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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10505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방음벽)

by 레블리첸 2021. 5. 10.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신난다. 일이 있다. 5월 들어서 첫 출근이다. 지난 번 연락을 받았던

방음벽 업체 소장님한테 개인적으로 의뢰를 받고 나왔다. 원래는 나 혼자만 쓰시겠노라고

하셨지만 사정을 해서 내 팀원 1명을 더 불러달라고 했다. 그 대신 난 9만원에 지인은 13만

정도로 딜을 봤다.

그런데 정작 그 지인이 어수룩한 사람이라 길을 못찾아서 헤맸다. 그러니 작일 우리집에서

자고 같이 출발하자고 타일렀건만. 아무튼 현장이 도심지에 있어 우려와 달리 신발이 온통

진흙투성이가 될 일이 없겠고 설치 아닌 해체라서 띵가띵가 놀다 집 가겠더라.

 

 

 

 

 

 

 

정신을 차려보니 다음 날이군. 어제를 회상하자면 빡셌다. 안전 교육 받을 때까진 좋았는데

신호수 한 명이 고혈압으로 귀가했지만 상관 없었고 작업구간은 딱 1/5만 남은 시점이라서

어쩌면 조기 퇴근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예전 현장은 산지에다 고립된 곳이라 방음벽 판넬이 떨어지면 쭉 뒤로 빼서 가까이에

쌓기만 하면 됐는데 이번엔 건물도 붙어있고 구석진 데다가 교통도 혼잡해서 90도 커브해야

하는 구간도 있는 등 아주 골치가 아팠다.

무엇보다 기껏 내 임금 깎아가며 소개한 내 지인이 기묘하게도 자꾸만 작업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등 자신만의 노가다 세계관을 펼쳐가기 시작해서 답답했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까 간밤에 잠을 안 자고 출근하셨다더군. 덕분에 두 명의 에이스들을

이끌고 현장을 순식간에 정리해버릴 거라 기대하셨던 소장님 표정이 굳어지시더군.

 

 

 

 

 

 

절차는 지난 번과 똑같았다. 먼저 핀을 줍고 그 다음에 판넬을 정리하고 아시바를 쌓아둔 뒤에

H빔의 제거와 적재를 돕는다. 다만 그 모든 절차가 환경이 엿같아서 오래 걸렸다.

게다가 갑자기 직영 직원이 와서는 바닥을 까고 뒤집어 흙바닥이 드러나게 만들어야 한다더라.

상황이 이래저래 꼬이기 시작했다. 일단 H빔을 자르고 크레인 밀바를 거는 것을 도왔다. 난 뭐

특별히 빡센 일은 없었지만 돌이켜 보면 제대로 쉬지 못해서 피로가 쭉 누적되었던 것 같다.

 

 

 

 

 

 

 

나중에는 게이트 입구 철거까지 하더구만. 점입가경이다. 게다가 이것을 4등분해서 자른단다.

슬슬 소장님 안색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적당히 사리기 시작했다. 아무튼 게이트 반갈죽을

해주니까 17시가 됐다.

 

 

 

 

 

 

 

친구가 '뭐하냐'고 물어보길래 이 사진을 찍어서 '일한다'고 답장하며 보냈는데 오늘 일기

쓰면서 사진을 보니까 전기선 설치도 안 되서 cctv도 없는 공사현장 지하 4층에서 해머를

들고, 초면에 반말 찍찍 내뱉는 작업 반장한테 '말 놓지 마시죠'라고 하면 상냥해지시는지

알 것 같더라.

 

 

 

 

 

 

와! 어린이날 기념 불꽃놀이!

 

 

 

 

 

 

 

연장 돌입. 그 와중에 바닥 공사하던 포크레인 기사는 연장 수당이 아닌 '야간 수당'으로 주지

않으면 안 하겠다며 탈주했다. 상황이 골때려졌ㄱ만.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스카이도 불렀고

소장님은 이미 지출이 너무 컸다. 나로서도 딱히 도울 수 있는 일이 없는지라 '에이스' 반장과

손놓고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서 있으니 다리 아프더군.

 

 

 

 

 

 

 

일 끝나니까 18시 30분이던가. 소장은 원래 나랑 에이스 둘 써서 9만에 13만, 총 22만원까지만

쥐여주고 끝내려고 했었다. 사실은 그것도 나 하나만 써서 15만에 끝났을 것을 굳이 두 명을 써

7만원이 오버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소장님이 고생했고 30만원을 줄테니 알아서 분담하라더라.

참 갑갑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따라와줬고 괜히 고생시킨 에이스 반장한테 미안해서 18만원을

주고 내가 12만원만 가져갔다.

일 어땠냐 물어보니 에이스 반장은 죽어가는 낯빛으로 3일치 일을 몰아서 한 것 같다 답하더라.

딱하게 됐군. 어쨌든 귀가길에 본 분식집에 들러 저녁 먹었는데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