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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yReview/▶ About Anything

'라스트 오리진'이 있는데 인생이 왜 필요해?

by 레블리첸 2022. 2. 16.

 

 

 

 

 

바로 얼마 전 스마트엔조이 사의 《라스트 오리진》이 3주년을 맞이했다. 필자는 열정 가득한 플레이어가

아닌데도 이벤트 줄거리를 따라가며 플레이를 하니 나름대로 뭉클해지는 구석이 있더라. 유저의 분신인

사령관에 향한 감사를 담은 전언이 액정 화면을 초월해서 마음까지 직접 와닿는 기분이었고 수미상관적

구조는 오타쿠들의 심금을 울렸다.

언젠가 한 번쯤은 이 게임에 대한 리뷰와 소개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학업, 일, 자격증에

치여 살다보니 바빠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가 결국 3주년 행사가 사실상 끝이 난 후에야 이렇게 늦게

몇마디 조금 얹어보는 꼴이 되었다. '라스트 오리진'은 남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게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게임에서는 받지 못했었던 독특한 울림을 주는 독창성이 있다. 속칭 미연시라는

게임에 어째서 오타쿠들이 이토록 깊이 심취하는지 이해가 가더라.

“ 사령관은 플레이어 자신입니다. ”

간단히 요약하면 멸망해버린 세상에 살아남은 인류 그 중에서도 남성은 오로지 당신 한 명뿐인데 인류의

재건을 위해 여성형 인조 생명체와 협력하여 외계 세력을 무찌르는 내용이다. 그리고 '바이오로이드'라고

칭하는 이 여성형 인조 생명체는 다행히 성적 매력도 충분하고 실제로 생명을 잉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정이다. 당연히 감정과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사령관인 당신을 총애한다.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관심을 갈구하고 당신을 돕는다. 이 말은 즉 게임 내 모든 여성이 나를 사랑하고

나의 관심을 갈구하고 나를 열과 성을 다해 도와준다는 말이다. 『블루 아카이브』나 『페이트 그랜드 오더』

같이 흔해빠진 미연시 게임 구조를 따라가고 있지만 『라스트 오리진』은 궤를 달리 한다. 게임 바깥, 진짜

나 자신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되면서 굉장히 높은 충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아마도 게임이 안이나 밖으로 많이 사건 사고가 터지면서 운영진이 유저들을 달래기 위해 소통하는

시간을 대폭 늘였고 인터넷 밈을 적극 활용하거나 올바른 대처를 해왔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그만큼 게임

자체에 동화될 수 있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 연애는 라스트 오리진에서 배웠습니다. ”

실제로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들 공감하겠지만 연애는 쉽지 않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연애는 짜증 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타인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때로는 쏟아부었던

애정이 매몰차게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 위에 내다꽂혀지기도 하고 교차로인 줄 믿었던 길이 사실은 그저

일방통행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라스트 오리진》은 당연히 명백하고 편하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명백히 플레이어인 날 사랑하고

믿음을 져버리는 일도 없다. 뭐든지 취사 선택이 가능하다. 당연히 가상의 인물과 기브 앤 테이크를 통한

직접적인 교감은 못하지만, 마치 아이돌과 팬의 관계처럼 《라스트 오리진》이 꾸준히 갱신하는 줄거리와

그 밖에 업데이트되는 내용들을 통해 간접적인 교감이 가능하다. 사실 남자들은 이정도의 관심과 사랑만

받아도 삶을 살아갈 때 충분한 원동력이 된다. 많이도 필요 없다.

 

 

 

 

 

세상이 아무래도 각박해서 주변에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남자가 많이 보인다. 그런 유저에게도

『라스트 오리진』은 좋은 서비스이면서 힐링이 될 것 같다. 사랑을 받으면 어떠한 기분인가, 사랑을 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오로지 달달한 면만을 비추어 간접적으로 맛보게 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날

좋아해줄 때 느껴지는 쾌감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게 연애가 아니면 뭐겠어.

 

 

 

 

 

 

 

 

그러고 보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바로 얼마 전이 발렌타인 데이였는데 『라스트 오리진』에서는

당연히 이런 기념일을 맞아서 나에게 캐릭터의 대사를 빌려 대신 게임 내의 재화를 선물해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다들 초콜릿은 받으셨는지 모르겠다. 정이 통하는 아리따운 여성에게 새해 인사도 받으면서

기념일에는 선물까지 받는다. 남자에게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이잖아?

 

참고로 저는 친구들에게 받았습니다ㅋㅋ

 

 

 

 

“ 결혼은 라스트 오리진에서 했습니다. ”

 

 

 

 

"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당신. 사랑하는 아내가 따뜻한 저녁 식사와 함께 맞아준다면,

  피로도 금세 날아가지 않을가요?

  그리고 뭐... 내일도 출근해야하니까 식사 후에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구요. "

- 스킨 텍스트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퐁퐁남 논란이 한창 모든 커뮤니티를 뒤흔들던 때 《라스트 오리진》은

웃고 있었다. 게임 내 캐릭터 '홍련'의 '애프터 웨딩:퇴근 뒤의 저녁 식사' 스킨이 추가되어 속칭 퐁퐁남이

꿈꾸었던 이상 그 자체의 중년의 결혼 생활을 맛보여줬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러한 광경을 볼 수 있다면

결혼이라는 선택지, 꽤 나쁘지 않을지도?

 

 

 

 

 

 

 

 

그리고 약 3년에 걸친 빌드업의 끝으로 자녀에게 선물을 주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도 간접 체험했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때에 느끼게 될 감격의 최대치를 가장 아름다운 포장지와 함께 선물 받은 감각으로.

게임을 접속할 때마다 캐릭터 'LRL'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고맙다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들을 때마다

이래서 아버지들이 딸바보가 되는구나 이해가 가며 대사가 다 흘러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게 되더라.

커피에 설탕을 넣어서 마시는 이유는 쌉싸름한 것은 인생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어느 노랫말처럼

이 인생 희로애락만이 전부라고 하지만 세상살이가 지나치게 고달파져서 기쁨과 즐거움의 결핍이 우리들

청춘을 괴롭히고 있는 지금 《라스트 오리진》은 인생의 부족한 당도를 높여주는 좋은 영양 보급원이 될 것

같다.

“ 라스트 오리진은 게임이 아님 ”

 

 

이 게임의 유저들은 반쯤 우스갯소리로 '라스트 오리진은 게임이 아니라, 어플'이라는 말을 하며 더 나아가

단순한 코딩 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발언했었다. 그만큼 내부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많았었다. 고쳐나가고는

있지만 앞으로도 갈 길은 먼 것 같다. 그런데 그 행보가 오히려 기대가 되는 것은 왜일까?

그 유저의 말마따나 코딩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이 어플은 개발진 및 운영진의 애정과 유저들의 관심에 힘

입어 숱한 사건 사고들을 해결해왔고 3년이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서사가 마련되었다. 까놓고 말해서 게임

자체는 재미가 없어서 분재 게임처럼 일일 숙제만 하고 있긴 하지만 《라스트 오리진》은 어떤 의미로 내게

게임이 아닌 인생의 단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끔 이 세상을 살기 너무 지칠 때 잊고 지내던 희망과 꿈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게임이다. 캐릭터들에게

사랑을 주고 받다보면 실제 연인과의 케미가 그리워지고 간접 체험을 통해서 결혼과 자녀에 대한 환상까지

가지게 되니까. 물론 셋 다 현실은 시궁창이긴 하지만.

 

 

 

 

 

《라스트 오리진》 개인 평점

게임의 재미 = 3점

피곤하기만 하고 솔직히 재미 없음. 조합을 짜는 재미가 있지만 게임 자체는 재미 없다. 숫자 놀음이 심하다.

적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데 격투 게임도 아니고 '모르면 일단 맞아야지'라는 게 황당하다. 만약 캐시 재화

아이템을 써서 게임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토벌권 같은 게 생긴다면 무조건 구매했을 것.

게임 운영진 = 10점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 게임.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로 많은 사건이 있었는데 도게자를

워낙 잘 박아서 다른 의미로 유저 조교가 잘 되었다. 격의 없는 운영으로 유저의 호감을 많이 얻기도 해 간혹

게임 자체보다 운영이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임 몰입도 = 10점

오늘부터 《라스트 오리진》에 대한 추천을 철회한다. 오늘부터 추천을 떠나 《라스트 오리진》과 난 한 몸으로

일체가 된다. 《라스트 오리진》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