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사용하지 않았던 사무소에 연락을 주고 나가보았다. 하지만 항상 특이한 건 이 사무소는 용역
돌려막기가 너무 심하다는 거다. 결국 가고 싶은 현장으로 가게 되긴 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 확인을
해보니 지역만 같고 다른 팀으로 넣어버린 것이었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생활 패턴이 망가져서 새벽 3시에나 겨우 잠들어서 2시간 후에 출근 준비. 굳이 이런 조건에서도 출근을
고집하는 이유는 틀어진 생활 패턴을 이렇게 억지로라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함이다. 체력이 부실하니
준공 청소 이외의 일을 시킨다면 자신은 없다. 잘해줄 자신이.
오늘이 2020년 수능이라고 한다. 떨리겠군. 돌이켜볼 필요도 없이 막상 부딪쳐보면 별 거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게 사회가 주는 첫 교훈이다. 부모 및 교사가 주는 조언은 와닿지 않는데 실제 '경험'을 주면
심장을 구겨버리는 것 같은 격렬한 감정의 파동으로 정신을 못차리게 만드는 것이 사회가 주는 교훈이다.
이때의 감정을 '허무함'이라고 하더군.
사무소가 바뀌었으니 업체를 변경해야 해서 간만에 안전교육장에 들러 감회가 새롭다. 처음 왔을 때에는
완전히 초짜였는데 어느새 경력이 나름 쌓였다. 이후 작업 도구 챙겨서 올라가니 8시였다. 다른 팀원들은
이 한겨울에 양수한다고 하는데 다행히 우리팀은 청소와 양중이다. 너무 편하고 느긋해서 이정도 기세면
금토 연속 출근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라 가뜩이나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데다가 조명이 없는 실내는 진짜 한치 앞도 안 보일 정도였는데
랜턴이 문자 그대로 빛을 발했다. 걸어다니는 인간 와드가 되어서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역시 사길 잘했다.
9시부터는 쓰레기 양중. 그다지 중책을 맡진 않고 눈치만 살폈다. 왜냐하면 나만 빼고 다들 일면식이
있는 듯해서 괜히 나대지 않고 그들의 짜여진 팀워크에서 빈 부분만 메꿔주는 것만으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다른 팀과 호이스트 점유권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 그러다가 108동 9층
하스리 작업 뒷처리를 요청 받아서 돌덩이 치우고 양중. 쉽지 않다.
점심 시간에는 근로자 휴게소에 갔다. 사람 엄청 많고 이미 다들 침대를 차지해서 그냥 의자에 앉아서
난로 불이나 쬐었다. 다음에 올 땐 돗자리를 가지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TBM하는데 인원 한분이 청소라고 하기에 왔는데 왜 양중을 시키냐며 조퇴를 했다. 그럴 수 있지.
9만원 받으면서 온갖 일, 양중과 양수 등등을 하던 어리석은 과거가 떠오르는군.
의외로 힘들었지만 할만했다. 듬뿍 제공된 휴게 시간을 내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눈치 보느라.
일은 16시에 끝났고 인원 확인 후 종료됐다. 돌아가는 길에 먼지 다 털고 안전화도 세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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