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보고하는 것을 깜빡했는데 적당한 중소기업 취직해서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SW QA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데 건설 업계쪽으로 갈지 아니면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 돌아갈지 고민하다가 그냥 새 길을
찾았습니다. 어떤 분위기의 회사인지는 당연히 다녀봐야 아는 거라 당시에 잘 모르겠다고 적긴 했는데
입사하고 3일차에 접어든 지금도 사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대략 마지막 입사가 2018년이었으니 사원증을 목에 걸게 되는 것은 어언 4년만의 일이 됩니다. 시간이
참 쏜살 같이 지나가긴 했군요. 체감상으로는 이제 1년 정도가 지났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다닌 곳보다
분위기는 2017년의 첫 직장과 비슷합니다. 업종이 같아서 그런 걸까요.
대신 복지는 여태까지 다닌 회사 중에서 월등합니다. 당연히 연봉도 가장 높은 편입니다. 사내에 카페가
있는데 대표이사님이 비용을 분담해주셔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500원에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근데 저는 별로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습니다. 수면실과 샤워실도 있는데 별로 쓰고 싶진 않네요.
첫출근을 하는 날에 노래를 재생했는데 Nu'est의 segno가 흘러나와서 기분이 묘했었습니다. '돌고 돌아
turning back to you'라는 가사가 마치 수라장을 거쳐서 결국 QA로 돌아온 저를 가리키는 것만 같더군요.
아무튼 당일에는 오랜만에 출근이기 때문에 긴장한 탓인지 오전 6시에 눈이 번쩍 뜨여 출발했습니다.
노가다에 익숙해져서 정각에 딱 맞춰 도착하려고 계획했는데 친구가 첫출근날부터 그랬다간 첫인상을
박살내는 게 아니겠냐고 일침해줬고 지인분께서도 첫출근에는 중소 기업이라도 대기업과 같다며 다소
느슨해진 마음에 경각심을 주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이래서 현장일이 사람을 망쳐놓는다는 건가.
안 어울리게 존댓말 쓰니까 일기가 안 써진다. 귀찮으니까 말을 짧게 하도록 하겠다. 첫날에는 놀랍게도
신입 사원 대상 교육이 진행되던데 직무 교육인가 싶었더니 회사 소개 및 비즈니스 매너 등에 대해서 약
하루를 다 쏟아붓더라. 옛날 옛적 처음 QA 업계에 발을 내딛었을 땐 첫출근하자마자 지정석에 앉히고서
무작정 업무 내용을 머릿속에 때려박았던 일이 떠오르며 감격스러웠다.
아무튼 교육 받다가 점심에는 실장님과 중식으로 중식집에 가서 먹었다. 가격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어서
사원들이 다같이 식사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따로 김밥이나 사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도중
미래를 위해 '정보처리기사'와 자동화툴 관련하여 개발쪽 공부를 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새겨들었지만
입사 1일차인데 곧바로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조금 그렇다. 일단은 업무에 익숙해지고 팀에 잘 융화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이 400명이고 같은 부서 인원만 150명인데다가 건물 하나가 통째로 회사이기 때문에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신입 사원이자 막내로서 인사를 올려야 하므로 얼굴과 이름 외우느라 당분간 머리
아플 예정이다. 교육을 듣는 틈틈히 좌석 배치도로 이름을 익혀두고 그룹웨어로 얼굴을 매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무직인데도 불구하고 평사원들은 하루종일 신발을 신고 있고, 직급이 있는 사람은 슬리퍼를 신는
것을 보면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는 감이 온다. 말로는 '프리한 편'이라고 하지만 입사 첫날부터 일단
기본 예절 교육부터 시키는 것을 보니 안 봐도 비디오인 것 같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애사심은 옛
말이 되어버린 시대라서 사내 권위주의는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눈치 많이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이제 입사 3일차인데 뭘 알겠느냐만은.
그래도 출결과 휴가 등 대부분의 복지 제반들이 전자 문서화되어 결재가 간단해 보이는 건 큰 장점.
어떻게 작성하는 것인지는 쓰게 되는 날 물어봐야겠다만.
공교롭게도 첫출근하고 다음날이 3.1절이다. 모레부터가 본격적인 근무일이라 긴장됐다.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입사 3일차인 지금은 다른 파트 사람들은 전부 재택 근무
및 파견 발령을 받은 상태로 어쩌면 반년이 지나도 못볼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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