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첫 출근. 심지어 내일은 수자원공학 기말고사 시험이 있다. 우리 어리석은 후배님께서
원래 지난 금요일에 예정된 시험을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이번 주 금요일로 미뤄준 덕에
시험 기간이 연장되어 그만큼 돈 벌 시간도 줄었다. 어쨌든 집구석에서 쉬기만 하니 좀 쑤시고
하니 출근하기로 결정. 버스로 환승없이 40분 걸리는 현장인데 비록 페이는 낮고 밥도 안 주긴
해도 구경이나 가볼 겸 출발했다.
비소식이 있군. 신난다. 어쩜 이리 출근 가능한 날짜에만 쏙쏙 골라서 비가 내리는지 모르겠다.
삼재가 확실하구만. 안전 교육 끝나니 8시. 조금 혼동이 있어서 20분 가까이 바깥에서 비 맞고
있었다. 항상 휴대용 우산을 가지고 다녔길 망정이지. 아무튼, 가볍게 청소나 시키려나 하고서
방심했는데 현장 내의 소변통을 교체하는 일을 하게 됐다.
소변통을 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군. 일단 기본적으로 액체라서 겁나 무거운 데다가
통부터가 일단 더러워서 다리에 붙여 운반할 수도 없다. 순수 팔힘만으로 들어야 하는데
무게가 장난이 없다. 난 비위가 센 편이라 다행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꽤 많이 힘들어
하시더군. 아무튼 그 무거운 소변통들을 수거한 뒤에 화장실 변기에다 쏟아부어 준 다음
다시금 원래 있던 장소에 가져다 놓는 것으로 오전은 끝났다.
다들 워낙 군말없이 일을 하고 너도 나도 서로 소변통 2개씩 들고 운반하려고 한 덕분에
더 일이 빨리 끝난 것 같다. 사실 이런 액체류는 한쪽만 들면 균형을 잡기 힘들어서 더욱
힘들긴 하다. 그래도 다들 쉬지 않고 열심히들 하시더라.
사실 소변통 운반이나 비 맞는 건 빡치는 일이 아니고 이 현장이 10월이면 끝이 난다는 사실이
더 열받았다. 그래도 오전 10시에 소변통 비우기 끝나니까 대충 빠렛트에 방통 정리하는 일을
시키고 오전 일 끝났다며 11시에 점심 식사 보내줘서 13시까지 쉬게 해주니 행복했다.
한숨 자니까 좋더라.
오후는 본격적으로 준공 청소에 돌입했다. 별 건 없었는데 청소 범위가 꽤 넓었다. 거의 바닥
흙먼지 치우기인데 끝을 보기도 어렵고 티도 안 난다. 이름 모를 청소기를 썼는데 나름 재미
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했던 것 같다.
퇴근 후엔 뻗어버렸다. 거의 15일만에 근육을 썼더니 엄청나게 뭉쳤더군. 스스로 한심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늦은 시각에 겨우 일어났다. 오전 4시에 눈 떠졌다가 도로 누워 정오를 넘겨서
다시 잠들었다. 현장이 꽤 멀어도 먼 옛날 첫 출근했던 현장이 떠올라서 왠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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