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라우터가 공유기라는 뜻이다. 전자 기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 중에서는 라우터랑 공유기를
다른 것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서 짚고 넘어간다. 요즘 무선 지원이 안 되는 공유기는 없을 테니
굳이 제목에 유무선 공유기를 샀다고는 적지 않았다. 공유기인데 무선이 없어서 인터넷 신호 잡으려면
일부러 랜선 연결해서 써야 한다면 도대체 일반인 중에서 누가 사겠어.
어쨌든 기특한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구만. 집에 사은품으로 받았던 다보링크의 'GAPD-7500' 공유기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굳이 새로운 라우터를 집에 들이게 된 배경에 대해서 말이다. 때는 바야흐로 얼마전.
회사에서 업무상의 이유로 VPN을 사용해야 했는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인터넷 상태가 말썽을 부리더라.
당시로선 원인을 알 수 없어서 결론적으로 공유기가 말썽이라고 단정을 짓게 되었다.
원인은 해결하려면 역시 공유기를 새로 사는 방법밖에 없었기에 VPN이 지원되는 공유기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비록 봉급은 적더라도 몸도 마음도 편한지라 평생 직장을 삼고
있기 때문에 이 한몸 바쳐 헌신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직접 업무에 쓸 공유기를 구매하게 된 것. 그렇지만
구매하자마자 문제의 원인은 사내망이었다는 것이 밝혀져서 내가 구매한 라우터가 회사에서 빛을 발할
일은 없게 되었다.
여러분이 내돈내산 리뷰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내 돈 주고 직접 사봤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니겠냐만은.
Netgear의 RAX50 라우터는 무려 3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공유기인데 여러분은 그 아래 50만원에
육박하는 RAX120 구매 반품 기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기엔 또 어떤 기구한 사연이 있을 걸까
궁금해서 미치실 것이다. 그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네.
사실 원래 계획은 RAX50이 아니라 RAX120을 살 생각이었다.
왜냐면 RAX120은 안테나가 아니라 '날개'가 달려있는 간지의 끝판왕이었기 때문이다. 성능따위는 잘
모르고 어쨌든 제품군이 'Night hawk'인데 제품에 날개가 달려있다니 이것이 바로 로망이다 싶더라고.
구매하지 않으면 창피한 수준이었다. 어차피 성능은 거기서 거기일테고.
그렇게 물건을 열어봤다. 상남자 특으로 상자 깔 때는 무조건 식칼을 사용함. 덧붙이자면 식칼로는
생각보다 상자가 깔끔하게 열리지 않고 괜히 손을 다칠 수 있으니 깝치지 말고 과도를 쓰도록 하자.
아무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RAX120의 포장을 까봤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었던 것을 상자 개봉한 순간 깨달았다. 모든 기능과 외형, 다른 구매자의 리뷰를
전부 확인한 후에 마침내 구매 결정을 내렸던 나였지만 저 날개에 현혹된 탓인지 미처 못본 지독히
끔찍한 단점.
너무.... 커...!
RAX120의 크기는 너비가 무려 30cm에 육박하는 데다가 높이가 7cm이다. 장화를 보관하는 신발장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정도다. 심지어 무게는 1.5kg에 달한다. 이는 K-1A 소총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공유기를 든 순간 10년 전 군부대에서 근무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정도였다. 이런 걸 들고
출퇴근을 한다는 것은 매일 군장을 메고 구보를 하겠다는 미친 발언과 같다.
미쳐버린 크기에 압도되어버린 나는 포장을 뜯지 못하고 고스란히 상자에 도로 집어넣은 뒤 이별을
고했다. 나와 뜨거운 밤을 보낸 여성들(없음)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도저히 품을 자신이 없더군.
그렇게 되어 RAX50을 구매하게 된 것이다.
성능은 대충 RAX120이랑 비슷한데 무게는 0.5kg으로 인간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 사실 더 가벼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크기도 조금 더 작았다면 좋겠고. 요즘은 웬만한 전자기기가 소형화되는 추세인데
Netgear는 왜 대세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대형화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멋있어서 안 살 수는
없었다.
외형도 멋지고 이름도 멋있다. '기어'와 '호크'의 조합이라니, 너무 사기적이잖아. 남자로 태어나서 이걸
어떻게 참냐고. 비록 대세는 읽지 못하는 멍청한 제조사지만 남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공유기 관리를 간편하게 해주는 전용 어플까지 있는데 까놓고 말해서 네트워크 연결된 상태로 대충
cmd 호출해서 게이트웨이 들어가면 되는 것을 굳이 스마트폰 용량이랑 RAM만 낭비하는 어플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이것마저도 왠지 멋있게 느껴져서 뽕이 차올랐다. 등신같지만 멋있어.
하지만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라는 말이 있었죠. 우선 집에 있는 GAPD-7500에 무선으로
연결하고서 얼마 전에 구매했던 삼성 포터블 SSD를 연결해 NAS서버를 구축하여 편안하게 자료에
접근하는 스마트한 인생을 그려볼 계획이었다만.
GAPD-7500이랑 RAX50을 WPS로 연결하지 못하는 개꿀잼 상황이 벌어진 거임ㅋㅋ
제작사 피셜 : 응 안돼 돌아가
예전에 일했던 근무지에서 GAPD 계열 공유기들끼리 무선으로 연결되는 것을 보고 이것도 대충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같은 제품군의 공유기끼리만 되는 거였던 거임ㅋㅋㅋ 그때 일했던
것이 무려 5년 전이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으로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건만, Netgear는 아마
그정도 기술력을 가지지 못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심지어 삼성 포터블 SSD는 USB 포트에서 읽지 못하더라. 왜 못읽는지 봤더니만 규격이
달랐다. 아마 암호화가 걸려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참으로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RAX50의 단자 포트는 USB3.0이고 삼성 Portable SSD T5는 USB3.1-gen2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럼 이제 최종 리뷰를 할 때가 왔다.
와이파이는 잘 터지는가? -> O
당초 목적에 부합하는가? -> X
사유 : 회사 업무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는데 도움이 필요 없어짐
USB 연결을 통한 NAS 구축이 되는가? -> X
사유 : 삼성 포터블 SSD T5를 읽지 못함
타 공유기와 무선으로 연결이 가능한가? -> X
타사 제품이랑 호환 안 됨
언젠가,
꼭 빛을 보는 날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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