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평일에 회사 다니면서도 주말에 따로 일을 더 할 수 있어. 그것도 노가다를. 친구가 감탄인지 경악인지
아무튼 놀라면서 물었다. 확실히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공사장에 출근한다는 게 정신적으로 여간 고역이 아닐
수가 없단다. 그렇지만 벌어야만 한다는 확고한 의지와 매달마다 빠져나가는 적금을 생각하면 출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의지가 약해질 때면 적금을 조금 더 부으면 된다.
매달마다 청약에 20만원, 신한 땡겨요 적금에 30만원, 청년희망적금에도 50만원, 신한 알.쏠 적금에 50만원씩
총 150만원 정도를 넣고 있다. 지난 달에는 금액을 착각해서 200만원 넣었던가.
조금 밍기적대다 출근해서 시간이 조금 빠듯한가 했지만 딱 알맞게 도착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미친듯한 배차
간격이 발목을 잡았다. 지하철을 15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니 말도 안 되는구만. 가슴이 웅장해지네. 그런 데다
전철까지 잘못 탔다. 게다가 급행으로! 미친 왜 역을 복잡하게 만들고 지랄이야. 최악이구만. 7시 50분에 일을
시작하는 현장인데 도착 예정 시각이 8시 50분. 착잡하기 그지 없다.
작업 반장님과 동료 작업자분의 넓은 아량 덕분에 데마 맞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다. 감사하더라. 오늘의
할 일은 지하 주차장 바닥의 크랙(Crack)을 커버하는 작업이다. 경화제와 주제를 1:1의 비율로 섞은 다음
어떤 가루를 섞어 배합하고 지하 주차장을 순회하며 크랙에 부어서 덮어주면 된다.
빡센 일은 아닌데 장갑이 완전히 박살났더군. 만들다가 장갑에 조금 묻었는데 귀찮아서 냅뒀더니 그대로
굳어버려 장갑을 벗을 수가 없었다. 피부까지 뜯겨나가는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무 장갑 사둘걸.
처음 해보는 일이라 상당히 얼을 탔는데 작업 반장님 눈에 당연히 좋게 안 보였던 모양이다. 지각까지 한
녀석이니 그럴만도 하지 생각하고 감수하여 할 일에만 집중했다.
일은 재미있었다. 다만 조금 쪽팔렸던 것은 예전에 '김덕배 유투버'님과 가다 인력 어플을 홍보하는 영상을
촬영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같이 일한 동료 작업자분이 나를 알아보시더라고. 그런데 무려 1시간이나
지각을 해버린 데다 일까지 지지리 못하는 꼴을 보였으니 면목이 없었다. 도저히 얼굴을 들 수가 없더라고.
차라리 안전모 쓰고 일했으면 보안경 써서 최대한 얼굴을 가렸으련만.
밥 맛있었다. 11시 반부터 점심 먹고 13시까지 휴게. 같이 작업한 반장님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부동산 쪽에 관심이 많으신지 공부를 많이 하신듯했다. 내게도 이런 저런 정보를 주셨지만 내가 아는 것이
없어서 정보를 다 흡수하지 못했고 활용할 자신도 없었다. 언젠가 이 일을 후회하겠지.
어쨌든 오후에도 이어서 진행. 주차장 출입구, 이른바 '램프'라는 구역의 크랙에도 작업을 한다. 주말인데도
들락날락거리는 차가 많아서 조금 골치 아팠다. 어쨌든 조합에는 요령이 생겨서 일이 점점 재미있어지더라.
같이 일하는 반장님도 성격이 너무 좋고 죽이 잘 맞아서 내내 즐거웠다.
만약 내일도 일이 있다면 이 구성으로 출근해도 좋으련만.
15시가 조금 넘겼을 무렵에는 슬슬 일이 마무리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작업 반장님이 다른 일을 주시더군.
이번에는 '퍼티'라는 페인트 비슷한 도료로 주차장 바닥의 벗겨진 칠을 새로 하는 작업이었다. 일 다 끝낸
후에 퇴근하면 좋겠지만 작업량은 많이 남았고 시간이 없으니 되는 데까지만 작업하고 퇴근 준비하라고
하시더라.
적당한 시간대에 마무리 짓고 작업 종료했다.
집 돌아가는데 교통편이 참 개같더군.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선지 엄청나게 붐비었다. 너무 혼잡해서
교통카드 제대로 찍지도 못하고 내렸다, 제길. 친구랑 일 끝나고 만나서 같이 양꼬치나 먹었다.
돌아가는 길에 기분 잡치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만 빼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하루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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