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밑에 세줄 요약있음
아침부터 친구들이 뜨거운 감자라면서 가져와서 이 건을 두고 물고 뜯고 난리가 났는데 아무튼
모태솔로 아다 아니랄까봐 하나같이 제대로 계산 과정을 이해 못하는 것을 보니까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사건의 요지를 설명하겠다.
모 여대생이 있다.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문장을 통해 글쓴이가 여성임을 유추할 수 있으며
미성년자는 혼자 거주할 리가 없으니 성인 여성임을 알 수 있다.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월세따위
혼자 충분히 감당 가능하고 이에 경제력이 없는 대학생이라고 추측 가능하므로 여대생 신분이라
폭을 좁힐 수 있다.
아무튼 이 여대생은 친구와 동거를 하기로 했고 월세는 100만원인데 자신이 더 큰 방을 선택하게
되었으니 체면 치레상 자신이 10만원을 더 부담하겠다고 계약을 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부담할
금액이 각각 40만원과 60만원이 아니라 45만원 및 55만원으로 선고했고 룸메이트는 이에 반발해
말싸움이 있었던 결과 현재에 이르게 된 것. 그리고 누구의 셈법이 맞는지를 인터넷 판정단들에게
맡기면서 논란에 점화됐다.
모솔 친구들은 입을 모아서 100만원에서 절반씩 부담하기로 계약했었고 10만원을 더 부담하기로
결정했으니 50만원에 10만원을 더한 60만원을 지불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며 입을 모으며 이러한
계산법을 적용한 글쓴이를 조롱하고 있었다. 조롱이야 하든 말든 안중 아닌데 개중에는 어찌 하여
45만원과 55만원이 산정된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여성의 세계에서 중심은 언제나 '자신'이다.
여성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악의는 아니니까 곡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사고방식에서
양보라는 개념을 찾아볼 수 없다는 뜻도 아니다. 그저 무엇이 됐든지간에 나 자신에 대한 우선도가
비약적으로 높을 뿐이다. '세상의 중심이 자신인 것이 당연한 거 아니냐'면서 의문점을 갖는 분들이
여럿 있는데 놀랍게도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의 십중팔구는 여성이라는 점을 보면 흥미롭다.
예컨대 점심을 먹을 때 남자들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먹겠지만 3,900원짜리 도시락만을
매일 먹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면 값싼 음식을 먹으면 그만큼 저축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도 통장 잔고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남자와 다른 로직이 발동한다.
바로 '자존감의 하락'이다. 솔직히 사내 새끼들은 2년 남짓동안 군대에 쳐박혀서 1년 365일 짬밥을
쳐먹어도 굳이 큰 불평 불만이 없다. 우선 군대라는 사회에 자신을 맞췄기 때문이고 그 다음으로는
일단 배만 부르기만 하면 만사 해결이기 때문이다.
다른 예로 들자면 남자는 식당을 이용할 때 식당 주인이 자신을 알아보면 불편함을 느낀다. 왜냐면
아무런 생각없이 배를 채우러 간 곳의 굳이 이름을 알 필요도 없는 점원이 서로를 인식한 순간부터
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불편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남자는 밥 먹으러 갈 때 식당 분위기 같은
잡다한 것은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건 친구들이랑 같이 식당갔을 때 단골이라며 유세떨 때나
유용한 거다. 난 분명히 '남자가 밥을 먹으러 갈 때'라고 단정했다. 해석하면 밥을 먹는 것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을 때를 나타낸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다르다. 여성도 딱 밥만 먹고 싶을 땐 식사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식당의 만족도를 판가름하는 요소가 다르다. 남성은 음식의 양 또는 질을 그 가격과 견주어
충분히 합당하다고 생각하면 만점을 주지 않는다. 음식점이 맛도 있고 양도 많고 가격이 꽤 낮아도
식당 리뷰에 별점은 안 남긴다. 귀찮으니까. 나도 배달 자주 시켜먹는데 리뷰는 안 남긴다.
여성을 만족시키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데 식당이 '자신'을 고객으로서 얼마나 만족시켜주는가가
중요한 요소다. 맛도 중요한데 점원의 태도나 분위기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애시당초 남성이
빈번히 가는 기사 식당, 한식 뷔페 등은 아무리 값이 저렴하고 배터지게 먹을 수 있어도 잘 안 간다.
그런 곳은 당신을 만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너보다 얼마를 더 내는가가 중요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서, 분명히 반반씩 결제하기로 했는데 왜 글쓴이는 60만원이 아니라 55만원을
지불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는지 이제는 어렴풋이 이해가 갈 것이다. '100만원'은 그녀의 안중에 없다.
오로지 '10만원을 더 지불하는 자신'만이 그녀의 시선 속 사건 한가운데에 또렷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60만원을 지불하고 동거인이 40만원을 지불하게 되면 '상대보다 내가 10만원을 더 내겠다'는
정리가 훼손된다. 결과적으로 '상대보다 20만원을 더 내고 있는 나'가 보여지기 때문이다. 100만원의
절반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안중에 없다. 말은 해석하기 나름인데 50만원씩 내기로 한 상태에서
'내가 너에 비해 10만원을 더 쓰겠다'고 말한 결과적으로 45만원과 55만원씩 100만원을 다 채웠으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동거인 입장에서는 빡칠 가능성이 짙긴 했다.
동거인의 분노, 둘은 왜 싸우는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좁은 방을 쓰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동거인 입장에서는 '4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면 공용 공간을 포함해서 이정도 넓이로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타협을 봤을 것이다. 근데 정산을
하려고 하니 갑자기 큰 방을 차지하고 있는 친구가 40만원과 60만원이 아닌 45만원과 55만원이라는
계산서를 가져온 순간 친구는 당황했을 거다.
동거인이 남자친구였다면 '100만원'을 기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50만원씩 분담해야 하는 상태에서
난데없이 45와 55가 튀어나왔으니 당황스러운 게 당연할테지만 동거인이 여성인 경우에서는 색다른
측면에서도 문제가 불거진다. 바로 '40만원을 내는 나'와 '45만원을 내야 하는 나'의 상충이다. 덧붙여
룸메이트는 여성이라는 것을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남자는 5만원 더 내고, 덜 내는 거에 신경을 잘 안
쓴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서도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 정도쯤이야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남성측에서 많다. 내가 좀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은
통장 잔고가 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풍족하지 못하신 걸로 대충 알아듣겠다.
이로써 어느 정도 오늘자 논란이었던 '여대생 월세 더치페이 논란'에서의 셈법 과정에 대한 설명과
둘이 왜 싸우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
Q1. 왜 반반에서 10만원 더내는데 40-60이 아니라 45-55인가?
A1. 40만원 60만원씩 내면 '내가 10만원을 더 내는 게 아니라 20만원을 더 내게 되기 때문'이다.
Q2. 당신은 모쏠 아다가 아닌가?
그럼 애니 보러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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