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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가끔은 돌아오기도 하는 것

by 레블리첸 2021. 6. 9.

 

 

 

 

친구 김양의 이사를 도와주던 날이었다. 차로 큰 짐을 옮겨주었던 대학 동기는 생면부지의

김양의 이삿짐 운반을 흔쾌히 도와주곤 내게 그녀에게 호감이 있거나 이미 교제 중인 거냐

물어봤고 이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고 따라서 사귀고 있지 않은 그저 친구

사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가 뒤통수를 물리적으로 맞았다.

안 본 사이에 호구짓을 하고 있었느냐며 충고를 해주었다. 어쨌든 나름대로 부단히 애쓰긴

했는데 그 뒤에 오히려 김양과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인 것은 맞다.

친구 말마따나 그 시간에 기말고사 대비에나 더 힘을 쓰거나 아니면 하던대로 노가다나 더

뛰었으면 오롯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을텐데 마찬가지로 상대도 날 남성으로 인식하지를

않으니 연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고 식사도 못얻어먹었으니 시간 헛되이 쓴 거란 말.

보람보다 찝찝함이 남으니 손해가 맞나 보다.

그런데 성격이 이런 것을 어떡하겠나. 심지어 그 김양의 이삿짐을 운반해주는 와중 우리집

건물로 짐을 옮기는 여성분이 대형 매트리스를 들고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그 마저 또 가서

도와주었다는 말을 더했으면 뒤통수 한대 더 얻어맞을 뻔 했겠다.

 

 

 

 

그런데 이삿짐 옮겨주고 한동안 기말고사로 정신이 없던 와중에 갑자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길래 확인해보니 그때의 여성분이 계셨다.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며 순간 벙쪘는데

약소한 사례라고 하시더라.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만. 길을 가다가 곤란에 처한 사람들을 곧잘 돕곤 했고 아무래도

그냥 길 가다 마주친 사람이라 다시 볼 일이 없어 보답을 받는 일이 거의 없었고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인가 생각했었는데 뜻밖에 돌아온 보은에 마음이 좀 울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