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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나만

by 레블리첸 2020. 2. 13.

 

 

 

 

지금 생각해보면 언제나 나는 나만 생각한다. 철이 없는 어린 시절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그것이 오늘까지 개선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으니 제법 중증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나치게 마이페이스인 것도 문제인데 나이를 먹고 난 후엔 편한대로 상대와 주변 환경을 바꾸려고

 

드는 정도까지 진화해버려서 더이상 간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밖에 모르는 성격이라고 해서 상대방에게 배려하지 않거나 피해를 입히는 행위는 안 하지만 모든

 

행동이 곧 나만을 위해서란 것이 문제다. 덧붙여서 문제거리고 고쳐야할 점이라고 뻔뻔스레 말하고

 

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그게 뭐가 나쁜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역시 문제다.

 

자신이 안락해지기 위해서 누군가를 속이고 다른 누군가를 이용했었다. 죄책감이 느껴질 때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재미있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때론 나에 대한 인식을 역으로 이용하기도

 

했으니 사람들은 대게 나를 순진하고 순수하고 철딱서니가 없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는데 사실 나는

 

순수하게 내 이익만 생각하는 철부지였던 것이다. 

 

 

여러분 속지 마세요. 사실 난 개새끼입니다. 모든 행동의 동력이 곧 나의 이익으니 그 안에서는 작은

 

이타심이나 배려심도 찾아볼 수 없다 어쩌다 보니 덕을 보면 그건 정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고

 

내가 고생 하는데 남이 편히 발 뻗고 자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더러운 성격상 아마 아직 눈치채지

 

못한 틈에 엿먹일 계획의 떡밥을 제조하는 중이거나 이미 계획의 일부에 있는 행동일지도 모른다고.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고 하더만 자승자박하는 꼴이라 웃기지만 진심으로

 

인면수심의 표본인 듯하다. 

 

 

나는 나만 생각하지만 나라는 범주는 의외로 폭넓다. 모르는 단체보다는 내가 소속된 곳이 중요하고

 

모르는 사람보다는 내가 아는 사람이 각별하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사고라고 느껴질 수

 

있어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생면부지의 타인에 대해서 얼마만큼 가혹해질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름도 히스토리도 스토리도 모르는 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가하면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 나 자신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으면 눈을 질끈 감고서 어렵사리

 

뿌리치는 사람이 있으며 대동소이하게 파리를 쫓듯 털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한편으로는 그가 힘이

 

들건 말건 신경도 안 쓰고 이용해서 자기 주린 배를 불리우는 부류도 있는 법이다. 아무래도 그것이

 

나다. 나는 나를 위해 남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 잔혹한 사람이며 내 가족, 내 사람 이외에는 전혀

 

돌보지 않는 냉혈한이다.

 

 

자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와 상관없는 자라면 내 이익을 위해 기꺼이 희생시킬 수도 있는 이기적인

 

사람. 사회를 위해 헌혈도 하고 있지만 그건 아픈 환우를 위한 마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사업이다.

 

봉사활동 시간도 쌓이고 있지만 또한 나를 위한 일이고, 기부금도 나를 위해서 한 일에 따른 결과의

 

부산물일 뿐이다. 자원한 건 맞지만 행위 대상이자 목적이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위를 봉사라고 할 수 없다. 

 

 

 

이따금 스스로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기도 한다. 만약에 지구가 멸망할 위기라서

 

우주로 떠나야하는데,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이 탑승하여 일각을 다투는 때 출발이 늦춰지고 있다면.

 

누군가 내려야 갈 수 있는데 그 누구도 쉽게 목숨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영락없이

 

지구와 운명을 같이 할 운명일 때 자진해서 남아준 영웅적인 사람들도 몇몇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으로도 모자라다고 했을 때, 나는 가차없이 노약자들을 죽여서라도 밖에 내몰 것이다.

 

 

닥치는대로 약자를 죽여 쫓아낸 수만큼 차라리 조금 전 자진하여 목숨을 내놓은 영웅들을 태우겠다.

 

비윤리적이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런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조차도 그 기준에

 

걸려서 제거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위험한 의견을 제시한 내가 제거될지도 모르지만 아마 저지르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그저 난 이런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뿐이다. 

 

 

 

https://blog.naver.com/ravlitzen/220405151604

 

나만

지금 생각해보면 언제나 나는 나만 생각한다. 철이 없는 어린 시절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건 누구나 마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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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9일, 선과 악의 경계에서 혼동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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