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Diary/▶ 근무 일지

20211007 일용직 노가다 현장 근무 일지(척추 골절)

by 레블리첸 2021. 10. 10.

 

 

 

솔직히 눈 뜬 순간 후회했다. 그냥 오늘 일 잡지 말고 푹 쉴걸 그랬나하고. 제정신이 아닌지

지하철도 심지어 반대 방향으로 탔다가 1개 정거장만에 복귀했다. 어쨌든 늦지 않았으니까

됐지. 그나저나 단지 입구 경비 아저씨가 반대 방향으로 길을 알려줘서 조금 당황했다.

 

 

 

 

 

오늘 일은 간단했다. 조금 넓은 3층짜리 빌라 건물의 각층을 깨끗이 쓸고 간단한 자재 정리.

3명을 불렀던 것을 보아 1명이 1층씩 맡기고 후다닥 처리하려 했던 듯하다. 2명밖에 없으니

시간은 걸리겠다만. 아무튼 방수를 해야 하니 오전 중에 끝내달라니 부지런히 진행.

 

 

 

 

 

청소하다가 물 마시러 잠깐 나갔는데 웬 자재들이. 설마 이것들을 운반해야 한다는 거면 조금

많이 선을 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니기를 바랐고 다시 올라가 계단 비질을 시작했다.

근데 자재 이동 문제는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이 높이에서 저 아래 보이는 층으로 떨어졌다. 뒤돌며 계단을 쓸며 내려오다가 그대로 저기

사이로 추락했다. 바닥에 턱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없었더라.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혹

안전 사고에 대비해서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는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안타까운 점이라면 하필 바닥에 놓여진 벽돌 위로 허리부터 낙하했다는 점.

 

 

 

 

 

 

같이 일했던 용역분의 키를 보니 떨어진 높이는 대략 1.7m 정도가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까지

높은 계단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사실 쓰러진 상태에서 눈대중으로 본 거라서 정확하지는 않고

아무튼 통증은 만만치 않았다. 왼쪽 무릎에 찰과상으로 바지가 찢겨졌고 오른팔에서는 살이 좀

넓게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허리는 말할 것 없이 아프다.

 

 

 

 

 

 

다행이라면 걸을 수 있고 허리 이외에 크게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병원에는 직원분의 차를

타고 이동했고 응급실도 직접 접수를 했다. 난 스스로 상태 괜찮은데 아무래도 바닥을 굴렀고

옷도 군데군데 찢어진 탓에 남들이 보기엔 만신창이인지 휠체어까지 대령해주시더군.

아무튼 응급실에 누워 있으니 일단 상처 소독을 진행했는데 간호사님께서 오른팔은 봉합해야

할 거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정도야 괜찮다 생각했고 일단 응급 처치만 한 뒤에 엑스레이를

찍었다. 근데 한참 후 의사 선생님이 오셔선 골절이 의심된다며 CT를 찍어야 한다더라.

CT는 처음 찍어봤는데 일단 어떤 약을 주사하니 그것이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도는 게 느껴진다.

몸이 갑자기 확 뜨거워지고 주사를 놓은 혈관이 터질 것처럼 아프더군. 참을만 했고 기계 안에

들어가 촬영을 마치고 나와서 다시 응급실에서 대기했다.

 

 

 

 

 

 

 

 

결과는.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는 척추 횡돌기 3개가 부러졌다고 진단 결과를 말씀해주시더라.

나를 병원까지 이송해주신 시공사 직원분이랑 인생 이야기 나누면서 화기애애하게 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조금 침울해졌다. 나는 내가 걷거나 서 있을 수 있어서 단순 타박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라 말하니 직원분도 동감하셨다. 내일이 회사 첫출근이었는데 급히 전화해서

입사 못하게 될 것 같다고 전달드렸다. 완전 드라마 같군.

병원에서 그대로 입원 수속을 진행하려고 하셨는데 집에서 너무 머니까 자택 근처의 병원에서

입원 요청을 드렸고 아무튼 집 근처 대학 병원에 가게 됐다. 엠뷸런스 타고 이동했는데 도착해

응급실에 쳐박혔고 곧 간호사분인지 오셔서는 장기 파손 여부를 확인해야 하니 MRI도 찍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무튼 그리하기로 했다.

계속된 방치. 16시쯤 집 근처 병원에 이송되어 응급실에 들어가 20시 정도가 되어서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이 조금 어이가 없었다. 부러졌으니 당분간 누워서 쉬기만

하면 잘 회복되실 거라 하고는 휑하니 가버리시더라. 팔, 다리가 부러지면 깁스 하는데 허리가

부러졌는데 아무런 보조기구도 없느냐 물으니 아마 그렇게까진 필요 없을 거라 하시고 입원도

아마 굳이 할 필요까진 없을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앉는 자세 등은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으니 누워 있으라고만 하고는 가셨다. 일단 퇴원을 진행했는데 어떻게 안심할 수가 있겠는가.

집에는 친구가 데리러 와줘서 같이 버스 타고 돌아갔다.

집에 들어가서 첫끼로 죽을 먹었는데 다섯 입 정도 먹으니 속이 안 좋아져서 그대로 뻗어버렸다.

아침이 되어 일어나니 기본적으로 척추 골절이긴 하지만 허리가 너무 아파 동네 병원에 가봤다.

의사 선생님이 상태를 보시더니 입원을 해야 한다 말씀하시더군.

 

 

일단 상처들을 전부 드레싱 소독했다. 봉합해야 한다 했지만 그냥 냅둔 팔도 간단히 소독 조치했다.

입원 준비도 직접 했는데 마침 캐리어를 옷장으로 쓰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가 온 게 문제였지만.

굳이 입원까지 해야 하나 싶긴 했지만 3개 병원 중 2곳에서 입원 권유했으니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다행히 시공사에서 엑스레이, 응급실 이용비, CT, MRI, 엠뷸런스 이용비 전부 대납해주셨다.

월요일에는 산재 처리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셨으니 일단은 대기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