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회사 다닐 때가 생각나면서 그 단순 반복되던 매일이 그리워진다. 벌이가 적었더라도 대신에
육체적 피로는 덜해서 자기 시간도 많고 내일은 무슨 일을 할지 걱정도 안 되서 마음이 편했었는데
그땐 그런 일상이 너무나 지겨웠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을 시키려나 걱정을 하면서 눈을 감는다.
적당히 4시반 알람을 듣고 깨서 40분 더 잤다. 뜬금없이 굳이 이런 시각에 깰 필요가 있나 생각해서
알람을 30분에서 50분으로 옮겼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5시 10분 알람 이후로 죄다 꺼버렸더라고.
식겁했다.
날은 차지 않고 적당히 선선하다. 춥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반팔티 위에다가 발열조끼를 걸치고서
작업복 입은 상태. 발열조끼 작동하니 버틸만한 정도다. 오전은 어제 이어 갈탄인데 작업할 인원이
꼴랑 셋이다. 겁나 쾌적하구만 그래. 우선 어제 갈무리해둔 깡통부터 위로 받아치기 해서 올리는데
아주 죽을 맛이다. 깡통 절반 올리니 8시더라. 조금 쉬다가 인양함으로 갈탄 받았다.
갈탄도 모아서 올려주니 9시다. 깅ㄴ이 3도라서 더럽게 덥군. 발열조끼가 쓸데없이 보온도 잘 되서
문제다. 아무튼 갈탄 받아 뿌리는데 남반장님이 바닥의 구멍을 미처 못보고 발이 쑥 빠져 크게 다칠
뻔했다. 그리고 작업 마저하고 5층 내려가서 쉬려고 했더니만 귀신같이 신호수 교대 요청이 들어와
결국 11시 20분에 딱 맞춰 밥 먹었다. 개같네.
오후도 갈탄 작업.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우선 105동 4층에 있는 난로들을 철근숲을 헤쳐가며
104동 5층 타설 구역으로 가져가서 배치했다. 땀범벅이군. 그후로 어제 가져다 놓았던 반가운
갈탄들을 각 난로당 5개씩 배치했는데 영문은 모르겠지만 한참 모자라더라고. 14시에 새 갈탄
가져오기 전에 잠깐 쉬었다.
갈탄 나르고 열풍기 배치하니 체력은 고갈. 그래도 열일한 걸 조반장님이 알아주셨는지 기름통
24개 실으러 가는 작업은 열외되서 15시 20분까지 휴식했다. 이후 기름 24개 올라와서 내리고
열풍기 4대마다 6개씩 뿌렸다. 15시 30분. 조금 더 쉬다가 퇴근 시각에 맞춰서 내려가기로.
숯탄 챙기고 조장 허가 받아 더 쉬었다. 쉬다가 16시에 빈 기름통 모아서 갖고 내려갔다. 막판에
바지에 기름 다 묻고 집에 가기 전 옷정리를 하려니 먼지털이가 작동 안 해서 열받는다. 내일 좀
쉬고 싶은데 일요일과 월요일 삼일절에 일 없으니 까짓거 출근 일정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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