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생겨서 도서관에 들렸다가 '전여옥'이라는 분이 쓴 《일본은 없다》란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꽤 오래 전에 쓰여진 일종의 기행문이었는데, 최근 일본에 관광을 다녀온 나로서도 공감이 된다는 게
기묘하고 또 느낀 바가 있어서 글을 쓴다.
초판 발행일이 1994년으로 표기된 것을 보니 대략 20년이나 전에 쓰여진 책인데 정계에 대해서 눈이
어두운 탓에 저자가 어떤 인지 몰라 물으니 의외로 평은 그닥 좋지 않은 듯 했다. 저자가 어떤 사고를
가졌고 어떤 사고를 쳤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중에 전해듣기론 이 책이 표절 시비에 걸렸다
하지만 이 역시도 내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그저 책을 소개하고 싶을 뿐이다.
읽는 내내 안타깝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르신들은 우리나라는 항상 일본에 몇년 뒤쳐져있다고 말씀을
하시던데 참 맞는 말인 것 같다. 약 20년 전 일본에 특파원으로 방문한 저자가 본 일본 여성의 모습이
불과 수년 전 우리나라 일부 여성의 모습과 꽤 겹쳐져 보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본 여성들이 서양의
남성들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나라도 역시 유러피안과 뉴요커 같은 단어만 들으면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외국인과 희희낙락하는 모양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저 일본의 트렌드를 우리나라가 답습하는구나 싶더라. 지금도 '갓양남'이란
말을 하며 여전히 서양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앙심을 보이는 건 똑같긴 하고.
어떻게 20년 전에 쓰여진 기행문을 읽으면서 아주 최근에 일본에 갔던 내가 공감할 수 있었던가 그런
의문이 드는 동시에 해답을 얻었다. 지난 20년간 일본이란 나라의 상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므로 혐한 감정도 순화되었고 관광객들에 대한 경계심도 누그러졌고 그외 부분도
내가 보기엔 나아졌지만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본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나라다.
국가도, 국민도 모두가 비정상적이다.
저자는 일본에 대해 위와 같이 평했다. 일본인이 들으면 노발대발할지도 모르지만 겨우 3일 남짓 정도
방문한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고요한 시내, 지나치게 깔끔한 도로는 어쩐지
병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적막함만이 감도는 지하철 안은 마치 시험 기간의 도서관과 같은 공기라
어쩐지 속이 메슥거리기까지 했다.
나는 일본 노랫말을 들으면서 일본인의 정서와 감정 표현의 대담함에 많이 놀랐다.
평소에는 도무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이 노래에는 얼마나 대담무쌍하게
감정을 내보이는지 모른다.
무표정하고 열정을 발산할 곳이 없는 일본 문화의 현실에서,
그들의 삶에서 가라오케의 공은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갇혀있다'는 인식이 참 강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사회라는 규격에 맞춰 꾹꾹 눌러담았다.
자그마한 상자 안에 자신을 쑤셔넣고 쎅쎅 가쁜 숨만을 몰아쉬고 있는 듯이 보였다. 시스템이란 것에
완전히 지배를 당해서 대로변에서조차 좌우로 열을 맞춰 이동하고 있는 시민들을 보면 정돈되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답답하단 생각이 들었다. 전혀 자유롭거나 자연스러워 보이지가 않았는데
유흥 업소의 발달이나 일부 창작물에서 보이는 비뚤어진 사고나 엽기 살인, 스토커 행위가 이와 같이
폐쇄된 사회적 환경에서 기인된 게 아닌가 싶더라. 그들은 외로워보였다.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다고 하지만
그들은 근본적으로 사람과 사귀는 것을 싫어하는 듯 해요.
선을 딱 긋고 살지요. 한 마디로 외로운 곳.
인사성이 바르고 상냥한 것은 의례적인 것일 뿐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총 12개의 장이 있고 그 안에 많은 편들로 나뉘는데 그중 가장 적나라하고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은 바로
<슬픈 얼굴의 가해자>였다. 제목에 드러나는 그대로, 일본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의 행동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부분이었다.
나는 일본이 절대로 과거 청산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시아를 비롯, 막대한 피해를 입힌 나라에 대해 일본이 배상하고
과거를 사죄하는 일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왜냐하면 일본 스스로가 과거 청산을 하지 못해서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의 청년들은 역사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그들의 나라가 저지른 역사를 깨끗하게
모른 채 즐겁게 살고 있다. 때문에 독도 문제도 영영 해결될 수가 없다. 그들은 우리들이 말하는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열도이기에 섬이 하도 많으니, 그냥 그중 하나를 한국이
강제 점유하고 있는가보다 정도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일본인은 종군위안부가 된 여성들 자체가 천하고 무식했다고 말하며
마치 그런 여성들은 그런 일을 강요 당해도 되는 것처럼 말했다.
종군위안부로 끌려갔었던 한 네덜란드 여성이 자신이 겪은 일을 증언한 날 저녁,
일본의 뉴스는 볼만했다.
일본 매스컴은 교묘한 편집으로 '일단 일본을 용서했다'는 부분을 강조했고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하여 '국민 여러분, 다 지나간 일입니다.'라고 보도했다.
실은 독재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언론이 통제되어 있고 국민들은 하얗게 무지하다.
정부에서는 철저하게 진실을 가리고 과거를 미화한다. 이게 20년 전 일이고 20년이 더욱 경과한 지금도
달라진 부분은 거의 없다. 국가의 방침도 국민도 조금도 바뀐 게 없다.
왜 제목이 『일본은 없다』인지 알겠다. 이대로 가면 일본에는 미래가 없을 게 뻔해 보였다.
https://blog.naver.com/ravlitzen/220406196429
일본은 없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도서관에 잠깐 들렸다가 전여옥이라는 사람이 쓴 《일본은 없다》라는 책을 읽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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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30일,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참 변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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