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회차 헌혈로 오늘 하루 나는 부처가 되었을지도(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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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표정은 썩어있는가. 왜냐하면 가까운 헌혈 센터가 공휴일이라서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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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3개 정거장 밖에 있는 곳까지 걸어서 갔기 때문이다. 이정도면 걸을만 하지 않을까 하고 걸어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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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튼 토요일에 노가다 뛰고 일요일에 일감을 찾으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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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이라 일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기에 그냥 집에서 휴식하려 했지만 놀면 뭐하냐 싶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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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급히 전혈 예약을 잡고 헌혈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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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봉사 정신과 희생 정신이 투철해서 헌혈한 건 아니다. 부처라서도 아니지. 돈 때문에 한 거다. 헌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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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대가로 문화상품권을 주니까 이것을 바라보고 돈 벌 생각으로 임했다. 여러분도 주말에 집에서 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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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겠어. 헌혈 센터에서 헌혈하면 대가로 돈도 받을 수 있고 나름대로 자존감도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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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회사 앞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고매하신 양반께서 확성기에 대고 자기네를 일컫어 깨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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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지르시던데, 그런 분들 중 과연 몇명이나 주기적으로 헌혈과 봉사활동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만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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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행렬에 끼어있다면 글쎄 군계일학의 모양새로 감히 부처를 자칭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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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정부 규제가 완화되어 이제 다시 헌혈 센터에서 간식을 편히 취식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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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렸을까 내심 기대를 해봤지만 얄짤 없더군. 원래 헌혈할 때 휴게소에서 음료 최대 2병까지 마신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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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로 저녁까지 배를 채우는 것이 국룰인데 안타깝게 됐다. 아무튼 오랜만에 헌혈하니 좋긴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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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낭하게 만보기에도 1만 걸음 정도 채웠다. 스스로에게 대견하다 말할 기회도 생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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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흐려서 꽤 오래 걸었지만 땀도 나지 않았다. 전혈이라 문화상품권을 2장 받을 수 있었는데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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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툰에 감사한 마음으로 결제할 예정이고 아무튼 덕분에 일요일을 무의미하게 보내진 않은 것 같아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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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졌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다면 자존감이 하락하여 우울감에 시달렸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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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이리 표정은 썩어있는 걸까 생각하니 이제 다음주가 중국어 자격증 시험인데 공부하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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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는 데에 주말을 할애한 것으로 찜찜해서 그런 모양이겠지. 그것 외에도 아마 1시간 내내 잔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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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 및 내리막길을, 시끄러운 차도 옆에 끼고 걷게 시킨 후 난데없이 셀카 찍게 만들면 저런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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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긴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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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근육통 때문에 다리가 아팠던 것도 한몫했겠지. 걷기가 몸에 좋다지만 시간이 아까우니 자전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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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이 되는 날이었다. 공휴일만 아니었으면 노가다 일감 잡고 출근할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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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아쉬움이 남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