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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1105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에폭시 도포)

by 레블리첸 2020. 11. 13.

 

 

 

 

겨울엔 덥지 않고 비도 안 오고 모기도 없으니 일하기엔 좋은데 기상하기 힘들고 기후에 노출되는 매초

도트 데미지가 들어온다는 게 문제다. 이번엔 지하주차장 에폭시 도포 작업 보조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총 5인 소환인데 현장 출발 시점까지 나를 포함한 세 명만 응했고 그마저도 1명은 탈주해서 불안해졌다.

고생 좀 하겠구만.

접선지를 역시 헤맸지만 도착했다. 지하주차장 에폭시 도포 작업은 처음 해보는 거라 적당히 묻어가려

했는데 다들 탈주해서 좀 부담되긴 해도 막상 해보니 빡센 일은 없었다.

일단 바닥에 직원분들이 투명 에폭시라는 투명하고 살짝 핑크빛을 띄는 액체를 뿌리고 밀대로 도포를

하면 롤러로 바닥에 뭉치지 않고 고르게 퍼질 수 있도록 넓게 펴발라주는 일을 한다. 인체에 유해한지

손에는 면장갑 위에 비닐장갑을 끼고 또 면장갑을 끼도록 하더라. 눈과 코가 따끔거렸는데 저번에 산

고글이 매우 유용했다. 아직 리뷰는 안 썼는데 꼭 써줘야겠군.

도포를 마친 뒤에는 에폭시라고 불리는 것인지 어쨌든 투명하고 찐득거리는 액체를 돌가루로 보이는

것과 배합하여 만들어낸 유사 모르탈을 다른 반장님들이 구루마에 6통씩 실어서 가져오면 가장 안쪽

부터 옛날 학교 운동장에서 바닥에 그리는, '라인기'라는 것에 담아 예쁘게 깔아주면 된다. 매우 크고

단단한 쇳덩이라 나랑 직원 한분이 사이좋게 들고 움직였는데 사실 힘든 일은 나로선 전혀 아니었다.

그냥 멍때리고 따라가기만 하면 됐어서 아주 편했다. 직원분은 힘들어죽으려고 했지만 내가 못한 탓

인지는 모르겠다.

일이 빡센 건 아니지만 공기가 빠듯한지 쉬는 시간없이 타이트하게 진행되서 다른 업체 용역 반장이

왜 안 쉬는 시간 안 주냐고 성내기도 했다. 점심도 다 먹자마자 안 쉬고 바로 이어서 일을 진행하였다.

피곤하긴 해도 그럭저럭 육체적으로 버틸만 했지만 아무래도 안 쉬니까 조금 '꼬움 게이지'가 상승을

했는데 점심으로 한식 뷔페인 거 보니까 갑자기 급호감이 되더라. 역시 난 개돼지야.

 

 

 

 

 

 

한식 뷔페 먹고 기분 좋아진 개돼지의 모습이다.

 

 

점심으로 맛있게 개돼지마냥 한식 뷔페로 두 그릇 해치우고 지하 5층 전체 에폭시 도포 작업을 끝내니

뒷정리 청소를 시키고 곧장 퇴근시켜줬다. 일이 끝날 때 청소를 하는 이유는 배합기와 구루마, 바닥에

묻은 것들이 굳어버리면 훗날 떼어낼 때 지옥도가 펼쳐지므로 완전히 굳어버리기 전에 제거하는 거라

한다. 내일도 나오라 하길래 알겠다고 했다. 실내 작업이라 춥지도 않고 제법 괜찮은 일인 것 같다.

언제 다쳤는지 왼손 손목에 베인 상처가 있는 게 열받았다. 집에서 잠깐 곯아떨어졌다가 새벽 2시까지

기초공학 수업 노트 필기를 했다. 대학 생활과 노가다를 병행하기란 참 힘들구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마땅한 팁은 못드리겠는데 고글은 쓰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