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가다 인력으로 나가는군. 친구 집 근처 현장이다. 그렇다고 딱히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 건 아니고. 아무튼 조금 여유롭게 출발하기는 했다만 새로 산 안전화가 조금 말썽이다. 275크기
신발인데 작은 건지, 발가락이 아파서 깔창을 두꺼운 녀석으로 바꾼 후엔 뒤꿈치가 아프더군. 어쩌란
거니.
아침과 점심에 먹을 삼각김밥, 컵라면, 샌드위치랑 음료를 사고 혹시 몰라서 우의도 구매했다. 어쩐지
비 오는데 실내 작업을 할 것 같진 않고 우의도 안 줄 것 같더라고. 근데 예상은 적중했다. 야외 화장실
청소부터 시키더군.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었다.
그후엔 조금 쉬다가 야외의 항공 마대를 비우고 내용물을 작은 마대로 옮겨담는 작업을 진행했다.
현장이 협소해서 지게차가 들어올 공간이 안 되는 건 이해하는데 그럼 뭐하러 항공마대를 썼는지
이해가 되질 않지만 까라니 깠다. 비만 안 왔다면 적당히 좋은 일인데 비 맞으며 삽질하려니 아주
죽을 맛이더라.
쉬엄쉬엄하는 현장이라 들어서 마음가짐부터 헤이해진 탓인지 자꾸 늘어진다. 역시 우비를 샀길
망정이지 하마터면 쫄딱 젖을 뻔했다. 비가 오는 날엔 앞으로 그냥 쉴까 생각이 들 만큼 여러가지
일을 했다. 지게차가 쓰레기를 담아야 한다니 도로에서 신호수도 서고 마대 양중도 했다. 비 맞는
것은 기본인데 차라리 먼지 안 먹고 좋다 생각한 찰나 지하실 끌려가서 빗자루질했다. 제길.
9만원 후반대 단가를 받으면서 삽질과 가벼운 양중, 자재 정리, 신호수, 현장 청소를 비 맞아가면서
하고 있는데 때마침 일가자 인력에서 11시부터 17시까지 20만원짜리 곰방일이 떴는데 매우 탐났다.
어쨌든 10시 50분부터 13시까지 휴게했다. 대충 사온 점심 먹고 11시 30분부터 자려고 누웠다.
근데 비 맞은 옷 입고 누으니까 추워서 못자겠더라.
오후부터는 양중했다. 항공마대에서 분리한 마대들을 들어서 바깥의 쓰레기함에다 투척하는 일인데
마대가 부족하다고 한계까지 꽉꽉 눌러 담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인 거 같다. 무거워서 들기조차
어려운데 이동 구간에 1층 계단도 있고 머리 위로 들어서 던지려니 고역이다. 내일 일 못할듯.
다 끝내니 대충 14시 30분쯤이었는데 이때부턴 갑자기 벽돌을 운반해 쌓았다. 정말 근본 없는 잡부네.
그후엔 또 다시 마대 정리하다가 마대를 지게차가 떠갈 수 있게 빠렛트에 쌓고 안전 가설벽을 재 설치.
이렇게 오늘 업무는 끝났다.
해치웠나 라고 생각한 게 화근인듯. 막판에 여성 건축기사님한테 소환 당해서 지하 1층에 걸어서
내려가 선풍기 운반했다. 별 건 아닌데 가뜩이나 층고 높은 건물에서 2층부터 지하 1층까지 무려
퇴근 준비 도중에 불려가니 기분 더러웠다.
드디어 해치웠나 생각했는데 귀가 도중 우산을 두고 온 게 떠올라 다시 복귀. 근데 우산이 없더라.
누가 점심 먹으러 갈 때 주워갔나 생각하며 인류애가 한창 바닥을 찍던 중 퇴근길에 코로나 검사
받으러 가다가 생각해보니 경비실 문 앞에 두고 올라간 것 같았다. 제길.
우산 때문에라도 내일은 출근해야겠다. 는 어림도 없지 일가자 인력으로 일 잡았다. 무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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