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도 참 돈 많이 썼군. 어쨌든 새벽 4시 반쯤 기상해서 잠에 취한 상태로 6시까지 뒹굴거렸다.
더 자다가 곧바로 출근할지 아니면 일단 아침 식사하고 출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아침 먹고
출발했다. 8시 출근에 출근 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면 조식 먹을 여유가 생기는군.
일에는 여유가 없었다. 도로 한복판에 크레인이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좁은 골목으로 자꾸 차량이
진입을 하기 때문에 즉각 신호수로 배치되서 차량 진입을 막았다. 참 골치 아프더군. 이해는 할 수
없는데 여성 운전자와 택시 기사들은 들어올 수 없다고 손짓하고 호루라기를 불어도 날 깔아뭉갤
기세로 들어오더니 거대한 크레인과 화물 차량이 골목 안에 버티고 있는 걸 보면 '아.....' 탄식하곤
차를 뒤로 빼는 것을 도와달라며 부탁을 한다.
차량 유도가 끝난 후에는 다시 복귀했는데 빌딩 후문에 있는 나무 밑둥을 제거해달라고 하더라.
일단 삽으로 최대한 주변을 파내고 각을 살펴봤는데 아무리 봐도 무리였다. 1시간 정도 삽질을
하고 낑낑거리다가 결국 옥상 올라갔다.
오늘 할 일은 크레인으로 마사토 즉 자갈이 실어져 올라오면 뜯어서 바닥에 뿌리고 평탄화하는
일이었다. 업무의 내용 자체는 나름 간단했지만 오전 삽질의 여파가 컸는지 체력이 후달리더군.
마사가 항공마대로 실어져 오면 공중에 매달려있는 마대를 칼로 옆구리를 열어 바닥에 쏟은 후
삽으로 퍼서 리어카에 담고 더 깊숙히 들어가 바닥에 쏟아낸다. 그후에 다시 삽질. 결국 온종일
삽질을 한 셈.
뿐만 아니라, 업무 내용과 다르게 '식재'까지 부탁 받았다. 1층 정문 부근 화분들에서 식물들을
뽑아내고 마찬가지로 크레인을 통해 옥상에 올린 다음 옥상 난간 근처 화단에다가 심어주었다.
'이건 좀 업무 내용이랑 많이 벗어나는 거 같은데' 생각이 들었지만 까짓 거 나로서는 경험삼아
한번 쯤 해보면 좋을 일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있기로 했다.
다른 용역 3분 모두 '일가자 구인 어플'을 많이 안 써본 사람들이라 이 상황을 잘 캐치하지 못해
'기묘하다'고만 말할 뿐, 일단 시키는대로 묵묵히 따르더군.
어쨌든 식재가 끝난 후에는 수석이 도착해서 돌까지 받아서 배치해줬다.
열심히 한 결과, 사장님이 흡족하셨는지 퇴근 전에 값비싼 화장품을 모두에게 선물로 주셨다.
17시 꽉 채워서 일한 것뿐만 아니라 비료인지 뭔지 흙을 더 받느라 퇴근 시각을 좀 넘긴 탓에
다른 용역분들이 많이 불만이 쌓인 것 같았다. 화장품보다는 돈을 더 주는 게 나았을지도.
아무튼 나로서는 즐겁게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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