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편한 것도 아니고 가깝지도 않으니 계륵과 같구나. 내일은 친구의 이사를 도와주고
일요일에는 개꿀 살수 노린 다음 월요일날 작별해야겠다. 어쨌든 돈이 되긴 하니.
흐흑, 맛있었다. 오늘의 밥은.
아무튼 오늘의 할 일도 반복적이었다. 이반장님이 떠나서 결원이 생겼고 1명 충원이나
해주려니 했는데 3명으로 강행돌파하더라. 덕분에 넷이 하던 일을 셋이 하게 되었으니
교대나 쉬는 시간도 전혀 없이 쭉 서서 살수하게 됐고 때문인지 더럽게 힘들더라.
거기다 열받는 건 건물울 부순 잔해 위에 올라가 그대로 물을 뿌리게 되는데 그러다가
바닥이 붕괴되는 탓에 넘어져서 그대로 굴러떨어져 다리를 다쳤다. 대충 바지를 살짝
걷어서 보니까 조금 피부가 벗겨졌고 대신 겁나게 따가웠다. 사내 자식답게 참아내고
마저 작업했다.
오늘은 종일 서서 물만 뿌리다 가는군. 팔과 다리가 너무 아프고 퉁퉁 부었다.
그 다음 날인 15일에는 친구의 이사를 도와주었다. 내가 처음 부동산과 직접 원룸 계약을
하는데 겁을 먹으니 진정시켜주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었다.
덕분에 앞으로는 알아서 계약을 맺고 더 좋은 조건의 집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아무튼 계속 현장에나 나가자니깐 어쩐지 전신이 심하게 붓고 컨디션이 나쁘기에 회복을
하고 정보비에 대한 대가를 줄 겸 이사를 돕게 됐다. 특별히 차 운전이 가능한 친구 1명을
불러서 이사 친구가 미리 싸놓은 박스 6개와 그 밖에 소형 가전 6개와 TV, 대형 리빙 박스,
슈트 케이스까지 알차게 옮겼다. 이사짐 별로 없다더니 속였구만.
차 끌고 나온 친구랑 이사하는 친구는 서로 초면인데, 차주 친구가 '친구의 친구를 위해서
이사를 도와주는 경우는 처음이라 황당하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흔한 경우는 아니군.
시간이랑 일정이 묘하게도 안 맞는 바람에 결국 이사하는 친구가 밥을 못샀고 일찌감치
집으로 들어갔다. 하필이면 비가 꽤나 많이 쏟아지는 날이었는데 이사하는 날에 비오면
운수가 좋다고 하지만 그건 나랑 차주 친구 김군의 알 바는 아니었고, 하여튼 나 때문에
덩달아 비를 맞으며 무거운 이삿짐까지 날라준 김군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일단
위로 차원에서나마 주유비 2만원을 보내고 3만원치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이거 어쩐지 어제 일한 일당 날아간 기분인데.
진짜 문제는 그후 이튿날인 16일, 월요일 살수 현장에 출근을 하기 전 날 저녁에 샤워하다
무서운 것을 발견. 금요일에 넘어져서 찢어진 상처 부위가 노랗고 파랗게 알록달록★하게
바뀌어 있었다. 발견 즉시 겁을 먹어서 '노가다 친구들'과 살수 업체 소장한테 전화를 했다.
소장님은 '내일 출근하지 말고 바로 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친구 놈들은 '파상풍이고 이미
늦었기 때문에 다리를 절단하게 될테니 장애인 수당이나 찾아봐라'고 조언해줬다. 진짜로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녀석들인 듯.
그 다음 날인 17일에 동이 트고 진료 개시 시각에 맞춰 병원으로 절뚝거리며 찾아가서
진료를 보았다. 파상풍인 것 같다며 우는 소리를 좀 냈는데 의사가 빵 터지더니 단순한
염증과 멍이라고 한다. 한동안 날이 습했으니 일단은 소독약이라도 발라드리겠다더라.
하여튼 어메이징하다니깐. 일단 왔으니 파상풍 주사 새로 맞았다. 이로써 10년 쿨타임
다시 돌기 시작했다. 별 일 아니라니 다행이다.
다리에 붕대 칭칭 감고 돌아다니고 일부러 절뚝거리며 돌아다니니까 사람들이 측은한
시선을 보냈는데 오랜만에 관심 받아서 좋았다. 아쉬운 건 연속으로 매일 13만 원씩을
수수료 없이 받을 수 있는 현장을 놓쳤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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