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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yReview/▶ About Anything

팩폭 쳐맞은 28살 모쏠의 첫 소개팅 후기

by 레블리첸 2020. 3. 8.

 

▲ 소개팅 유형 중에서는 최악이라고 불리는 영화관 만남을 하기로 했다. 나쁘진 않더군.

 

 

▲ 감상한 영화는 라미란 배우님 주연의 《정직한 후보》 ​

 

 

 

 


간단 요약정리

<결과>

' 졌지만 잘 싸웠다 '

상대도 기분이 좋았을 경우 - 여사친 + 1

상대가 기분이 별로일 경우 - 손절 당함

- 결과는 상대의 심리 상태에 달린 일이고 내게 알려줄 일은 없을 테니

나도 정확한 여부를 알 길이 없음

<얻은 조언>

 

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어울리게 커트하세요.

② 안에 입은 옷은 괜찮은데 코트를 입도록 하세요.

향수를 좀 뿌려보세요.

④ 기본 화장품을 구매해서 사용해보세요.

⑤ '처음이다', '일 얘기' '힘들지 않냐'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셀카 연습을 많이 하세요.

 

<배운 부분>

여자와 소개팅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해봄

본인이 술을 여자에 비해선 잘 마신단 걸 알게 됨

 

 

이 새끼 살아는 있는 건가? ​

 

 

필자는 중학생 때부터 이미 키가 180을 넘겼었고 마른 체형아주 못생긴 얼굴형까진 아닌 데다

목소리도 그럭저럭 들어줄 만 하고 상대랑 의사소통을 함에 있어 문제가 발생할만한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아 학생 신분과 교복 빨을 받아 학창 시절에는 그럭저럭 인기가 있었다. 허나 난 그

당시 여자랑 만남을 가지는 것보다 게임을 하는 것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소개팅 제안이 들어와도

거절했었다.

스물 전까지는 키만 커도 서른 즈음의 고연봉의 스펙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듯 꽤 많은 이성분들의

고백을 받았었고 때문에 나는 항상 자신감이 넘쳤는데 이제 30살이 다 되어서 뒤늦게나마 이 취업

전선 아닌 연애 전선에 뛰어들어 보니 내가 얼마나 구제불능인지 뒤늦게 깨달았고 이러다 성 불능

고자가 되기 전에 숱한 여성들이 그러하듯 나도 연애 경험을 쌓아야겠단 생각에 '커넥팅'과 '글램'

이라고 불리우는 소개팅 어플을 다운 받아 이성분들과의 만남을 꾀하기 시작했다.

 

 

 


소개팅 경과

예쁘냐?

상대는 2살 연상의 직장인 누나로 신장이 150cm정도여서 여자의 키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데

개인적으로는 키가 작은 여자가 더 부담이 없어서 마음에 들었다. 근데 키 차이가 40cm정도가

났군.

볼살이 조금 있어 통통해보였는데 눈이 첫 싱글 앨범을 발매했었던 소녀시대의 태연과 청하를

섞은 것처럼 예뻤었고 작은 입술이 매력적이며 연갈색으로 염색하고 뒤로 묶은 헤어 스타일이

잘 어울렸다. 원래부터 뜬금없이 남 칭찬을 좋아하는지라 이렇게 보이는대로 말씀을 드렸는데

얼평하는 거냐고 역정을 낼까 내심 걱정했는데 분위기가 좋아져서 다행이었다.

 

 

'커넥팅'이라는 어플에서 연락처를 교환해봤는데 알고 보니 동네 이웃이길래 한번 만나서 밥이나

한끼 하자는 이야기로 흘러갔고 때마침 만나기 전날에 헌혈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공짜 티켓이

생겼길래 영화 한편 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을 했었고 상대방도 흔쾌히 승낙해서 무료 관람권을

쓸 일은 없이 영 상관없는 영화관에서 값을 치루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아니 공짜표가 생겨서 보잔 거 아니였나? ​

 

다행히 영화는 괜찮았다. 한국 영화에는 과도한 신파가 있고 마치 대학 행사에 참여한 복학생이

고집하는 아재식 개그에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는 인식이 강해서 꺼렸었는데 상대방이 추천하여

심지어 상대는 두 번째로 보는 영화인데 일단 보게 됐다. 라미란 배우가 감독이 원하는 그림대로

아주 연기를 잘하더라.

영화 시작하기 30분 전에 만나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꾸역꾸역 화제를 이어나갔던 게 기억난다.

학창 시절엔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뜬금없이 이름도 잘 모르는 여자애가 고백해온 경우도 꽤 있고

회사에서도 그다지 다른 건 없었던지라 여자랑 만나서 대화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해보긴 태어나

처음이었다.

서로의 이름이나 제대로 기억하면 다행인 상태에서 모처럼 영화관에 왔으니 영화 취미 이야기를

나누다가 형제 이야기를 하고 평소 쉬는 날에는 어떤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아주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졌다. 중간 중간 참기 힘든 침묵도 있었는데 내가 입버릇처럼 '긴장된다'는 이야길

꺼낸 탓인지 좀처럼 공기가 누그러지진 못한 상태로 영화관에 입장했다.

영화관이 매우 한적해서 입장했을 땐 그 넓은 상영관에 고객이 우리 단 둘뿐이라서 영환 뒷전에

두고 담소나 잔뜩 떠들어야겠다 싶었는데 관객 서너 팀 정도가 들어와서 입 닥치고 영화나 봤다.

한 번 본 영화는 굳이 다시 보는 타입이 아니라 이해는 할 수 없었는데 상대방은 같은 영화를 한

10번까지도 볼 정도로 한번 빠지면 끝장을 보는 타입이라 그런지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듯

보였다. 나로서도 영화는 재미있었고 상대도 즐거워했으니 아주 만족스러웠다.

대화는 없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같은 공간에 약 2시간 정도 함께 있었던 탓인지 조금은

사이가 친밀해진 기분이 들었다. 영화관을 나와서 나의 관심사를 질문으로 돌려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지금은 JLPT를 공부중이고 N1을 취득하면 중국어랑 영어 둘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

공부할 계획인데 누나는 어떤 게 낫다고 생각하시는지 물어보고 이어서 자격증 관련 질문들을

꺼냈고 단편적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었고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된 연유는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지금 생각해봐도 자칫 분위기가 무거워질 수도 있는 주제라 밝고 즐거워야할 소개팅과 좀 많이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난 친구들 만나면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걸.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근처 고깃집에 들어갔고 밥을 먹으면서 그냥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

더 다양한 조언을 얻고자 했다. 여자랑 단둘이 영화관이나 고깃집에 가본 적도 처음이다. 하여

이번 소개팅으로 나는 누나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가고 또 얻는다. 정말, 솔직하게 평가했을 때

이 자리에 대한 평점을 매기자면 몇점까지 줄 수 있는가에 대해 물어보았다.

10점 만점에 좋았던 점만 부각하면 5점이라는 대답을 돌려받았다.

 

 

 

 

 

상대방의 본의를 내 나름대로 확대 해석하여 풀어놓자면 조금은 꾸미고 나올 줄 알았었는데

구린 프로필 셀카 사진과 꽤 높은 싱크로율이 나오고 머리도 전혀 안 만진 상태라 '나에게 잘

보일 생각이 없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현재 이 상태가 최대한 꾸민 거라고 대답하니

빵터지시더라. 그때부터 받은 조언이 위와 같다. 머리를 가꾼 뒤, 옷도 웬만하면 코트 정도는

걸쳐줄 것. 향수를 사용하면 소개팅 성사율이 더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별로 안 해본 일에 대해서는 많이 서투른 편이라고 이야기가 나왔더니 '처음 해봤더라도 그냥

조용히만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고 팁까지 주셨다. 정말 많은 조언을 얻었다.

원래 다른 소개팅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어려운 발걸음해주고 나름 '어떤 기대'를

하고서 나온 것처럼 보였던 누나가 꽤 실망한 기색을 읽었기 때문에 고깃값을 계산하고 대신

커피를 얻어마셨다. 교육비라고 생각하고, 물론 고깃값이 아주 많이 나오진 않았다. 4인분쯤

먹고 된장찌개에 밥 2공기, 소주 2병 정도 마셨는데도 4만원밖에 안 나왔더라.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는 카페에 들어가서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거기에서부터는 그럭저럭

팩트 폭격을 쳐맞다가 겨우 칭찬을 주워먹을 수가 있었다. 말주변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키가 엄청 크니까 무슨 옷을 입어도 평타는 칠 것이며 얼굴도 그정도로 생겼으니 잘 꾸미면

어렵지 않게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시더라.

어쨌든 밥 맛있게 먹고 술 취한 상태로 카페에서 차 좀 홀짝이다가 20시쯤에 귀가를 했는데

'커넥팅'을 통한 소개팅은 처음인데 이정도면 나름 선방했다고 말해주셨다. 나도 그치. 근데

나같은 남자는 다시 보기 힘들걸요, 말하니까 그건 그렇단다. 이렇게 깨끗한 사람은 정말로

처음 본다고 웃으며 말하셨다. 거의 증류수급이라서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라고.

 

 

' 야, 우냐? '

 

 

추천을 받아서 코트를 구매하고 어울리는 헤어 스타일을 받아서 게임 아바타를 구매하듯이

한번 적용해볼 생각이다. 원래는 점부터 뺄 생각이었는데 내일 누나한테 한번은 물어보고서

결정을 해봐야지. 답이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러분 중에서도 미용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나이 쳐먹고 울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꾸미는 데에 신경을 써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유유상종이라

내 주변에도 아예 연애 및 결혼을 포기한 놈들이 수두룩한데 나의 죽음이 그들에게 더 가취

있기를 바라며 어떻게든 멱살을 부여잡고 실패를 거름 삼아 사람으로 만들어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