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잡을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했는데 오전에만 살짝 바닥재 양중 및 청소하고 끝나는 일을 잡았다.
아침에 출발하니 이젠 확실히 손이 시럽군. 슬슬 겨울에 대비해야겠다.
일단은 시작하자마자 사다리차를 통해 바닥재를 내렸다. 사실 현장 정리야 정신 놓고 하면 되는 것.
과연 이 하차 적재의 규모가 어떨지가 관건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양이 별로 없더라. 30분 컷!
그리고는 홀과 각 세대 내의 쓰레기들을 마대에 담아서 정리했다. 바닥을 어느 정도로 깨끗히
쓸어야 하는지 애매했는데 쓰레받이가 없어서 한계는 있었고 일단 배관, 석고 보드, 목재들을
전부 방 하나에 몰아두었다. 실장님이 그렇게 하래서 하긴 했다만 나중에 내릴 사람 생각하면
엘리베이터로 내릴 수도 없다는데, 그냥 사다리차로 오르내릴 수 있던 그 통로쪽에 두는 편이
낫지 않나 싶긴 했는데 까라니 깠다. 그나저나 고용주분이 안 오시더라.
같이 나온 용역분께서 음료 사주셔서 옴뇸뇸하고 업체 직원 기다리다가 괜히 퍼질러져 쉬는 모습
보여지면 인상만 나빠질 것 같아 바닥이나 쓸고 있으니 곧 오셔선 벽에 기대어져 있는 자재들까지
전부 치우고 퇴근하면 된다 하시기에 그리하고 퇴근했다. 돈은 17시에 들어온다고 하는데,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인테리어 업체가 다 그렇듯 쌩까더라. 일미리디자인 잊지 않겠다.
일이 오전 10시 반에 끝났기에 오후 시간이 한참 남아서 한탕 더 뛸까 일을 찾았는데 마침 서울
중앙부의 행사장에서 비품 철수하는 작업이 14시부터 22시까지 일당은 9만원으로 잡혀있길래
냉큼 지원했다. 어차피 오늘치 일당은 벌어 놓았으니 그냥 쉴까 했지만, 어쨌든 집결지에 2시간
일찍 도착해서 돗자리 깔고 누워서 잤다.
자다가 집겷서 이동 후 작업 개시. 일단 본격적인 철수는 17시부터인데 그전까지는 주변 눈치 살피며
조용히 소품들을 정리하게 됐다. 포단을 접어서 정리하고 책상을 접고 책상 커버 쌓아 올리고 스피커
모으고 전자제품 포장하는 등의 절차를 각 세미나실마다 반복 진행한다. 사실 별 건 없는데 초짜니까
주변 눈치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참 한 것 같은데 겨우 1시간 지났더라.
정신 없이 모포 걷고 포장하고 싣다가 보니 어느새 16시 반. 17시까지 조금 휴식했다. 근데 놀라운 건
그후에 본격적으로 철수 시작하고 정신을 차리니 퇴근이다. 복기해봐도 조금도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열심히 짐 나르고 다른 기술자분들이 부스를 철거하는 동안에 그 사이로 끌차를
끌고 다니며 의자, 선반, 탁자 등등을 수거해 싣고 다녔다.
바닥에는 해체된 부스 벽이나 기둥이 뿌려져 있고 전선도 굴러다녀서 길이 아주 엉망이었고
처음 해보는 일이라 매우 조심스럽기도 했었다. 아무튼 오래, 많이 걸어야 하기도 했고 은근
체력을 많이 잡아먹더군.
저녁으로는 햄버거를 주더라. 간에 기별도 안 가는데 아무튼 뚝딱 먹어치우고 쉬다가 마저 작업 진행.
다같이 모여서 사람도 잘 안 다니는 화물용 엘리베이터 앞 공간에 앉아 초췌한 꼴로 햄버거를 먹으니
없던 전우애도 생길 지경이다. 아무튼 이후에는 모아두었던 비품들을 드디어 5톤 차량들에 올려줬다.
점점 속이 후련해지더군. 차량은 대략 5대 정도를 불렀다고 한다. 평소 업무량에 비해서 2.5배 정도가
많았다는데 심지어 지원 요청한 용역 8명 중 2명이 잠수 타버렸으니 그만큼 고생했다는듯.
그래도 업무 종료 시각은 21시 30분 정도로, 예정보단 30분이나 빨랐다. 인원도 부족했는데 이정도면
매우 작업 속도가 양호한 편이라고 칭찬하시더군. 덕분에 기분 좋게 퇴근했다. 물론 오늘 일가자 인력
소개로 나갔던 일미리디자인은 17시에 돈 들어간다고 호언장담해놓고서는 잠수를 타버렸다. 도대체
일가자 인력은 언제쯤 지나야 노임 수령 방법을 개선할런지.
정말이지 깝깝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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