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어제는 집에서 대학 강의 듣고서 곧바로 과제를 처리했다. 역시 관성은 절대
무시하지 못할 운동 법칙이라 곧바로 3차에 이어 4차 과제까지 끝내버리고 싶었지만 시계를
보니까 어느새 오후 11시가 되어 아쉬운 마음을 안고 잠들었다.
어쨌든 조금 멀긴 했지만 일을 잡아서 다행이다. 오늘 할 일은 시스템 비계 정리 및 받아치기.
5명이서 한다니까 벌써부터 재미있을 것 같다.
일단은 8층 정도 되는 것 같은 높이의 빌딩 외곽으로 비계를 설치하는 일이었고 이미 설치된
부분에 이어 위로 더 올릴 모양이라는 듯했다. '정리'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일거리가
많았던 게 함정이었다.
우선은 매 칸별 지정된 재료들을 배치해두었다. 위에서 비계를 설치할 때 아래에 있는 사람이
그때그때 필요한 자재를 찾아다가 전달하기보다 세팅되어진 자재들을 곧바로 올려주는 편이
시간상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오전 9시에 대강적인 자재 세팅이 끝났다.
날씨도 이때까진 꽤 선선했고 진척이 빨라보여서 점심 식사를 먹기도 전에 끝날지도 모른다는
행복 고문이 시작됐다.
점심 먹는데 점심 시간에 안 쉬고 곧바로 시작하자고 한다. 예전 현장에서 그 말따라 안 쉬고서
일했는데도 예정된 근무 시각까지 꽉 채워 일했던 기억이 있으므로 명심해두고 있었다.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각 비계층마다 한 명씩 서서 자재를 꼭대기층에 받아치기로 올려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아랫층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못들어서 대신에 전달해주겠답시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더니 목이 다 부었다. 그러다가 구청에서 소음 민원 신고 받고 출동해서 조금
당황하긴 했다. 그러고 보니 이 현장 '안전고리'도 없이 일 시키던데 난 그것 때문에 온 건가
생각했지.
15시 10분쯤 담배 한대 피우고 하자기에 '원래 16시 30분까지 일하기로 했는데 점심 시간에
쉬지 않고 일을 했으니 1시간 일찍 끝내줘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더니 알았다고 대답은 한다.
굉장히 불만 가득한 시선을 받았는데 그래도 그뒤로 스퍼트를 올렸더니 비계 설치는 끝났다.
그러고도 15시 30분까지 꽉 채워서 부지런히 일해, 남은 자재들의 정리까지도 끝냈다.
오전에는 '야리끼리'라면서 마치 빨리 끝내줄 것처럼 얘기했는데, 개뿔. 딱 맞춰 끝난 셈이다.
그나마도 점심 시간 얘기 안 꺼냈으면 1시간 열정페이하거나 잔뜩 생색 받으며 퇴근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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