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뜻하다기에 반팔티 위에 작업복만 걸치고 출근했는데 바람이 차서 후회했다. 그나저나 어제
레자 방수 팔토시를 처음 사서 써봤는데 방수는 확실하지만 환기가 안 되서 팔소매가 땀으로 모조리
젖어버려 고생했는데 빨래 돌려보니 제대로 마르지도 않더라. 제기랄. 아무튼 심히 피곤하다.
춥다. 얼른 일하면 좋겠네. 어제에 이어서 갈탄. 우선 C존의 난로들을 옮겨야 했는데 난로 안에 아직
불이 살아있어서 어쩌나 싶었더니 물을 받아다가 부어버리는 것으로 해결됐다. 물을 부으니 연기가
엄청나게 나던데 안전 고글이랑 방진 마스크 덕분에 건강을 챙길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매일 갖고
다니는 고무 장갑 덕분에 물을 받을 때 젖지도 않았다.
뭐 한 거도 없는데 벌써 8시 40분. 열풍기 모으고 특히 아래층 106동쪽에 있는 10만짜리 대형 열풍기들을
운반하는 데에 애를 좀 먹었다. 계단으로 올리고 끙끙댔는데 벽돌이랑 시멘트 포대로 길이 막혀있어 도로
내리고 크레인으로 퍼서 올리기로 결정했다. 올리는 김에 고장난 열풍기까지 가져와서 전부 4대를 올렸다.
오늘 오전은 이렇게 무탈히 지나가는구만.
기름통 좀 옮기고 빈통 모아서 인양함으로 뜨는 등의 잡일을 했다. 10시가 됐군. 이후엔 화목장이
아닌 C존에서 알폼 화목을 했다. 망치질 못한다고 꾸중을 들었다. 아무튼 적당히 하다가 식사.
날이 풀려서 되게 따뜻하고 좋다. 가볍게 인양함에서 빈통이랑 열풍기 내리고 106동 20층에 올라갔다.
그리고 25층까지 걸어올라간 다음에 난로를 털고 모아두었다. 빨리 끝나서 13시 35분에 조금 쉬긴 함.
땀이 엄청 나는군. 14시 30분까지 더 쉬었다. 개꿀.
할 일이 없으니 세대 청소시키던데 내려가던 중에 천반장님이랑 따로 빠져서 폐기물 상차 보조해주러
화목장에 갔다. 별 건 없었고 지게차에 항공마대 손잡이 걸어주는 정도였다. 꽤 일한 것 같았는데 시계
보니까 겨우 30분이 지난 것을 보고 정말이지 화목장은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아무튼 얼추 정리되니 104동 10층으로 보내더라. 벽면에 고정된 핀들을 뜯어내는 일을 시키던데
힘든 건 아니었고 오히려 꽤 재밌고 시간도 빨리 갔다. 위 사진에서 쥐고 있는 파이프를 핀에다가
꽂은 다음에 시소처럼 체중을 실어 흔들어 빼는 일이었다.
15시 40분에 참을 받았는데 남는 거라기에 딸기파이 3개나 먹었다. 맛있더라. 그러다가 윗층에도
참을 못받은 사람이 있어 전달해주라는 지시를 받아 올라갔었다. 없더군. 아무튼 핀 좀 마저 빼다
16시 10분쯤에 정리하고 슬슬 내려갔다.
공사현장 퇴근길인데 항상 저 문구를 볼 때마다 '거의 다 왔어..! 이곳만 통과하면 우리는 살 수
있...(콰직!)' 하는 클리셰 같은 장면이 떠올라서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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