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뿐만이 아니라 학창 시절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은 것을 조금 후회하고 있다. 그만큼 열심히
놀았으니 후회는 덜해도. 당시엔 이렇게 생각했다. 미래에 수학자가 될 것도 아니고 과학자가 될 것도
아니고 역사학자가 될 것도 아닌데 이런 것들을 도대체 왜 공부해야 하는 걸까? 이렇게 쓰잘데기없는
것들을 대가리에 쑤셔넣을 시간에 차라리 다른 교육을 하는 쪽은 어떨까?
사람마다 적성이란 게 있어서 종일 책상에 앉아있어도 멀쩡한 괴인이 있는가 하면 하루종일을 뙈약볕
아래에서 뛰놀아도 멀쩡한 괴인이 있는데 하나같이 줄창 책에나 파묻혀 있으라니 좋아할 녀석이 물론
있기야 하겠지만 아닌 사람에겐 고역이지 않느냐. 점수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데
그런 알량한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평하니 기분이 더러워지기고 했지. 어쩌면 그래서 더욱 반항적으로
공부를 안 했었던 걸지도. 그리고 나에게는 비뚤어진 자신을 설득해줄 선생님이 없었다. 진작에 한자를
공부했었다면 지금 암기하기가 더 편리했을지도 모르지. 문법을 좀 더 열심히 공부했다면 더 바른 글을
쓸 수 있었을텐데.
까놓고 말하자면 여러분이 매진하고 있는 그 문제집이나 자습서에는 인생의 답이 없다. 거진 까먹어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지리를 지지리 공부한다고 지리학자가 되는 건 아니고 화학에 확 몰두한다고
해서 화학자가 되는 것도 아냐. 즉, 답은 없다. 즉답은 안 줘도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주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시간 낭비도 아닌데 대다수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대다수가 산소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듯, 교육의 기회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당연히 학교에 출석하고 문제같은 것들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당연하게 상급 학교로 진급하는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교육이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해서 소홀히하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엔 개천에서 용은 날 수 있지만 그 용이 하늘을 날 수 없으니
옳다고 보기가 힘들지만. 여튼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보다 현실을
보는 눈이 제대로 깨어있고 학업 성취도가 더 큰 인상을 준다는 건 그런 아이가 아무래도 많기 때문이고
남들은 자연 부여받는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의 가치를 알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소중하게
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이 준 물건보다는 아무래도 자기가 직접 산 것이 중하듯이.
체육 수업도 학생들 몸 좀 움직여서 스트레스 풀라고 제공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런 시간이 아예 필요단
의미는 아니지만. 수업을 듣지 않으면 탁구나 배구, 볼링의 규칙 같은 것을 언제 누가 알려주겠니. 이른바
사교성을 함양하는 시간이 되는 거다. 우리나라에 태어나서 자국의 역사를 모른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니
당연히 국사도 배워야하고 삼국지도 그냥 전쟁 이야기로 여기면서 흥미 위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당대
인물상을 거울삼고 몇몇 사건들을 통해서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거잖아? 다른 이야기같겠지만 세계사
역시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을 명심하고서 과거 선조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지켜보고 지금도 비슷한
맥락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주변을 한번 거시적 관점으로 보고 한편으론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는 게 좋다. 또, 어차피 살아가면서 덧셈, 나눗셈, 뺄셈, 곱셈밖에 안 쓰니까 그외의 복잡한 수학 용어
정도는 몰라도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고이 접어다 분리수거 날에 내다버리는 편이 미래를 살아갈 때
훨씬 용이할 거다. 수학은 언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이 나이 먹고 중학교 수준 수학부터
다시 공부하고 있는데 학창 시절 쓰잘데기없다고 생각해서 기피했던 걸 왜 지금 굳이 다시 보고 있냐면
수학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공부가 모자라서 더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이게 필요하다.
결국 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소홀히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학업이라는 말만 들으면 진절머리내는 학생 여러분이라도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이곤 하지.
학업이라면 어쩐지 피부에 직접 와닿는 것 같고 교육은 좀 먼발치에 있는 느낌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에는 다들 전적으로 공감하고 그저
성적만으로 사람을 저울질하는 세상에 불만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겠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은
넘쳐나는데 그만큼 일자리는 없으니 보다 적임자를 찾아야 하건만은 한 명씩 마킹해서 감독하며 관찰하고
평하자니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므로 신뢰성은 마찬가지로 덜해도 '보여지는 것'으로 가늠할 수밖에.
공부는 어쨌든 결과가 대체적으로 보여지는 쪽이고 안 그렇더라도 지식으로 남아서 보이지 않는 재산으로
축적이 되면서 다른 일과 연계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자와 철학을 접목하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고 간단한 이치를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손해되는 일은 없으니까 이 사실을 더 젊거나 어릴
때에 빨리 깨닫는 편이 이로울 거다.
이렇게 옳은 말 좋은 말만 쏙쏙 골라 하고 그럴싸한 예시까지 잘 들어줬어도 어차피 실천에 옮겨야할 놈의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헛짓이 되는 거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으니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 비록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해도 당신에게 읽혀져서 적어도 이 글을 읽기 전보다는 학업의 중요성이나 필요한 이유를 내
나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https://blog.naver.com/ravlitzen/220411675654
공부가 쓸모없다고 하는 놈은 철부지야
From. 블로그씨 나도 답하기▶ 영어 공부 좀 할 걸... 후회하는 미처 다 못한 공부가 있나요? 영어 공부뿐...
blog.naver.com
-2015년 7월 6일, 누가 반박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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