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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난.. 슬플 때면 산에 쓰레기를 줏으러 다녀..

by 레블리첸 2021. 6. 11.

 

 

 

당연히 돈이 되는 일이니까 나갔지. 대학교에서 근처 아무 산에 올라가 쓰레기를 줍고 간단한

에세이를 작성하면 한끼 식비 정도의 소액 장학금을 지급해준다기에 마침 기말고사 시즌이라

계속 집에만 있고 특수한 사정이 있어 출근도 못했으니 기꺼이 참가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내가 산에 쓰레기 봉투를 들고 올랐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해야만 하기 때문에

의식해서 촬영한 사진이 많은데 아무튼 산책할 겸 나쁘지 않은 시간을 보냈고 사람들이

은근히 많았기 때문에 쓰레기가 많이 나올 줄 알고 알았는데 의외로 깔끔했다.

솔직히 동네의 질이 그다지 높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서 시민 의식에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아직 이웃간의 정이라는 개념에 숨이 붙어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협조성이 좋은 것 같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개주인분이나 삼삼오오 모여서 장기를 두시던 할아버지들도 내가

지나가니 불러세워서 보관하고 있던 쓰레기를 주셨을 정도로 도움이 많이 됐다.

작년의 산행에서는 산에 쓰레기 수거하러 올랐다가 인간의 추악함에 혀를 내둘렀었는데

이번에는 인간의 선한 면을 보게 된 것 같아 발걸음이 가벼웠다.

 

 

 

 

 

 

 

쓰레기를 줏으며 돌아다니던 중에 한 주민분이 다가와서 정보를 주셨다. 여기 근방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아저씨가 한 분 계시는데 그 분이 주기적으로 이 산에 올라와서

자발적으로 환경미화를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산이 유독 깔끔했던 모양이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두 시간 정도 더 있다가 하산했다. 날이 너무 습해서 옷이 땀범벅이다. 나름대로 기말고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아니면 노역이라도 나가 한푼이라도 많이 벌어야 하는데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자괴감이 살짝 고개를 내비치긴 했지만, 괜찮은 기분 전환이 된 것 같다.

집에 간 뒤에는 또 다른 약속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까. 괜히 머릿속이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