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방이란 예정된 자재들을 지정된 장소까지 옮겨주는 작업을 말한다. 맡은 임무만 해결하면
곧바로 귀가시켜주는 '야리끼리'가 곧잘 통하지만 그 대신에 확실하게 몸을 조져놓는 일이다.
아무튼 3월에서는 첫 출근이다. 항상 갔었던 현장이 아니라서 설렌다. 오늘 임무는 무엇인가
했더니 목재 합판을 지상 1층 주차장에서 지하 1층의 현장 내부까지 옮기는 일이었다.
아무튼 정신 없이 느긋하게 나르는데 이것이 좀 빡세긴 하더군. 합판 나르니까 손가락 마디가
너무 아프더라. 인터넷에서 합판 옮길 때 도움이 된다고 하는 어떤 도구 관련 자료를 봤었는데
그것에 대한 구매 욕구가 마구 샘솟았다. 어림잡아 500장 정도 되고 종류도 3가지가 되었는데
가볍고 단단한 녀석, 출렁거리는 녀석, 두껍고 무거운 녀석 순이었다. 당연히도 마지막 합판이
제일 갯수가 많았다.
앞선 두 종류는 짝꿍이 된 반장님이랑 너다섯 장씩 마주 들고서 내려가서 지하 1층 복도에다가
적치해두고 대충 쌓이면 지정해준 위치로 적재하는 식으로 일을 했다. 2종류 끝내니 점심 시간.
밥 먹는데 '야리끼리'라고 확언을 주길래 식사 마치고 후다닥 이어서 일했다.
반장님이 발이 빠르고 드는 요령이 좋으신 듯해 나랑 신장 및 요령 차이, 체력 차이가 있으니까
혼자 하는 편이 편하다 하시니 마지막 세 번째 녀석은 각자 한 장씩 들고 내리기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지하 1층 공인중개사 사무소 직원분이 가게 문앞을 막으면 어떡하냐고 노발대발하더라.
우리야 직원도 못되는 말단 용역이고 전해 들은 바가 없으니 그러려니하고 넘겼다.
신경 끄고 어차피 옮겼어야할 자재이니 옮겼다. 대충 20장 정도 나르고 쉬기르 반복.
있었는데요
없....
없습.... 쓰으읍.....
니다악...!
휴 오전 8시부터 시작해 14시가 안 되어서 겨우 끝내긴 했다.
일이 끝나가니 눈치 보던 목수 양반이 퀘스트를 추가하더라. 먹선을 그어야 하고 불똥이 튀면
위험하니 바닥의 먼지들을 쓸고 또 쓰레기 등을 위로 올려달라 한다. 쓰레기는 최초에는 위의
사진처럼 말끔히 마대에 담겨있지 않고 바닥에 중구난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겁나 해주기 싫었는데 까짓거 해주게 됐다. 내가 곰방하러 왔지 청소하러 온 줄 아시느냐 조금
신경질내며 따졌더니 정으로 해달란다. 정은 무슨 정? 우리는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인 것을
모르나. 못한다고 시위하려니 페어로 온 반장님이 자기가 하겠다 나선다. 난 혼자 쓰레기 전부
올리고 반장님은 바닥을 쓸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결국 나 혼자 양중했으니 손해군.
쓰레기 양중 마무리되니 청소도 마침 끝났다. 정말 깔끔히 쓸어주셨더군. 아무튼 14시 30분 즈음
퇴근 허가를 받았다. 집에 와서 손에 소독제를 발랐다가 여고생처럼 크아악하고 크게 비명질렀다.
합판을 드느라고 손마디에 물집이 잡히고 손바닥 가죽은 찢어져서 얇게 벗겨졌더라. 어깨랑 허리
역시 잔뜩 뭉쳤다.
조만간 또 곰방할 일이 있을 것 같던데 또 피를 보고 싶지 않아 곧바로 소위 합판 들어주는 도구인
'고릴라 그립퍼'를 주문했다. 사용해보고 훗날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지.
내 고릴라 그리퍼는 빛나고
그립 부분은 합판을 들어낸다.
기꺼이 합판을 이동하고
보수에 걸맞는 노동을 제공하리니
오 신이시여
나를 당신 곁에 두시고
일꾼 중에 세우소서
남의 피를 쏟게 하는 자
자기 피도 쏟게 하리라
그것이 노가더의 뜻이라.
- 내 고릴라 그립퍼는 빛나고
아!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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