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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생동성 실험 아르바이트 참가 후기

by 레블리첸 2021. 2. 18.

 

 

https://blog.naver.com/ravlitzen?Redirect=Log&logNo=220819913657&from=postView

 

생동성 알바 참가 후기(1기) 9/18~9/23

▲ 생동성 시험 스케쥴을 진행한 양지 병원 임상연구센터. 해치지 않습니다^^ 그동안 하던 알바를 그만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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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대략 5년 전에도 생동성 시험에 참가한 이력이 있다. 마침 일정이 비어있기도 했었고 지인이

편하게 누워있는 것만으로 최저시급을 웃도는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해줘서 편하게 벌려고 지원.

다만 그때 당시에는 14박 15일의 입원이라는 미친 일정을 소화해내야만 참가가 가능했었기 때문에

이후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던 나로선 감히 엄두도 못낼 아르바이트였다.

 

 

 

 

 

 

 

 

 

 

그랬는데 제약회사 측에서도 14박 15일이라는 미친 일정을 금연 금주 60인실 생활하게 한다는 게

엄청난 장벽이라는 것을 느꼈는지 회사원들도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도록 주말동안에만 입원하고

평일 꼭두새벽에 잠깐 방문해서 채혈하고 끝내는 식으로 조정을 한 것 같더라. 퇴직 후에 대학생이

된 나에게 그런 건 전혀 영향은 없지만 아무튼 편하게 돈 벌 기회가 있다니 간만에 해보기로 했다.

12월에 기말고사가 끝나고 신체 검사를 진행해서 드디어 합격 통지를 받았다. 입원 일정은 1월부터

시작해서 일주일간 진행한 후 휴약기를 가지고 내월에 재진행이 된다고 한다. 입원기간이 짧아지고

방문 채혈로 시간적 부담이 줄어든 만큼 보수도 가벼워진 것이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그렇긴 하지만

이 추운 날씨에 공사판에서 동상의 위험과 다툴 바에는 돌연변이 가능성이 훨 낫단 생각이 들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귀찮은 절차가 생겨서 입원 당일 오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만 했는데 어차피

받아두면 좋긴 하니까 악감정은 최대한 덜기로 했다. 몸만 가면 됐었는데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모든 짐을 가지고 갔다가 몸만 고생했다. 검사를 받고 다시 집에 가서 결과 나올 때까지 또

대기했다. 양성이 나올리가 없지만 긴장은 되더라.

검사 과정이 강렬했는데 양손에 비닐 장갑을 착용하고 깍지로 검사 키트를 쥔 채로 부스에 들어가서

선생님에게 건네드리면 면봉 하나로는 목젖을 찌르고 나머지 하나로는 콧구멍을 찌르고 캡슐에다가

동봉하여 돌려준다. 1분 환기 후 부스를 나가서 보관함에 두고 귀가. 단숨에 편도가 부어서 귀갓길에

목감기 맛보기한 것 같았다. 듣기로는 2기 입원 때도 한 번 더 한다더라.

달력에 시험 일정고 정보에 대해 기입해두었다. 원래는 토요일부터 일요일에 입원 절차를 밟고 월화

수에 방문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2일씩 연기되어서 평일을 전부 쏟아야만

한다는 데에 다시금 분개했다. 목금에 일하면 최소 20만원은 더 가져가는 건데 일을 못하잖아.

 

 

 

 

 

 

졸라 편하다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와서 점심 식사한 뒤에 낮잠 좀 잤다가 늦지 않게 입원실에 도착. 시설이 5년

전에 왔을 때보다 많이 깔끔해진 것 같았다. 일단 전에는 침대 위에 눕자마자 두드러기가 났었으며

차가운 소재에다 위생이 불량해보였었는데 반해서 매우 푹신하고 따뜻해서 지내기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내가 챙긴 준비물 목록은 아래와 같다.

노트북+충전기 -> 재택근무를 병행하기 때문에 절대 없어서는 안 됐다.

블루투스 키보드 -> 같은 이유. 그런데 바보같이 마우스를 두고 와서 고생했다.

타블렛 -> 심심하면 그림이나 그리려고 했는데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스마트폰 충전기

멀티 콘센트 -> 옆자리분과 콘센트 경쟁할까봐 챙겼는데 필요 없었다.

팬티 2장

수건 2장 -> 수건은 1장이면 충분하다.

상하의 2장 -> 챙길 필요 없었다.

여분 양말 2장 -> 쓸모 없었다.

세면용품과 로션

신분증 -> 통장사본은 은행 어플로 다운받아 보내면 되서 안 챙겼지만 이건 챙겨야 한다.

기껏 빡대가리같이 갈아입을 편한 옷을 가져왔는데 찜질방처럼 상하의 반팔 반바지를 제공해줬다.

환복하다가 이어폰 한쪽을 떨어뜨리고 분실한 줄 착각해서 1층까지 몇번 왔다 갔다한 사건이 있긴

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문제라면 떨어뜨린 이어폰이 박살난 것 정도.

 

 

 

 

 

10일간의 입원이니까 분할해서 보면 매일 96,000원을 버는 셈이더라. 나쁘지 않군. 아쉽게도 시기가

안 좋아서 잠을 잘 때는 물론, 언제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고 씻을 때도 인원 통제가 되며 또

2기 참여 시 그 파격적인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게 함정.

얼마나 쓰레기같은 밥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웬 걸, 치킨마요 도시락이 나왔다. 맛있게 먹었는데 장국

색깔이 맑은 것이 어쩐지 익숙한 불길함이 느껴져 한입 마셔보니 5년 전의 그 맛이 났다. 그때의 마치

지옥같은 나날이 바로 상기되는 맛이었다.

 

 

 

 

 

 

 

재택근무 때문에 노트북은 챙겨야 했지만 타블렛은 솔직히 욕심이었고 정작 마우스를 두고 왔다.

마우스 대신 타블렛 팬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기분이 묘하다. 내일이 근무일이 아니란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1기 2일차>

 

 

 

 

어제 잠에 드는 데에 고생 좀 하긴 했다. 나름 갇혀지내게 되어서인지 부정적인 생각이 마구 샘솟더라고.

아무튼 2일차 5시 30분에 갑자기 점등되서 눈뽕 당하고 곧바로 혈압 측정 및 세안을 했다. 약을 먹은 뒤

팔목에 카테터라 불리는 것이 삽입되고 30분마다 피를 소량 뽑아간다. 정오까진 문제 없었지만 이후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더니 졸리기 시작했는데 1시간 간격으로 깨어나야 했으므로 고문이 따로 없더라.

주변에서도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저혈압을 만드는 약이니 당연한 거지.

<1기 3일차>

혈압을 측정하니 최고 108 최저 64 맥박 72를 찍을 정도로 내려갔더라. 참고로 평상시에는 최고 134에

최저 80 정도였다. 여전히 약간 두통은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상태는 많이 나아졌다. 약을 먹고 계속

피를 뽑는 동안에는 샤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드디어 샤워가 허용됐다는 게 기쁘다.

8시에 퇴원해서 곧장 집으로 갔고 귀가길에 떡볶이 사먹어서 조금 입맛을 회복했다.

 

 

 

 

누워만 있었더니 소화도 잘 안 되고 제공되는 밥은 과거보다 맛은 있지만 여전히 의미 불명의 단맛이

느껴지는 밥이 거부감을 일으킨다. 결국 저녁 먹다 버리고 토해냈다. 저혈압의 대표적인 영향인 두통,

메스꺼움 현상을 보이는 것을 보니 이 약이 실험약이라면 성공이다. 기운이 없어서 그 이후로는 종일

누운 채 헤롱헤롱한 시간을 보냈다. 소등 후에 세안하고 다시 잤다.

이후로는 수목금에 오전 8시까지 병원 방문해서 채혈을 진행 후 빠른 귀가를 할 수 있다. 끝내고 집에

도착하면 늦어도 9시. 많은 헌혈 경험으로 얼른 집 가고 싶다는 마음에 채혈 끝남과 동시에 가지 말고

느긋하게 긴 시간을 들여서 지혈을 하는 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8시 30분까지 앉아있다 집 갔기

때문에 늦긴 했지만 아마 회사가 근방이라면 직장인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일 것 같더라.

그래도 일단은 주사바늘을 꽂는 것이고 노가다는 오전 7시에는 작업이 시작되므로 기대와는 다르게

생동성시험과 노가다, 재택근무의 3가지를 동시에 병행하는 건 불가능했다. 피도 뽑히기도 했고.

<2기 1일차>

 

 

 

 

 

 

 

반가운 모습이군.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재방문함. 귀찮기 짝이 없다. 건설 현장에서도 때마침 검사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에 불과 한달 사이에 코로나 검사만 3번 받았다. 컨디션이 난조라서 얼른 귀가해서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새벽 4시에 겨우 잠들고 계속 코피를 흘렸던지라.

뭐, 이것저것 준비하고 절차 진행한 뒤 입원. 18시를 조금 넘겨 식사를 받았다. 첫식사가 치킨마요던데

다시 먹어봐도 한솥도시락과 비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맛이 없다. 적당한 크기의 닭고기와 지단을

넣고 마요네즈와 간장을 뿌리는 것으로 끝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쌀 때문인지 맛대가리가 없다. 같이

제공되는 장국은 안 먹는 것이 식욕 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오후 15시쯤에 라면 먹고 오길 잘했다. 맛이 너무 없어서 90% 정도만 먹고 버렸다. 배가 고파지긴 해도

헛구역질 안 하는 게 차라리 낫다. 식사를 마치면 바로 눕지 말고 최대한 걷거나 서서 소화를 좀 시키자.

구내에 남아있는 식사의 잔향을 지울 겸 곧장 양치도 하자. 좀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조리한 사람도 음식에 대한 예의가 없긴 매한가지이니 괜찮다.

지난 번과는 다른 층을 사용하게 됐는데 샤워실과 화장실 구분이 되어있고 넓어서 훨씬 괜찮은 것 같다.

온수도 더 잘나오더라. 소화시킬 겸 후다닥 샤워했다. 다들 어차피 2일차에 못씻고 3일차도 오전 8시가

되면 끝나니까 3일동안 안 씻을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생동성은 산뜻한 기분을 유지하면 좋다. 불쾌한

기분이 들기 딱 좋은 환경이거든.

<2기 2일차>

자정을 넘겼으니 2일차로 봐야겠지. 동기 중에 잠버릇이 유별난 사람이 있어서 솔직히 힘이 들긴 하다.

5시 30분에 기상 후 체압 측정. 6시 48분에 카테터 삽입. 7시 3분에 투약. 그러고보니 기분을 개잡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여성 귀족인 내가 아이를 낳고 수도원으로 보낸 뒤 마술의 힘을 빌려 남자가 돼

생활하다 어떤 여기사와 사랑에 빠졌는데 웬 배불뚝이 NTR장인처럼 보이는 파오후 새끼가 그 여기사

상대로 NTR각을 재던 도중 내 약점을 발견하고 갑자기 내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것. 소름이 다 끼쳐

잠에서 깼던 기억이 난다.

저번보다는 약효가 약한가 보다. 두통도 덜하고 예전엔 정오 지나자마자 더이상 정상적인 사고라고는

불가능할 정도로 생체 기능이 저하되어 혈압이 100 이하까지 내려갔는데 이번엔 괜찮은 걸 보니 약은

실패했군.

어느샌가 저녁. 18시 석식까지만 먹으면 가장 큰 고비는 다 넘긴 셈이다. 정말이지 끝까지 맛대가리가

없다.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실험 참가가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맛없기가 참신할 지경에

이르렀다.

<2기 3일차>

멀쩡했는데 간밤에 혈압 떨어져서 두통으로 고생 좀 했다. 6시 30분에 기상해서 혈압을 측정해보니까

최고 98 최저 68 맥박 70. 많이 내려가긴 했다.

 

 

 

 

 

이후 퇴원하자마자 곧장 친구네 집으로 가서 치즈 가득 카레 떡볶이를 먹었다. 토목기사 필기 시험

공부하다가 갈비탕 한그릇씩 먹고 커피 홀짝이다가 헤어졌다. 많이 피곤하군.

<2기 4~5일차>

제기랄 늦잠잤다. 알람을 안 맞춘 건 아니고 새벽 5시부터 줄기차게 이어진 20개 가량의 알람들을

전부 못들었다. 제정신이 아니군. 담당자의 전화 덕분에 겨우 일어나 출발. 8시에 채혈인데 아무리

빨라도 10시 30분에나 도착하겠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과 달리 큰 탈은 없이 채혈 진행했다.

<후기>

솔직히 말하자면 투약기동안 힘들었고 입원 기간동안 먹어야하는 그 맛없는 식사를 떠올린다면

그다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입금이 되니까 순식간에 금융 치료가 되더라.

힘든 건 아니지만 생활 패턴이 박살난다는 것 때문에 이후 원래의 컨디션을 되찾기가 좀 힘들다.

순식간에 밤낮이 바뀐 탓에 언젠가는 아예 날밤을 샌 상태로 현장에 출근해 강제로 수면 주기를

고정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을 했었지만 입금이 되니 금융 치료가 됐다.

이제 와서 할만한가 생각하면 금융 치료의 여파인지 할만한 것 같다. 회사에서 병원까지 거리가

아주 멀지 않고 탄력근무제가 시행중이라면 주말동안에 입원하고 평일에 방문 채혈하는 것으로

6개월에 한 번씩 각각 100만원씩 총 연봉 200만원을 올릴 수 있겠더라. 물론 애인은 불안하겠지.

실험 후유증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알 수 없고 2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말이다.

 

 

 

 

 

그치만 돈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