일정이 없지만 아마도
어색한 흐름이 아니라면 무난하게 저녁 먹고 헤어지지 않을까. 잠을 확실히 깨기 위해 일단 서점으로 갔다..
약속 상대는 교통 혼잡의 문제로 조금 늦을 수 있다고 전달 받았는데 이때쯤 혹시나 싶어 식사하기로 했던
가게에 가보니까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식겁하고 곧바로 예약을 했다. 하마터면 어색하게 30분 이상 복도
서서 줄 기다릴뻔 했네.
약속 상대는 일단 이 글에서는 지인이라고 부를까.

취미이면서 동시에 회사의 명령으로 인해 PC Master 자격증의 스터디 그룹을 운영해야 하는데 자료가
없어서 낭패였다만 문고에서 검색해보니 서적이 한권이 있기는 해서 자세히 목차를 살펴보았다. 이전에
왔을 땐 없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있더라. 책을 가볍게 살펴보고 있는데 마침 지인도 도착했다고 하고
예약 입장 시각도 되어 식당으로 돌아가 안내를 받았다.
모든 게 순탄했다. 서점에서 책을 본 덕분에 잠이 깼고. 찾던 책을 찾게 되어 좋았고 식당 예약 시각도 딱
좋았고 음식 주문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을 맞이할 수 있어서 시기도 알맞았다. 초면이니 조금은
어색했어서 마침 나온 따뜻한 차를 마시며 평정심을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티가 났으려나.
하필이면 현재 나의 피부 상태가 매우 안 좋은 때라는 게 조금 아쉬웠다.


볶음밥이라면 환장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 가게를 꼭 한번 오려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친구보다 먼저 여기서
식사를 하게 됐군. 개인적으로 맛이 너무 정갈해서 진짜 아무 맛도 안 느껴졌기에 혹시 반찬 중에 반찬 같지 않던
반찬이 사실 반찬이 아니라 볶음밥에 비벼 먹는 것이었던 걸까 싶을 정도였다. 양은 많았네.
하지만 식당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소음이 있으면서 직원도 상냥하여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는 한번
샤오롱바오를 주문해서 먹어보고 싶다. 밥 양이 너무 많아서 샤오롱바오를 같이 주문하기는 힘들 거 같다.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지난주 답사를 갔던 카페로 갔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네. 옷을 조금만 더 두껍게 입을걸
후회가 살짝 됐지만 이미 내복은 다 상자에 넣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지난번에 갔을 때는 같은 요일에 똑같은
시각이었음에도 카페에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매장 운영에 걱정이 될 지경이었는데 오늘은 사람이 꽤 많았다.
도서관처럼 조용한 거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일단, 상대에게는 미안하지만 뚜렷한 목적
없이 다가오는 경우가 처음이기에 경계해서 조금은 선이 아슬아슬한 질문 두 가지를 던져보았지. 가족과 관계가
있는지 물었고, 내게 말할 수 없는 목적이 있는 건지 물었다. 둘 다 아니라는 답을 받고 멋쩍어하면서도 다행이라
여겼다. 다소 불편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지인이 넉살좋게 받아주어 감사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추위를 탔지. 실제로 기온이 한자리수이니까 춥기는 해.


상당히 이른 시각이기는 했지만 지난번에 고시원 원장님과 한번 방문해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술집에 갔다.
개점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 지하의 매장을 천천히 걷고 공원도 걸었던 게 나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전에도
느꼈지만 조용해서 참 마음에 든단 말이지. 요리 하나에 모듬 음식 하나 시키고 각각 맥주 하나씩 주문했는데
음식이 맛있었다. 지인도 입맛에 맞는 듯해서 기뻤다.
지인이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라 나에게 맞추어준 건지 대화하기 편해서 술도 술술 넘어가고 말도 술술 나왔다.
이단 심문관이나 형사였다면 엄청난 공적을 올렸겠군. 맥주를 다 마신 다음에는 왜색이 짙은 어떤 술을 1잔씩
더 주문했는데 굉장히 내 입맛에 맞았다. 별로 도수가 높은 거 같지도 않았네.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헤어졌다.
다음번에는 지인의 동네에서 볼 수 있으면 보기로 했다. 언젠가.
완전히 성향이 반대가 되면서도 계획하는 유형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내가 보기에는 상대의 관점이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역설적이게도 완전히 성향이 반대되고 함께 계획하고 추진할만한 게
없다는 것. 쉽게 말하자면 만날 명분이 부족하다는 거다. 같이 공부하자던가, 같이 창작 활동하자던가 등등의
동호회 구실을 써먹을 수가 없잖아. 서로 영역이 전혀 겹치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집이 가까우니까 죄악감이 들었다. 보통은 지인 또는 친구와 약속이 있을 때 내가 당신 동네로 찾아가곤 했었는데
상대쪽에서 찾아오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 죄악감을 덜기 위해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을 한 건 내가
이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모두 좋았으면 된 거겠지만.
내일은 오전에 잠깐 회사 들러서 온열기기를 가져오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와 '퇴마록'을
보게 될 예정이다. 일단 같이 점심 먹고 영화 본 다음에 저녁 먹겠지. 카페에 가기에는 시간대가 애매하다. 어쨌든
본래 내일은 AICE 자격증 필기 자료를 조금 진행하고 PC Master 자격증 필기자료 목차라도 만들어두려 했는데
일정을 좀 당겨야겠다.

아침에 널어둔 침낭을 걷어서 내려와 샤워하고 누워 이 글을 쓰는데 취기는 거의 없어도 취한 것은 분명한지
노곤한 게 솔솔 잠이 오기 시작해서 아무래도 AICE 자격증 공부하기는 벅찬 듯하다. 근데 역시 할 건 해야지.
내일 회사에서 그 커다란 난방기를 어떻게 가져오면 좋을지 모르겠네. 자전거 타고 간 다음 점심용 도시락을
구매하고 어떻게든 접어서 옆구리에 끼고 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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