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Diary/▶ 근무 일지

20210411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발톱 빠짐, 뿌린대로 거두리라)

by 레블리첸 2021. 4. 24.

 

 

 

 

5일 연속 출근은 처음이군. 어제 출근 확정 받아서 일요일에 일한다고 하니까 다들 경악하더라.

여튼 돈을 벌기 좋을 때 많이 벌어두는 것이 좋지. 월요일 출근 요청이 취소된 건은 안타깝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구성이 있는 사람의 몸이니까 6일 연속 혹사는 무리가 크겠다.

일요일이라 버스 출발이 늦더군. 덩달아 조금 헤맸다. 근데 도착하니까 6시 30분인데도 여전히

안전 교육장 문이 안 열려있어서 빡쳤다. 오늘 작업자들이랑 문 앞에서 현장관리자의 뒷담이나

늘어놓으며 시간 보내다가 들어갔다.

 

 

 

 

 

 

 

오늘은 한마디로 조졌다고 요약 가능할 듯. 배수로 평탄화 작업을 해야 하므로 '빠루'라는

쇠몽둥이로다가 바닥을 쳐서 깎아 나아가야 하는데 드럽게 빡셌다. 장갑을 벗어서 보니까

이미 오른쪽 손바닥의 살이 밀려서 찢어졌더라. 시간은 꽤 순식간에 흘러갔다.

아무래도 어르신에게 빠루를 쥐게 하는 것은 좀 모양새가 아니니까 젊은 놈인 내가 온종일

빠루질을 했더니 점심에 팀원들이 위로와 격려를 해주더라.

 

 

 

 

 

 

 

 

오후에도 터널로 재진입. 정말 발걸음 떼기가 겁이 나더군. 오후도 결국 빠루질의 연속이었다.

이 현장은 이미 끝났었는데 잔업이 남았다며 다시 인원을 요청했던 곳이고, 어제 이 현장에서

일했던 동료분이 개인 문자로 '개꿀이니까 꼭 오시라'고 해서 요청했었는데 가보니까 글쎄 영

아니올시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은 따로 차출되서 계단 쓸고 있더라. 자네 상어를 낚았구만.

작업 조장은 빨리 작업을 마쳐야 하는데 작업이 더디니까 성이 나는지 터널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고함을 질러댄다. 예전에 마지막 근무날이라며 그동안 고생했다고 15시에 업무 끝낸

뒤 헤어졌을 때 그후로 다시 안 봤으면 좋은 인상으로 남았을텐데 아쉽더라. 연거푸 빠루질이

왜 이렇게 서투르냐며 윽박을 지른다. 그게 스트레스는 되지 않고 나도 '언제 빠루질을 이렇게

기술적으로 배워보겠냐'면서 조금 신경과민인 스승 밑에서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좋게 보고

대응했다. 난 몰랐는데 팀원분들은 내가 강철 멘탈이라며 칭찬하더라.

어쨌든 유익한 시간이었다. 작업 조장도 조금 내게 미안한 감정이 생겼는지 아니면 말일 해도

내가 발전하는 기색이 안 보여서인지 근처의 다른 팀에게 붙어서 고함 지르고 있더군. 페어를

맺어 같이 일했던 반장님이 마음 고생 심했겠다며 내 등을 토닥여줬다.

이렇게 멘탈이 탄탄해진 건 모두 겟앰프드라는 게임 13년을 한 고행 덕분이겠지.

 

 

 

 

 

 

 

집에 오니 손이 아주 박살나서 진피가 찢어지고 벌건 근육이 다 드러났길래 소독했다.

소독약 바르는데 마치 불에 데인 것처럼 고통스러워서 약 30분동안 땀 뻘뻘 흘리면서

끙끙거렸던 기억이 난다. 약을 바르고 좀 쉬려고 하는데 악재는 겹쳐서 일어난다던가.

양말을 벗다가 왼발 새끼 발톱이 걸려서 중간 부분이 문자 그대로 벗겨져버렸다.

당분간 벌어먹긴 글렀구만 생각이 들었지만 이쯤은 좀 버틸만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걸어보려니 색다른 고통 때문에 안 되겠더라.

 

 

 

 

 

 

 

 

 

 

 

한참을 끙끙거리며 절뚝거리니 지나가던 이웃 주민이 나를 보고는 무슨 일이냐 묻고

발톱이 빠졌다 답하고 외과에 가는 게 나을까 물으니 외과 가봤자 멀쩡한 부분 발톱

뽑아낼 뿐이다 하시며 직접 조치를 취해주셨다.

이외에도 많은 이웃들이 어떻게 내가 다쳐서 집안에만 박혀있는 걸 알았는지 당분간

바깥 외출은 삼가라면서 전부해서 라면 3팩을 주셨다. 이런 게 자업자득이겠지.

 

 

 

 

 

 

 

4월 24일. 드디어 살가죽에 달라붙어 덜렁거리던 발톱이 온전히 빠졌다. 더이상 걷다가

발톱이 신발이나 천에 걸려서 아플 일은 없겠군. 조금 더 상태를 보고 또 출근하고 싶다.

4월 12일부터 지금까지 약 12일의 뜻밖에 휴가를 받아버렸다. 뭐, 중간고사 기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일을 줄일 수밖에 없기도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